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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스트리밍] 연상호의 '기생수', 원작과 다르다고 서운해하긴 일러

천윤혜 기자

사진 제공=넷플릭스

정교하게 구현된 크리처 비주얼은 기괴하다. 여기에 연상호 감독의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더해지니 비주얼부터 서사까지 충격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내일(5일) 넷플릭스에서 6회 전편이 공개되는 '기생수: 더 그레이'(연출 연상호/제공 넷플릭스/제작 클라이맥스스튜디오·와우포인트)는 하늘에서 떨어진 기생생물 포자가 EDM 페스티벌 현장에 떨어지면서 시작한다. 한 남성의 몸에 들어간 포자는 빠르게 사람의 뇌를 장악한다. 곧 이 남성의 얼굴은 기괴한 크리처로 변하고, 페스티벌을 즐기던 사람들은 이를 목격하고는 아비규환에 빠진다.

비슷한 시각 마트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수인(전소니)은 칼에 찔려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수인을 죽이려던 사람은 갑작스럽게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병원에서 깨어난 수인은 자신의 몸에 아무 이상이 없는 걸 깨닫는다. 칼에 찔린 부위에는 오래전 생긴 걸로 보이는 흉터만 남았다.

이 작품은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기생수: 더 그레이'는 원작의 세계관만 가져왔을 뿐 이야기 전개 방식에 차이를 뒀다. 주인공의 성별이 바뀐 건 물론, 원작에서 인간과 기생생물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쌓아간 것과 달리 연상호 감독 버전에서는 수인의 의식이 끊어진 순간에만 기생생물이 나타난다. 두 존재는 서로 글을 남기면서 소통하는 것만 가능할 뿐. 이들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힘들다는 설정은 원작과는 다른 긴장감을 준다.

또한 원작에서는 기생생물의 실체가 드러나고 파헤쳐지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하게 펼쳐지는 데 반해, 이 작품에서는 군중에 기생생물이 빠르게 노출, 이로 인해 기생생물을 전담하는 팀 더 그레이가 꾸려지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기생생물의 존재를 빠르게 드러내면서 이들의 대결 구도로 가는 방식을 택한 것. 이 과정에서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영화 '부산행'(2016), '반도'(2020),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021) 등을 통해 보여준 연 감독의 세계관은 '기생수: 더 그레이'로 한 차원 확장됐다. 기생생물과 인간은 모두 각자 조직을 구성해 서로에게 맞서고, 이들은 종족 생존을 이유로 다른 존재를 무자비하게 학살한다. 잔혹한 인간성과 어두운 미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보여온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의 결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장르 특성상 VFX(시각특수효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 정식 공개를 앞두고 언론에 미리 공개된 3회까지 봤을 땐 일단 성공적이다. 인간의 얼굴이 열리고 크리처가 나타나는 과정에 이질감을 최소화해 볼거리를 충족시켰다.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기생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했는지 보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촉수를 이용한 액션은 기존 액션과 차별화된 느낌을 줬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적으로 좋다. 주연을 맡은 전소니는 인간 수인과 기생생물 하이디의 1인 2역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낸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으로 인해 웃음을 잃은 인간 수인, 그리고 감정이 없는 듯하지만 수인이 위험한 순간마다 나타나 그를 도와주는 하이디 사이의 간극을 잡아냈다. 사라진 여동생과 낯선 누나의 행적을 쫓다 기생수의 존재를 알게 되는 강우를 연기한 구교환은 땅에 발붙은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그가 선보이는 카체이싱과 액션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한다.

기대에 비해 살짝 아쉬운 배우가 있다면 이정현이다. 기생수 전담반 더 그레이 팀의 팀장 준경을 연기한 그는 장총을 들고 카리스마를 뽐냈다. 하지만 캐릭터의 서사를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극적인 톤과 과장된 연기를 선보이는데,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의 연기에 호불호가 갈릴 듯싶다.

원작과 같은 내용을 예상하는 팬들은 '기생수: 더 그레이'가 아쉽게 느껴질 거다. 잔인하고 기괴한 비주얼을 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것도 맞다. 하지만 원작의 참신한 소재가 한국적으로, 또 연상호 스타일로 어떻게 뻗어나가는지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다. 이 작품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증도 자아낸다. 청소년 관람 불가.


천윤혜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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