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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한미사이언스 캐스팅보트, '소액주주'가 아니었다

임종윤 형제 승리 이유 상세분석
이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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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향배를 결정하는 한미사이언스 이사 선임 표대결이 지난 28일 있었습니다. 그 결과 임종윤·임종훈(형제) 측이 송영숙·임주현(모녀) 측을 꺾는 파란이 벌어졌죠.

이번 표 대결의 캐스팅보트는 '소액주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 주총 전에 쏟아졌습니다. 주총 후 매체 보도에서도 '소액주주가 형제 측에 표를 몰아줬다'는 분석들이 많았죠. 하지만 실제 표를 계산해보니, 캐스팅보트는 소액주주가 아니라 일부 특수관계인(친인척)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이슈체크>에서 한미사이언스 표결 내용을 상세하게 해설해드립니다.

■ 모녀 vs. 형제 표 대결, 소액주주 참여 낮았다

주총이 열리기 직전 MTN 이슈체크팀이 집계한 형제 측과 모녀 측 지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표에 나타난 주식 수는 2023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숫자와는 좀 다릅니다. 그 이유에 대해 하나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주식 100주를 가진 대주주가 20주를 A에게 매도하면서 '1년 환매계약'을 했습니다. 대주주가 1년 뒤 A로부터 주식을 다시 매수하기로 계약을 했다는 거죠. 이런 경우 매도한 20주에 대한 의결권은 여전히 대주주가 가집니다. 이 거래의 실질을 대주주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행위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공시하는 사업보고서에는 대주주 보유주식이 80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의결권도 80주라고 판단하는 착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송영숙, 임주현, 임종윤 등은 에쿼티스퍼스트란 회사와 일부 지분에 대한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거래로 에쿼티퍼스트에 넘어간 지분까지 다 포함해야 대주주 일가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수가 정확하게 파악됩니다.

위의 표에 따르면, 모녀 측 주식이 총 3008만 주(44.39%), 형제 측 주식이 총 2838만 주(41.88%)입니다. 격차가 약 170만 주입니다. 소액주주는 2023년말 기준으로 약 930만여주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주총 전에는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총 표결 뒤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번 주총에서 표결에 참석한 총주식수는 5962만주 입니다. 직접 참석해서 표를 던졌건, 의결권을 위임했건, 전자투표에 참여했건, 어떤 방식으로라도 표결한 주식의 합입니다.

상식적으로 특수관계인들은 모두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봐야겠죠. 그렇다면 표결 참여 총주식수에서 모녀측과 형제측 특수관계인 주식수를 빼면 소액주주가 확인될 텐데요, 그 수가 117만 주에 불과합니다. 소액주주 900만 주 가운데 고작 12%만 행사된 것이죠.

2024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 표를 행사한 소액주주 표는 117만여 표에 불과해 보입니다. /자료=한미사이언스 제공

■ 모녀 측 특수관계인 중 이탈표 200만여표 추정

주총 전 분석한 양측의 주식 수로 보면, 소액주주 117만주가 모두 임종윤 형제 측에 투표했다 해도 모녀 측을 누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형제 측은 어떻게 이겼을까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 양측 이사 후보들의 득표 수를 보겠습니다.

2024년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 이사 선임 의안별 득표수·득표율 추이. /자료=한미사이언스 제공

모녀 측 후보 6명의 평균 득표 수는 2860만 표입니다. 반면 형제 측 후보의 평균 득표 수는 3098만표였죠. 격차는 약 250만표입니다. 여기서 이상한 대목이 보이죠. 주총 전 모녀 측이 확보한 지분은 3008만 표라고 봤는데 정작 주총에서는 2860만표밖에 못 받았습니다. 최소 3000만표 이상을 받았어야 하는데 말이죠.

이건 쉽게 말해 모녀 측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었던 주식 가운데 200만 표 가량 이탈표가 나왔다는 의미가 됩니다. 모녀 측 특수관계인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그리고 모녀 측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국민연금과 한미사우회는 확실한 우군입니다. 또 김원세·김지우 씨는 임주현 부회장의 딸이고 송철호 씨는 송영숙 회장 남동생이니 이들도 모녀 측 우군이라 볼 수 있죠.

그런데 이 가운데 송영숙 회장의 직계가 아닌 친인척도 보입니다. 각각 1만여 주를 가진 이서정, 이서진 씨는 정확한 가족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나, 임종호·임진희·임종민 씨는 고(故) 임성기 창업주 조카입니다. 이 셋의 표가 213만 주나 됩니다.

MTN 이슈체크팀 취재에 따르면, 실제로 주주총회 전날 송영숙 회장측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 친인척 가운데 가운데 일부가 임종윤 측을 지지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주총 뒤 결과를 분석해보니 적어도 200만표 이상이 사실은 형제 측 지지표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를 향했는지를 분석해봤더니 이 역시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주총 전 예상과는 달리 모녀 측 지지가 조금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인주주들은 형제 측 지지가 많았는데, 일부 기관주주들이 모녀 측에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결과적으로 이번 주총의 캐스팅보트는 소액주주가 아니라 일부 친인척 특수관계인이었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이사.

이일호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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