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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인사이드] 애플 닮은 엔비디아..'열린 생태계' 반격 거세진다

두 기업 폐쇄적 생태계 유사
iOS와 쿠다로 사용자·개발자 구속
진입장벽 높여 성장 발판 마련
김이슬 기자

팀쿡 애플 CEO,/ 사진=뉴시스

애플과 엔비디아는 폐쇄적 생태계를 발판 삼아 글로벌 일류로 성장한 닮은꼴 기업이다. iOS라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통해 사용자를 구속하는 '락인(Lock-in)' 전략을 써온 애플처럼 엔비디아도 소프트웨어 '쿠다'를 써야만 자사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작동하게 만들어 시장을 석권했다. 경쟁사 추격을 따돌리며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해 온 애플과 엔비디아의 성벽을 허물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 폐쇄적 생태계가 공정 경쟁 해친다...애플 '사면초가'

"애플의 성공은 기술과 서비스 우월성이 아닌 불법 배터적인 행위 때문이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5년간의 심층 조사 끝에 애플을 향해 겨눈 반독점 소송 칼날은 '폐쇄적인 생태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맥북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앱스토어 등 자사 제품과 서비스만을 사용하게 하는 불법 독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실제 애플 기기는 서로 호환되지만 구글 OS인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기반의 PC 등과는 연결이 쉽지 않다. 법무부는 애플의 성공 비결이나 다름 없는 이 같은 폐쇄성을 겨냥해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에게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공개한 소장을 보면,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출시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독자 생태계를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애플 고위 간부는 잡스 CEO에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을 번갈아가며 전자책을 읽는 아마존 광고에 관한 이메일을 보낸다. 잡스 CEO는 "사용자와 개발자를 애플 플랫폼에 묶어두라"고 지시한다. 경쟁사의 진입을 막는 애플의 행태가 의도적이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미 법무부가 문제 삼는 기준은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및 수수료 부과를 주로 들여다보는 유럽연합(EU) 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

독일 뮌헨의 애플 매장./사진=뉴시스

□ 지나치게 커진 애플 지배력...소비자 선택권 침해

법무부는 애플의 독점적 지위가 굳건해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뒤따른다고 우려했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는 애플의 높은 진입 장벽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으로 아마존과 MS, 대만 HTC, 한국 LG전자 등을 거론했다. 애플에 대적할 경쟁사로 구글과 삼성 정도가 남았지만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봤다. 미국 아이폰 사용자의 3분의 1은 1996년 이후 출생자들로, 이들 가운데 삼성 스마트폰을 쓰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애플 독주에 아이폰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처음 등장한 아이폰 가격이 299달러, 올해 물가로 조정하면 450달러 수준인데 비해 최신 아이폰 가격은 (아이폰15 프로 256G) 1099달러에 판매된다. 단순 계산해도 두 배 이상 올랐다.

애플은 자신들의 폐쇄적 생태계가 기술 혁신을 이끄는 차별화 전략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독점 규제 칼날이 무디지 않을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 법무부는 애플이 혁신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 규제 당국이 MS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애플이 윈도 운영체제용 아이팟과 아이튠즈 버전을 개발하면서 성장 기회를 얻었고, 궁극적으로 아이폰 출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애플의 성공을 이끈 폐쇄적 생태계가 이제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됐다"고 진단했다. 법무부가 승소하면 애플의 사업 해체 등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할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뉴스1

□ 쿠다 없으면 엔비디아 AI칩 못 써...애플 생태계와 유사

엔비디아가 글로벌 AI 가속기 시장 1위 기업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쿠다'라는 강력한 소프트웨어가 뒷받침하고 있다. 쿠다는 AI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밍을 위해 필수로 사용하는 도구로 엔비디아의 GPU에서만 작동한다. AI 호황을 발판삼아 엔비디아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건 우수한 GPU 성능은 물론, 10년 이상 '쿠다 생태계'에 개발자들이 묶여 있는 '락인' 효과가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쿠다를 사용하는 개발자는 전 세계 400만명이다. 쿠다를 활용한 프로그래밍 코드가 축적되다보니, AMD와 인텔 등 경쟁사들이 고성능 AI 반도체를 내놓더라도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GPU만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쿠다를 앞세워 AI 반도체 분야에서 애플처럼 철옹성을 쌓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개발자 행사 GTC에서 "AI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단순한 칩 공급 회사가 아니라 AI 서버 구축을 위한 네트워킹과 클라우드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을 아우르는 종합 AI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일례로 엔비디아는 슈퍼컴퓨터 구독 서비스인 'DGX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들이 매달 일정 구독료만 내면 별도 서버를 구축하지 않아도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학습과 생성형 AI 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결국 소프트웨어가 핵심...삼성-네이버 등 탈엔비디아 합종연횡

엔비디아 독주를 막으려는 글로벌 빅테크들은 '오픈소스 프로젝트' 연합으로 맞설 채비를 하고 있다. 구글과 인텔, 퀄컴 등은 컨소시엄을 꾸려 다양한 AI 가속기 칩을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열린 생태계'로 엔비디아의 쿠다 종속성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진화할 AI 칩의 핵심이 소프트웨어 기술이 될 거란 판단이 깔려 있다. 지금까지 AI 가속기 역할을 한 반도체는 주로 게임용으로 쓰였던 GPU였지만, 방대한 데이터의 학습과 연산 처리를 맡을 고성능 AI 전용 칩의 등장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자신들의 소프트웨어 설계 강점을 내세워 AI 반도체 직접 제조에 뛰어든 것도 일맥상통한다.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손잡고 AI 추론 칩인 '마하1' 개발에 착수하면서 회심의 반격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GPU에 필수적으로 붙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고, 파운드리 사업까지 맡고 있지만 AI 특수를 크게 누리지 못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공개한 마하1은 네이버가 핵심 소프트웨어 설계를 담당한다. GPU와 HBM으로 구성된 엔비디아 AI 가속기와 달리, 저전력 D램을 활용했고 메모리와 GPU간 처리량을 8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게 특징이다. 올해 네이버 성능 검증이 완료되면, 이를 발판 삼아 엔비디아 AI 가속기 대항마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부 교수는 "엔비디아가 주도해 온 AI 반도체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종합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AI 플랫폼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슬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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