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엔터&피플] '기생수: 더 그레이' 이상해야 뜬다는 연상호 감독의 신념

천윤혜 기자

사진 제공=넷플릭스

'부산행'(2016)으로 한국형 좀비를 만들어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연상호(45) 감독이 이번에는 한국형 기생생물을 가지고 돌아왔다.

지난 5일 공개된 '기생수: 더 그레이'(연출 연상호/제공 넷플릭스/제작 클라이맥스스튜디오·와우포인트)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전소니)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공개 3일 만에 630만 시청 수(시청시간에 작품의 총 러닝타임을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 비영어 부문 1위(4월1일~7일 기준)에 등극했다.

전편 공개 후 만난 연상호 감독은 "반응을 확인할 루트가 많지 않아서 X(구 트위터)에서 검색하거나 플릭스패트롤(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서비스) 순위를 보는 게 다인데 일본에서 반응이 괜찮더라. 원작이 일본 작품이다 보니까 일본 반응이 궁금했다. 그런데 재밌게 보신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작품의 원작인 이와아키 히토시의 '기생수'는 누적판매 2500만부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사랑 받은 만화다. 일본에서는 이미 2015년 두 편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연 감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가 '기생수'라며 일종의 팬심으로 이번 작품의 연출에 나섰다고 밝혔다.

"'기생수'가 세계관이 있는 만화잖아요. 일본에서 이런 일이 있으면 한국에선 어떤 일이 있을까 상상했죠. 판권 때문에 (제작을) 못 할 줄 알았는데 (판권을 가진 일본 제작사와) 금방 미팅이 잡혔어요. 의외로 재밌어 해주셨고 작가님도 아이디어를 재밌어 하신 것 같아요."

다만 원작과는 달라진 부분이 많다. 주인공 설정부터 이야기 전개 방식은 원작과 전혀 다른 결로 나간다. 소재만 가져다 썼다고 해도 될 정도다. 원작과 같은 내용을 기대한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워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은 없었을까.

"팬 문화 중에 팬픽(팬들이 만든 소설 등의 2차 창작물)과 같은 게 있잖아요. '스타워즈'는 팬들이 만든 스토리가 더 많기도 하고요. 저는 그런 관점으로 이번 작품을 만들었어요. 원작을 각색해서 만든다는 개념이 아니었죠. 사실 저는 시원하게 스핀오프라고 하고 싶었어요. 홍보 과정에서 이게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은데 만들 당시에는 팬으로서 재밌게 만든 거예요.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사진 제공=넷플릭스

그가 초점을 맞춘 건 일본과 한국에 기생생물이 동시에 떨어진다는 가정하에 두 나라가 각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냐였다. 그렇기에 원작의 내용에 매몰되지 않고 오로지 한국적인 특성을 고려해 새롭게 창작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 결과 원작에서 인간과 기생생물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게 가능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다른 설정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저는 수인과 하이디(수인 몸에 있는 기생생물)라는 전혀 다른 인물이 서로를 어떻게 이해할 건지가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둘의 소통이 극적으로 보이려면 어려움이 커야 한다고 생각했죠. 직접 소통이 안 되는 인물로 가는 방향으로 고민하다 보니 원작에서 이즈미 신이치가 죽을 위기에 빠진 이후부터 미기(이즈미 신이치와 공존하는 기생생물)가 잠드는 시간이 생긴다는 설정이 생각났어요. 그걸 극적으로 가져온 게 수인과 하이디예요."

그렇지만 스토리가 아무리 좋다 해도 장르 특성상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기술이 좋지 않으면 작품의 매력은 반감된다. 이를 고려할 때 '기생수: 더 그레이'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얼굴이 열리고 기생생물이 나오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연 감독도 VFX(시각특수효과) 기술에 감탄하면서도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일본에 이미 실사 영화 '기생수'가 있었는데 저는 상당히 괜찮게 봤어요. 그래서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생생물을) 구현하다 보니 저희가 모르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원작에선 머리카락이 촉수가 되기도 하는데 (구현을 해보니까) 어떻게 해도 이질감이 상당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질감이 최대한 안 생기는 방식으로 연출할 건지 고민했죠. 그래도 또 하게 된다면 노하우는 생긴 것 같아요."

그럼에도 자신 있던 건 일명 '상모돌리기' 액션. 극 중 수인의 몸에 있던 하이디가 마치 상모를 돌리듯이 얼굴에 있는 촉수를 돌려 다른 기생생물과 싸우는 장면은 상모돌리기 액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화제가 됐다. 다소 독특한 액션이지만 덕분에 예측 불가한 볼거리가 생겼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상모돌리기 액션이 통할지 생각했을 때 저는 된다고 봤어요. 이상해야 퍼질 수 있는(화제가 될) 가능성이 있지 무난해선 안 된다고 본 거죠. 그만큼 위험성도 있지만 액션 스타일에 대해서는 주장을 많이 한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기생수' 상모가 출시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하하"

연 감독은 이 드라마를 통해 조직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그의 말처럼 '기생수: 더 그레이' 속 기생생물은 종교 단체를 만들어 인간을 상대하고, 반대로 인간은 더 그레이 팀을 꾸려 기생생물을 잡는다. 위험한 상황에 놓인 존재들이 조직을 구성한다는 설정은 전작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특징. 그가 유독 이런 방식의 전개를 선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을 담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게 있는 거죠. 최근 했던 작품들이 조직이나 이데올로기를 담았는데 요즘이 이데올로기의 세상이잖아요. 뭘 믿고 살아야 할지 모르는 세상에서 저도 혼돈을 느끼니까 그런 식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아요."

사진 제공=넷플릭스

그런가 하면 엔딩에 등장한 일본 배우 스다 마사키(일본 실사판 주인공 이즈미 신이치 역)는 원작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렀다. 시즌2가 나온다면 기존 캐릭터들이 이즈미 신이치와 함께 하는 이야기가 그려질 것 같다는 기대도 자아냈다.

"스다 마사키 배우가 출연한 건 당연히 다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배우에겐 꽤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요. 내용 자체가 (원작 상황과) 같은 시간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엔딩에서 마지막에 만나는 건 (기생생물이 나타난 지) 8년 정도 후라고 생각했죠. 어떤 사건 때문에, 또 어떤 목적으로 한국에 오게 됐는지 배우에게 설명해 줬어요. 그런데 그렇다 해서 시즌2가 확정인지는 제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회사에서 열심히 얘기하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 공개 후 좋은 반응이 이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시즌2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기생수: 더 그레이'까지 시즌2가 확정된다면 연상호 감독은 더 바빠질 예정. 지난 3년만 해도 그는 '방법: 재차의'(2021), '지옥'(2021), '괴이'(2022), '정이'(2022), '선산'(2024) 등 연출과 각본을 가리지 않고 여러 작품을 내놨다. 올해는 '지옥' 시즌2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작업 과정 자체를 즐기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작 감독다운 행보다. 하지만 막상 연 감독에게 새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들어보면 생각보다 혹독했다.

"틀에 가두면 더 좋은 측면이 있어요. '이런 걸 만들어야 한다'고 틀을 만들어 버리고 그 안에 자신을 던지는 거죠. 그러면 그 안에서만 돌 수밖에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서 괴로운데 뺑뺑 돌다 보면 명백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쉽게 말하면 스스로한테 외주를 주는 거예요. 외주가 그렇잖아요. 남의 일이고 괴로운데 해야 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하게 돼요. 저는 제 자신을 아는데 내버려두면 아무것도 안 할 스타일이거든요. 가둬놔야 하는 편이에요."

그는 지금까지 보여준 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한 가지 장르에만 매몰되지 않는 감독이 되고 싶은 바람이다. 이는 연 감독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지리라는 기대로 이어진다.

"(제가 원래) 여러 기획을 하고는 있어요. 그런데 '부산행' 때문이겠죠? 그런 것들(장르물)만 픽업이 돼요. 이젠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전과 다른 걸 하고 싶다는 의지를 부리려고 하고 있죠. 지금 준비하는 작품은 CG적인 요소가 전혀 없고 카메라 효과로만 촬영하고 있기도 해요. 새로운 걸 시도해봐야 한다고 봐요. 다만 새롭게 하는 게 잘 돼야 다양하게 할 수 있겠죠. 오래 (연출을) 하려면 새롭게 하는 작품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나와야 하지 않나 싶어요."


천윤혜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