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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니체가 강조한 공부법 "야 너도 00할 수 있어!"

윤석진 기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이 나라의 백 년을 좌우할 큰 계획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지 못했습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여러명에게 같은 내용을 수업하는 방식은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마차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고 편지가 SNS로 바뀌는 동안 교실은 성역처럼 남아 네모 반듯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달라질 조짐이 보입니다. 코로나19와 챗GPT 덕분입니다. 학교가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은 교육 혁명 사례를 짚어보기 위해 '교실밖에서'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사진제공=뉴스1

글이 잘 안 써질 땐 밖으로 나와 무작정 걷는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노트북 앞에 앉는다. 거짓말처럼 손이 움직이면서 진도가 나간다. 걷기는 나를 배신한 적이 없다. 한 바퀴 걷고 왔음에도 글이 안 풀리는 건, 글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덜 걸었기 때문이다. 손이 멈추면 발을 움직여야 한다.

일단 걷고 본다. 철학자 니체도 걷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뇌 질환을 앓았던 니체는 틈만 나면 알프스 산들과 호숫가 등지를 걸었다. 그는 "진정 위대한 생각은 전부 걷기에서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걷기 신봉자였다. 임마누엘 칸트는 걷기 루틴으로 유명하다. 그는 매일 오후 3시 30분이면 산책을 했는데, 이 시간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당시 쾨니히스베르크 사람들은 그가 산책하는 시간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고 한다.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장자크 루소, 노자도 걷기를 예찬했다. 위대한 생각은 철학자들의 다리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걸으면 건강해진다. 건강한 신체에는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수사(修辭)가 아닌 과학적 원리로 풀어보자면 이렇다. 운동을 하면 뇌의 시냅스에 위치한 신경전달 물질이 방출되면서 정보 전달이 원활해진다. 뉴런 가지가 자라나고 정보 저장 공간이 많아져 기억력이 좋아진다. 운동이 학습에 도움이 되는 건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00만명이 넘는 학생들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운동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성적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작정 많이 걸으면 될까. 일단 우리의 목표는 손흥민 같은 축구 선수나 헬스 트레이너가 아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습득하고 싶을 뿐이다. 운동은 크게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으로 나뉘는데, 뇌를 깨우는 쪽은 유산소 운동이다. 걷기,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개인 별로 적합한 운동 횟수와 강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과식이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과한 운동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 반대로 운동량이 부족하다면 뇌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다.

참고할 만한 기준이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연령에 따라 권장 운동 시간을 둘로 나눴다. 3세~5세 사이의 아이들은 신체 발달 단계 상 '하루 종일 활동'을 권고한다. 이 나이 대 아이들은 먹고 노는 활동이 곧 운동이자 공부다. 6세~17세 아이들은 매일 60분 이상 활동을 권한다. 일주일이면 420분. 성인에겐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권장한다. 미성년 아이들이 성인보다 3배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셈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2021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매일 운동하는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전혀 체육 활동을 하지 않는 10대의 비율도 34.1%나 됐다. 또한 WHO 조사 결과, 146개국 중 한국 청소년의 운동 부족, 특히 여자 청소년의 운동 부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한 사교육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학생들은 학원을 뺑뺑이를 돌거나 과외를 받느라 운동할 틈이 없다. 국영수 같은 이른바 '주요 과목' 공부 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하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 참여율은 78.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교육도 문제다. 학교 체육 수업 시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초등학교 1, 2학년에는 단독 체육 교과가 아예 없다. 음악, 미술, 체육을 한데 묶어 '즐거운 생활'로 편성해 놨을 뿐이다.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다면, 틈틈이 운동하는 수밖에. 등·하교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쉬는 시간에는 술래잡기를 하면서 쫓고 쫓기는 활동을 한다. 수업이 다 끝나면 친구들끼리 축구나 농구, 줄넘기 등을 하고 집에서는 저녁 먹기 전에 가족끼리 산책을 나간다. 소파에 앉아 TV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광고가 나오면 벌떡 일어나 푸시업 같은 맨손 체조를 한다.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학생 하루일과 운동법'이다. 미국 아이들도 우리 만큼이나 운동을 안 하는 모양이다.

그냥 운동이 하기 싫은 아이들도 있다. 꼭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것을 꼽는다면, 운동과 공부는 분명 최상위권에 속할 것이다. 운동 앱은 이런 게으른 아이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된다. 미국의 스트라바(Strava)가 대표적이다. 걷고 뛴 활동을 수치로 남겨 내 운동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친구들 간 기록 공유도 가능하다. 이 앱은 전세계 이용자 수가 1억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앱으로는 야핏 사이클이 있다. 야 나도 할 수 있어, 라는 광고로 유명한 야나두가 만들었다. 교육 회사가 운동 앱을 만든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운동이야말로 효과적인 학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앱을 공교육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는 건 어떨까. 운동을 입시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 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윤석진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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