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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싸구려 트릭 엔딩 좋아해"...'동조자' 박찬욱이 TV 선택한 이유

천윤혜 기자

사진 제공=뉴스1

박찬욱 감독이 '동조자'로 야심차게 돌아왔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동조자'(감독 박찬욱/제공 쿠팡플레이/제작 A24‧Team Downey‧Rhombus Media‧모호필름‧Cinetic Media)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했다.

'동조자'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 HBO 오리지널 리미티드 시리즈로 제작됐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15일 쿠팡플레이에서 첫 공개됐다.

박찬욱 감독이 글로벌 시리즈를 연출한 건 지난 2018년 BBC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이번 작품의 공동 쇼러너(co-showrunner)이자 총괄 프로듀서로서 제작, 각본 등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으며 1회부터 3회까지 연출을 담당했다. 이후 회차인 4회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5회~7회는 마크 먼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은 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의 동명 소설이다. 이날 현장에서 박 감독은 "극장용 영화가 아니라 시리즈를 만드는 데 있어서 영화가 따라올 수 없는 매력은 많은 인물을 다룰 수 있다는 거다. 원작 속 등장인물들을 없애지 않고 그들의 매력과 개성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작과 차별화를 둔 지점에 대해 "원작에도 흥미로운 비유를 동원한 유머가 곳곳에 있는데 환경, 공간 등은 영상 매체의 특권이니까 그걸 가동해서 이 상황이 갖는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식의 유머를 만들려고 했다. 비극적인 상황이라 씁쓸한 유머가 있지 않나. 그걸 제일 중요하다고 봤다. 소설과 제일 다르고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코미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베트남 전쟁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만든 이유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제가 베트남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니기에 (역사에 대해) 거리감이 있다고 봤다. 또 세대로 봐도 어느 정도는 알지만 아주 잘 알지도 않는, 그래서 객관성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독일 감독이 와서 한국 역사를 얘기하겠다고 한다면 비웃을 생각이 없다. 궁금할 거다. 어떤 관점이 들어갈지 궁금하다고 생각할 거라고 봤다. 결국 사건과 역사를 얼마나 진지하게 공부하느냐가 중요하다. 역사 속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존중을 담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나라 역사에 접근하는 태도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사진 제공=뉴스1

그가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캐스팅이었다고. '동조자'에는 베트남계 호주 배우인 호아 쉬안데(대위 역)를 비롯해 많은 베트남 배우들이 출연한다. 박 감독은 "캐스팅 과정에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였다. 배우는 물론, 배우가 아닌 사람들까지 범위를 넓혀서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거쳐서 최소한의 연기를 할 수 있는지 몇천 명을 봐야 했다. 결국 캐스팅된 사람 중에는 배우가 아닌 사람도 있다"며 "그들을 믿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내가 이 사람을 캐스팅했을 때 다양한 장르를 연기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지, 하다가 힘들다고 도망가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번 작품에서 CIA 요원부터 교수, 국회의원, 영화감독까지 1인 4역을 소화했다. 박 감독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줄임말인 '로다주'라고 부르면서 "그도 한국에서 로다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한 배우에게 1인 4역을 맡긴 이유가 있다며 "원작을 어떻게 각색할지 논의하던 초창기에 떠올린 아이디어다. 3회에 스테이크 하우스 장면이 있는데 여기 등장하는 (4명의) 백인 남성들은 자기 분야에서 성공해 자리 잡은 인물이다. 그런데 모두 미국 자본주의를 보여주는 네 개의 얼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하나의 존재라고 생각한 거다. 그 점을 시청자가 단박에 알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논의하다가 제일 효과적인 건 한 명의 배우가 모두 연기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걸 소화할 배우가 누가 있을까 했는데 역을 다 합치면 주연이나 다름없다. 훌륭한 배우가 많아도 다양한 역할을 개성 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쉽게 찾기 어려웠는데 모두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고)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TV 시리즈를 한 적도 없고 슈퍼스타라 (기대 없이) '보내나 보자' 했는데 금방 하겠다고 해서 신나게 시작할 수 있었다"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동조자'뿐만 아니라 '파친코', '삼체' 등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만들어지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박 감독은 미국 대중문화가 이처럼 변화할 수 있던 데에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성공도 작용했다고 본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시대가 그런 작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삼체' 같은 작품에 거대한 자본이 투입될 수 있던 데에는 시대의 영향이 필수적이다. 대중문화에서 특정 일부 집단, 특정 인종의 목소리만 들려왔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 늦었지만 생기고 있다고 본다. 소수 집단이 점점 힘을 갖게 되면서 자기 목소리를 갖는 통로가 생겼다. 경제의 논리로 봐도 이건 하나의 시작이 된 것"이라며 "베트남 배우가 대거 등장하고 (미국인들이) 자막으로 읽어야 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건 어찌 보면 놀랍고 어찌 보면 너무 늦은 일"이라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요즘 시청자들은 한꺼번에 보는 걸 좋아하더라. 한 주에 한 편씩 보는 재미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TV 시리즈를 만들 땐 그런 마음이다.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볼 때 다음주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지 않나. (절정에서 끊어버리는 엔딩을) 싸구려 트릭이라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걸 좋아한다. 그걸 만끽하기 위해선 한꺼번에 보는 것보다 기다리면서 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대폭소가 터지는 유머는 아니지만 그 웃음을 음미하면서 보시면 좋을 것 같다"며 앞으로 공개될 '동조자'를 기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한편 '동조자'는 총 7부작으로, 쿠팡플레이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 8시에 1회차씩 공개된다.



천윤혜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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