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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영어교육, 초등학교 3학년 때 하는 게 맞아?

윤석진 기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이 나라의 백 년을 좌우할 큰 계획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지 못했습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여러명에게 같은 내용을 수업하는 방식은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마차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고 편지가 SNS로 바뀌는 동안 교실은 성역처럼 남아 네모 반듯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달라질 조짐이 보입니다. 코로나19와 챗GPT 덕분입니다. 학교가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은 교육 혁명 사례를 짚어보기 위해 '교실밖에서'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사진제공=뉴스1

물 펀드에 가입했다. 무슨 무슨 워터펀드였던 것 같다. 물을 물 쓰듯 쓰다 보니 물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고 무테 안경을 쓴 은행원이 말했다. 10년 넘게 부은 적금을 깼다. 뭐든 사 놓기만 하면 오르던 시기였다. '물 펀드에 물 먹었다'는 기사가 쏟아질 때 쯤 내 생각이 사이비 신앙에 가까웠다는 걸 깨달았다. 반토막 난 펀드를 서둘러 팔았다. 몇 달 뒤 바닥을 찍은 물펀드가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물 만난 물펀드'라는 기사가 뜨고, 고수익 사례자의 인터뷰가 나왔다.

어떤 주식 종목이 유망한지 많이들 묻는다. 경제 방송 기자는 어디서 주워듣는 정보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때마다 워터펀드 얘기를 꺼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아, 하는 탄식과 함께 중요한 약속이 떠오른 사람처럼 서둘러 자리를 뜬다. 전문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외제차를 (리스해서) 끌고 다니는 자칭 투자의 고수에게 언제 살까요, 라고 물으면 그건 신의 영역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뭘 사야 한다며 침을 튀기며 말하다가도 언제라는 단어 앞에선 입을 다문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뭘 언제 시작해야 할지 늘 궁금하다. 언제 이유식을 시작해야 할지, 언제 따로 재워야 할지, 언제 스마트폰을 사줘야 할 지, 언제 영어에 노출시켜야 할지, '언제'로 시작하는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교육 시점에 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신체 발달에 관한 건 삐뽀삐뽀119를 참고하면 된다지만, 교육에는 왕도가 없기 때문이리라. 하버드 언어학자 에릭 레너버그는 만 2세부터 사춘기가 완료되기 전까지를 영어 학습의 적기로 봤다. 언어습득장치 이론을 주창한 노암 촘스키는 언어습득장치 이론(LAD)을 제시하고 생후부터 13세까지를 적기라고 했다.

몇몇 국가 학교들은 우리보다 이른 나이에 영어를 가르친다. 초등학교 3학년, 그러니까 10세에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한국 학교와 달리 폴란드는 5세,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는 6세,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은 7세에 영어를 필수로 배운다.

조기 영어 교육이 자녀에게 스트레스만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언어학자 커민스 박사는 모국어가 발달되어 있지 않은 단계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언어 발달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 영어 교육 반대하는 학자들은 외국어 교육에 적기는 없으며, 사회·경제적 환경만 적절하다면 얼마든지 빠른 습득이 가능하다고 본다. 중국과 대만은 우리처럼 초3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일치된 견해가 없다 보니 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막막해 진다. 그러다 보니 가장 안전해 보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일찍 하고 보는 것이다. 영어교육 회사 윤선생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영어교육 시기는 최근 6년 새 1년 이상 빨라져 평균 5.2세에 첫 영어책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게 2년 전 통계다.

요즘엔 유아 시기에 팝송을 들려주는 건 기본이고, 엄마 뱃속에서 양수를 먹고 있는 태아에게 영어 동화책를 읽어준다. 안녕하세요, 도 못하는 아이에게 하와유를 가르치고 아이보다도 한국어가 서툰 원어민 강사에게 교육을 맡긴다. 영어 교육에 한해선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이 진리로 통하는 듯하다.

자녀 교육에 인색한 부모는 드물다. 교육이 자녀의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육 시점이 빠를 수록, 사교육 의존도가 높을수록 교육비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서울 기준으로 지난해 사교육비 월평균 지출은 59만6000원이다. 계산하기 쉽게 60만원으로 잡고 초중고, 12년 간 지출했다고 가정하면 총 8600만원 정도가 된다. 쓰지 않고 모았다면 이자까지 포함해 약 1억원의 현금이 될 수 있었던 돈이다.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매월 교육비를 지출하는 게 모으는 것 보다 나은지 생각해볼 문제다.

교육 시점을 아이마다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버드대 교수인 하우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론'에서 사람의 지능을 언어, 논리수학, 공간, 음악 등 9가지로 분류했다. 언어 지능이 있는 아이라면 영어 교육을 좀 일찍 시작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물론 자녀가 어떤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자신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미국의 심리투자가 마이클 더글라스는 '심리투자 불변의 법칙'에서 자기 관찰을 강조했다. 그는 '투자 실수를 막는 1차 방어선은 실수에 대해 생각하는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알고 자식을 알아야 손해 보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윤석진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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