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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례없는 부동산 공모펀드 '반대매수청구권'…금융당국·업계 '혼란' 지속

이전까지 부동산 공모펀드 반대매수청구권 발생 사례 없어
부동산 업황 둔화에…부동산 공모펀드 반대매수청구 발생
구체적 운영방안 마련했지만…불확실성 여전
은주성 기자



국내·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에 대한 손실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펀드 반대매수청구권을 놓고 금융당국과 자산운용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이전까지는 부동산 공모펀드의 반대매수청구권 발생 사례가 나타나지 않아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부동산 업황 둔화로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가 늘면서 반대매수청구권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올해 1월 부동산 공모펀드 반대매수청구권 발생을 늦출 수 있는 ‘반대수익증권 매수 연기 승인제도 운영방안’을 마련한 이후 아직까지 연기 승인을 신청한 운용사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전부터 문의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방안이 마련된 이후 반대매수청구권에 대한 연기 승인을 정식으로 신청한 회사는 아직 없다”며 “지금까지 사례가 없는 만큼 반대매수 연기에 대한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구체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운용사의 반대매수청구권 연기 신청이 들어오면 사안을 살펴본다는 입장이고, 운용사들은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전혀 없는 만큼 검토를 이어가면서 눈치를 보고 있다. 반대매수청구권이 발생한 투자자들은 당국과 운용사 사이에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결국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부동산 업황 둔화…부동산 공모펀드 반대매수청구권 리스크 부각

소수의 투자자를 모아 운용하는 사모펀드는 만기 연장 시 수익자 전원의 동의를 구하는 반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공모펀드는 수익자총회를 거쳐 펀드 만기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르면 공모펀드의 계약기간 변경 등에 대한 수익자총회 결의에 반대하는 수익자는 수익자총회 결의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수익증권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펀드를 설정한 집합투자업자는 매수청구 기간이 만료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수익자의 반대매수청구권에 응해야 한다. 이는 소수 지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매수자금이 부족해 매수에 응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반대 수익자의 수익증권 매수를 연기할 수 있다. 이 권한은 금융감독원에 위탁돼 있어, 결국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이자 비용 부담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외 부동산 공모펀드들의 수익률이 급락했다. 펀드 청산을 위한 자산 매각도 여의치 않아 만기 연장을 선택하는 펀드들이 크게 늘었다. 부동산 업황이 회복된 이후 자산을 처분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반대매수청구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자본시장법이 금융당국 승인을 얻을 경우 공모펀드 반대매수청구권 효력 발생을 연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어떠한 조건과 기준을 갖춰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공모펀드가 반대매수청구권에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가령 일반적인 개방형 펀드의 경우에는 반대매수청구권이 발생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펀드 투자자산인 주식 등을 현금화해서 반대매수를 청구한 수익자에게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펀드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비시장성 자산으로 빠른 처분·현금화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반대매수청구권이 발생하더라도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이전까지는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공모펀드의 자산매각 및 청산이 원활하게 이뤄졌지만,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사례가 늘고 이를 반대하는 수익자가 발생하면서 반대매수청구권 발생에 운용사들의 대응이 필요하게 됐다. A자산운용사는 국내 부동산 공모펀드 만기연장을 검토했지만 반대매수청구권의 불확실성 때문에 EOD(기한이익상실)를 선언하기도 했다.

과거 부동산 공모펀드 관련 반대매수를 청구한 사례가 없었고, 반대매수 연기 승인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B자산운용사의 국내 부동산 공모펀드에서 반대매수청구권이 발생하는 등 운용사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금감원은 구체적인 기준 등이 담긴 운영방안을 마련해 1월 금융위에 보고를 완료했다.

■ 반대매수청구권 연기 승인제도 마련했지만…불확실성 여전

부동산 공모펀드 반대매수청구권을 연기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 등이 마련됐지만 업계와 당국의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금감원이 마련한 ‘반대수익증권 매수 연기 승인제도 운영방안’을 살펴보면 반대수익증권 매수자금이 부족한 공모펀드에 대해 합리적인 기간(최대 1년) 내에 매수청구 수익증권을 전액 매수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연기를 승인하기로 했다.

또 펀드 책임운용 문화 정착 등을 위해 운용사가 고유자금으로 매수할 여력이 있음을 입증하고 구속력있는 이행계획을 제출하는 등 1년 내 반대매수청구분 해소를 담보하는 계획을 포함하도록 했다.

금감원의 입장에서는 펀드에 자금회수 기회를 제공해 찬성수익자와 반대수익자 모두의 권익을 균형감있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기를 승인하는 것은 반대매수청구권자의 제산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예외적으로 반대매수청구권 연기 신청을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금감원이 마련한 기준을 총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투자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자금여력이 크지 않아 고유자금을 투입하기가 어렵고 특정 펀드에 자금을 사용할 경우 배임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부동산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금감원이 최대 기간으로 제시한 1년 내 자산매각 및 재원 마련이 불발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계획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반대매수청구권자의 지위 등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다. 현재 반대매수청구권이 발생한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법원 판례와 상법 등에 따르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의 법적 성격을 형성권으로 보고 있다. 즉 기업의 승낙 여부와 관계없이 일방적 의사표시로 주식매수에 관한 계약이 성립되고, 주식 매수가액 미확정 등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음에도 기업이 매수기간 내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를 참고할 경우 부동산 공모펀드 만기연장에 반대한 수익자가 수익자총회 결의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면 주식매수 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운용사가 매수청구 기간 만료 이후 15일 이내 매수청구권에 응하지 않았다면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매수청구권자에 대해 펀드 수익자의 지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 채권자로 전환됐다면 변제 순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등 세부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가령 반대매수에 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펀드 배당금이 발생할 경우, 반대매수청구권자의 펀드 수익자 지위가 남아있다면 배당을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펀드 수익률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C자산운용사의 경우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만기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무려 40%가 넘는 수익자가 반대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른 지연손해금이 대거 발생한다면 펀드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펀드 만기연장에 찬성한 수익자들과 역차별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가령 부동산 공모펀드가 결국 대규모 손실을 피하지 못한 채 청산한다면, 대주단과 반대매수청구권자들이 변제 우선순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펀드 만기연장에 동의했지만 변제순위가 낮은 일반 투자자들만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반대매수청구 규모가 크지 않은 운용사는 반대매수 연기 승인을 신청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반면, 반대매수청구 규모가 큰 운용사는 대책 마련에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공모펀드의 부실을 예측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미리 마련했다면 혼란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대체투자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아직 미성숙한 부분도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제도적 미비점이 나타나면서 업계가 우왕자왕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주성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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