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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밸류업’ 가이드라인…실효성 의문도 지속

기업의 자율적 참여에 초점…페널티는 없어
기업 참여 유인 부족 지적도
은주성 기자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상장기업이 개별특성을 고려해 정량화된 재무지표 개선 계획뿐 아니라 지배구조 등 비재무지표 개선 노력까지 담도록 했다. 다만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에 초점을 맞추고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5월 중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개별특성에 맞춰 가치제고를 위한 핵심 지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세운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의 산업 특성과 성장단계 등이 다양한 만큼 중장기적인 가치 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지표를 자율적으로 선정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았던 지배구조 등 비재무지표 개선 계획도 담도록 했다. 주주 권리 제고, 이사회 책임, 감사의 독립성 등을 비롯해 중복상장 이슈, 지배주주의 비상장 개인회사 이해상충 우려 등 추상적인 요소들에 대한 개선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시선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업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기업 참여를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이 없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령 일본의 경우에는 지난 2022년 상장시장 분류를 개편한 뒤 2023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저조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자본비용 및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현방안을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율사항이지만, 올해부터 매월 의무이행 기업과 검토 기업들을 게시하면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에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자본시장 발전 정책인 ‘신 국9조’를 발표하면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에 소극적인 상장기업을 관리종목(ST)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페널티를 부과하면서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자율공시 사항이라 공시 여부와 주기 등을 기업이 모두 알아서 결정한다. 연1회 등 주기적 공시를 권장할 뿐이다. 불리한 내용은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불성실공시 및 불공정거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변수가 많은 만큼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허위내용 공시 등 부당한 의도가 있다면 불성실공시 지정·불공정거래 조항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또 전략·재무담당 부서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작성하고, 이사회가 경영진의 수립·이행 과정을 감독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만큼 이사회가 공시의 신뢰성 등과 관련해 책임을 회피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의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법안 개정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점도 부담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영기업 비중이 높은 중국 등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며 “대주주에 이익이 집중되는 취약한 지배구조 등을 고려할 때 강제성이 부족한 기업 밸류업 정책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밸류업 정책이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기업이 진정성 있는 계획을 공시에 담을 수 있도록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면 공시 내용을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공시에 엄격한 페널티를 부여하면 공시가 진정성 없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질 것”이라며 “시장 경제 매커니즘에서 가장 효율적인 페널티가 바로 건전한 피어 프레셔(동조 압력)를 통한 기업들의 자발적인 행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헌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하지만 시장의 평가를 통해 피드백이 다시 기업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공시 사례가 축적되고 좀 더 자리를 잡으면 가이드라인도 지속적으로 보완·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주성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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