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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공부한다고 돈주면 성적이 오를까

윤석진 기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이 나라의 백 년을 좌우할 큰 계획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지 못했습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여러명에게 같은 내용을 수업하는 방식은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마차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고 편지가 SNS로 바뀌는 동안 교실은 성역처럼 남아 네모 반듯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달라질 조짐이 보입니다. 코로나19와 챗GPT 덕분입니다. 학교가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은 교육 혁명 사례를 짚어보기 위해 '교실밖에서'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사진제공=뉴스1

아이의 꿈은 탕후루 가게 사장님이다. 요즘 설탕 바른 과일에 푹 빠졌다. 남들 다 사 먹을 땐 안 먹다가 뒤늦게 맛 들렸다. 평소에 과일을 잘 안 먹는 아이인데 탕후루는 잘 먹는다. 이러다 당뇨병에 걸리거나 이가 몽땅 썩을 것 같아 걱정이다. 생각해보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어찌 됐든 과일을 먹는 거니까. 과일에는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들어있다. 동네 프차이즈 탕후루 가게도 그런 내용을 문 앞에 붙여놨다. 귤 탕후루의 비타민C 함량은 9.5mg이고 샤인머스캣과 거봉은 각각 0.3mg, 0.7mg이라고 한다. 죄책감이 조금은 줄었다.

공부하면 돈을 준다는 광고를 보면, 탕후루가 떠오른다. 하기 싫은 공부 위에 설탕을 발라 놓은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쓰는 '사탕발림'과는 다르다. 사탕발림은 남을 속여서 이득을 보려는 까만 속내 위에 설탕을 뿌린 거라 이걸 먹은 사람은 나중에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반면 공부로 금전적인 보상을 얻는 쪽은 손해 볼 게 없는 듯하다. 돈을 벌기 위해 나쁜 짓도 하는데 공부라니. 금상첨화다. 국내에선 몇몇 입시 교육 회사와 영어회화 업체들이 장학금 또는 장려금을 준다는 명목으로, 돈 주는 학습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돈 주는 공부의 본류는 미국이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민간 기업이 아닌 주 정부에서 돈을 내준다. 코로나19 이후 출석률이 낮아진 일부 학교들은 학생이 얼굴만 비춰도 돈을 줬다. 미국 교육전문 저널 에듀케이션위크에 따르면, 미주리 주의 한 학교는 여름 방학 프로그램에 나온 학생들에게 100달러를 줬다. 테네시 주에선 출석률이 높은 학생들에게 NBA 티켓을 뿌렸다. 이 학교들의 출석률은 나란히 올라갔다.

시험을 보거나 성적이 향상된 경우에도 돈을 준다. 뉴욕의 한 학교는 표준시험 점수가 높은 4학년 학생에게 25달러를 지급했다. 7학년에겐 시험을 볼 때마다 50달러를 줬다. 시카고에는 A를 받으면 50달러, B에는 35달러, C에는 20달러를 주는 학교도 있다. 댈러스에선 2학년 학생이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2달러를 주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현금 보상이 항상 학습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댈러스에서 2달러를 받고 책을 본 학생들은 독해 점수가 향상되었지만, 뉴욕이나 시카고에선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돈과 성적 향상 간의 연결 고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2017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롤랜드 프라이어는 이와 관련한 실험을 진행했다. 텍사스 주 휴스턴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수학 숙제를 내줬다. 학생들은 숙제를 완료할 때마다 2달러를 받았다. 그 결과 더 많은 학생들이 수학 숙제를 제출했고, 연말 시험에서도 더 높은 성적을 거뒀다. 여기서 끝나면 해피엔딩이겠지만, 이 이야기엔 반전이 숨어있다.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올랐지만, 읽기 과목 성적은 떨어졌다. 총점으로 따지면 이전과 비슷한 점수를 받은 셈이다. 금전적 보상의 효과성은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논란거리다.

효과를 떠나서 돈이 내적 동기를 해친다는 우려도 높다.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 느끼는 희열과 성취감, 몰랐던 걸 알게 됐을 때의 고양감이 단순히 돈 벌어서 좋다, 는 만족감으로 대체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바라는 건 높은 성적 만이 아니다. 억지로라도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배움의 재미를 찾도록 하는 게 돈을 주는 궁극적인 목적이다. 마이클 샌델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돈을 주면 아이들이 독서를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지며, 결국 독서의 내재적 장점을 퇴색시키고 밀어내거나 서서히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일을 안 먹는 아이에겐 설탕이라도 발라서 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돈을 주는 학교의 심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게 꼭 돈이 아니어도 될 것 같다. 전문가들은 아이마다 바라는 보상이 다 다른 만큼 아이의 욕구를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부유한 집 아이에겐 돈 보다 칭찬이나 놀아주는 시간이 가장 큰 보상일 수 있다. 학원 뺑뺑이를 도느라 바쁜 아이는 늦잠, 흥이 많은 아이는 노래방,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맛집에 반응할 것이다. 뭘 줄지 정하는 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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