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다방] 이지스밸류리츠, 자산 매각 없는 특별배당 추진…실현 구조는
태평로빌딩 자산가치 증가에…자산 매각 없이 특별배당 나서자본재조정으로 배당재원 마련…‘선배당 후투자’ 도입으로 주주환원 적극
은주성 기자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이지스밸류리츠)가 특별배당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특히 자산 매각 없이 평가이익 일부를 현금화한 뒤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공다방에서는 이지스밸류리츠의 특별배당 구조를 살펴보려 합니다.
■ 태평로빌딩 가치 상승에…특별배당 계획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밸류리츠는 태평로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이지스97호펀드’가 자본재조정(리캡)을 통해 지급한 중도상환금 중 이익 부분을 특별배당할 예정입니다.
태평로빌딩 전경. /사진=이지스자산운용 |
이지스밸류리츠는 프라임 오피스에 주로 투자하는 리츠로, 지난 2020년 7월 코스피시장에 상장했습니다.
당시 이지스자산운용의 첫 번째 상장리츠로도 주목을 받았는데요. 상장 이후 오피스를 비롯해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늘렸고, 운용자산(AUM) 규모도 3000억원 수준에서 1조5000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지스밸류리츠의 첫 기초자산이 바로 태평로빌딩인데요. 서울 시청역 인근에 위치한 CBD(중심업무지구) 대형 오피스로, 연면적 4만㎡(약 1만2100평)에 지하 6층~지상 26층 규모입니다. 이지스밸류리츠는 태평로빌딩을 보유한 이지스97호펀드 수익증권을 매입하면서 지난 2020년 해당 자산을 리츠에 편입했습니다.
이후 태평로빌딩 가치가 상장 당시와 비교해 40% 이상 상승하면서 평가이익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이지스97호펀드가 자본재조정을 통한 평가이익 일부를 이지스밸류리츠에 지급하기로 했고, 이를 리츠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것입니다. 예상 주당 배당금은 600원 수준으로, 연환산 배당수익률은 무려 20%가 넘습니다.
■ 자산 매각 없이 배당 주목…자본재조정으로 배당재원 마련
특히 이지스97호펀드가 자산 매각 없이 우선주 발행 및 중도상환금 지급으로 자산의 평가차익을 배당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츠나 부동산펀드가 보유자산을 실제로 매각한 뒤 얻은 차익을 배당한다는 점과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자본재조정(리캡)은 기존 인수금융 등을 상환하고 조건을 달리해 재차입하는 과정에서, 기업이나 자산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기존보다 더 많은 차입을 일으킨 뒤 차액만큼 회수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기존 대비 차입금을 늘린 만큼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어 PEF(사모펀드)들이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투자금을 회수하는 통로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사진=이지스자산운용 |
이지스밸류리츠는 지난 2020년 당시 태평로빌딩을 약 3025억원에 매입했는데요. 선순위대출로 1778억원, 중순위대출로 151억원, 공모를 통해 약 1133억원을 조달했습니다.
이후 현재 태평로빌딩 가치는 당시보다 약 1160억원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자산가치 상승분 일부를 자산매각 전 투자자들에게 조기에 돌려주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지스밸류리츠는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4월 이지스97호펀드의 900억원 규모 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300억원은 펀드유보금으로 남겨두고, 296억원은 투자금 회수금으로, 나머지 304억원은 실현이익으로 보고 특별배당을 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특별배당은 올해 연말에나 이뤄질 전망인데, 그 시점까지 304억원을 단순히 보유하고 있을 실익이 없습니다.
이에 따라 이지스밸류리츠는 우선 기존 수익증권 담보대출 560억원을 조기 상환하는 데 해당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이후 연말이 되면 신규대출 차입을 통해 특별배당 재원을 다시 인출해 특별배당을 실시한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지스밸류리츠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연 7% 금리로 560억원을 차입했는데요. 기존 차입금 상환기일이 12월까지인 데다 조기상환 수수료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기상환으로 최대 26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됩니다.
■ ‘선배당 후투자’ 제도 도입…특별배당 확정 뒤 투자 결정 가능
이지스밸류리츠가 ‘선배당 후투자’ 제도를 도입하는 점도 눈에 띕니다.
일반적으로 상장사 대부분은 사업연도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한 뒤 2~3개월이 지나서야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하고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투자자는 배당금 규모를 모르는 상태에서 주식에 투자해야 합니다.
반면 새로운 배당제도는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해,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액이 결정된 뒤 투자자들이 배당금액을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배당금 예측 리스크를 줄이고 주주들의 정확한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는 것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금융 구조 개선과 자산 편입 및 편입 후 지속적인 가치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지스밸류리츠를 주주의 선택과 신뢰에 보답하는 리츠가 되도록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은주성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