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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국가대항전' 열렸는데…바라만 보는 한국

AI 규제법 마련하는 미·EU·일
자국 기업 유리한 규제 법제화
한국은 AI기본법 국회서 낮잠
이수영 기자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달리(DALL·E)로 그린 그림

글로벌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AI 주권을 지키기 위한 주요국들의 '자국 우선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AI가 일자리·의료·문화 등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자, 외국기업 AI 기술로 자국 산업이 종속되는 걸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규제하며 지원하는 모습이다.

AI 경쟁이 '국가대항전'으로 번진 가운데 우리나라도 한국 기업 환경에 유리한 AI 기본법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美, 자국 중심 'AI 행정 명령'

"미국이 AI를 확보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데 있어 앞장설 수 있도록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AI 훈련부터 서비스까지 통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현장에선 커다란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미국 백악관은 사후브리핑을 통해 '전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발전시키는 광범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자국 기업이 유리한 위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술과 인프라 차원에서 견제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 기술의 훈련부터 서비스까지 통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발표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미국 행정명령의 핵심은 AI 개발부터 활용 서비스까지 전 과정에서 정부가 직접 개입한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AI 기술은 물론 외국 기업도 포함한다.

외국 기업이 AI 시스템 학습에 미국 인프라를 사용할 경우, 그 사실을 신고하도록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에 대한 규제도 신설했다. 신고제는 AI에 사용되는 CSP 제품의 해외 판매업체까지 확대 적용된다.

미국이 AI 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겠다고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트럼프 정부 때도 유사한 AI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윤혜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을 중심으로 AI 위험성 관리라는 게 굉장히 빨리 안착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지난달 AI 안전과 관련해 협업 체계를 만드는 등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기술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제도도 제대로 안 갖춰져 있고 기술 부문도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떤 포지셔닝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빅테크 AI 규제하는 EU…日도 논의 시작

유럽 국가들도 자국 기업은 보호하고 미국 등 해외 빅테크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 의회에서 통과된 AI 법(EU AI Act)은 AI를 위험 등급별로 투명하게 관리하는 대신, 고위험으로 판단될 경우 AI 시스템 제공 기업에게 데이터 공개와 적합성 평가를 요구한다.

유럽연합(EU) 인공지능법(AI Act)에서 정의한 AI 위험 등급 /자료=EU 홈페이지

고위험 AI 등급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최대 1500만유로(약 220억원) 또는 글로벌 매출액의 최대 3% 과징금을 부과한다. 기업은 관할 당국에 AI 자동 로그 기록에 대한 접근 권한도 제공해야 한다.

빅테크들이 만든 범용AI(General Purpose AI, GPAI)에 대해선 더욱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한다. EU 저작권법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AI 훈련 과정과 테스트 절차, 평가 결과를 공개하도록 했다. 국가 당국과의 협력도 의무다.

반면 오픈소스 AI 모델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프랑스 '미스트랄 AI'와 독일 '알레프 알파' 등 유럽 AI 기업이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하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회는 마지막 회의에서 역내 기업 보호를 위해 이러한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도 지난달 기업용 AI 가이드라인을 공표하는 등 뒤늦게나마 AI 규제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달 열리는 AI 전략회의에서 규제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민간의 자율적 대응에 맡겨왔던 방침 전환에 일본 정부 내에서는 신중론도 있다"며 "그럼에도 법 규제를 논의하는 것은 일본만 규제 강화에서 뒤떨어지면 사회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 한국은 'AI 법' 국회 폐기 수순…부처 간 기싸움만

우리나라도 산업 변화 속도와 국내 기업에 맞춘 AI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에 머물러 있는 'AI 기본법'은 국내 AI 산업 육성과 안전 등 기본적인 규제를 담고 있으나, 여야 합의 실패로 21대 국회가 끝나는 이달 말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부처 간 AI 주도권 경쟁이 혼란으로 번지면서, 범정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과기정통부가 AI 기본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I 프라이버시 가이드라인', 방송통신위원회는 'AI 이용자보호법' 등을 각각 진행하고 있어 중복 규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부처별로 어느 교수는 방통위편, 누구는 과기부편, 개보위편 이런 식으로 편을 가른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부처 이기주의를 벗어나 전문가들이 사회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제대로 된 것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유럽이나 일본처럼 전문가 그룹을 준상설화하고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수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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