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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금감원 회계부정 '봐주기 논란'..진실은?

대기업 1000억 분식회계를 금감원이 방치했다?
이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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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이 1000억원 규모 회계부정을 저질렀고 이를 조사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사람은 국회의원이고. 해당 기업은 LS전선입니다. 주장대로라면 대기업의 회계부정을 금융당국이 봐주고 있다는 건데요, 사실일까요.


■ LS전선이 원안위에 출연금을 내게 된 사연

LS전선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480억원의 출연금을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냈습니다. 2026년까지 520억원을 추가로 납부해 1000억원을 채워야 합니다. LS전선이 이 출연금을 내게 된 건 10년여 전 사회적 문제가 됐던 시험성적서 조작 사태 때문입니다.

2013년 신고리 1·2호기와 등 원자력발전소 6기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들어간 게 확인됐습니다. 사고가 나면 국가적 재난이 될 수 있는 원전에 문제 있는 장비가 들어간 것이니 논란이 컸죠. 이 제품을 납품한 곳은 LS전선의 자회사 JS전선이었습니다.

LS그룹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8년 JS전선 법인을 해산합니다. 이후 LS전선은 재판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에 200여억원을 배상하고 관련자들도 처벌받게 됐죠. 관련해 LS그룹이 사회적으로 약속한 게 1000억원 출연입니다.

2014년 LS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원전 안전 관련 지원금 출연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사회 결의 후 공시도 합니다. 출연 관련 법이 정비된 뒤 LS전선은 2018년~2026년까지 해마다 100억원 상당, 총 1000억원을 출연하는 협약을 원안위와 체결합니다.

2017년 LS전선-원자력안전위원회 간 협약서 주요 내용. /출처=과방위 2020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자료 중

■ 충당부채가 뭐길래?

최근 이 건에 대해 허숙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핵심은 ‘LS전선이 출연금을 충당부채로 인식해야 하는데 기부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이죠.

회계에서 말하는 부채라는 건 일종의 ‘의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외상으로 물건을 사면 매입채무가 생기는데요, 이는 외상값을 갚아야 할 의무죠.

부채 중에는 '충당부채'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차를 판매할 때 고객에게 약속하는 무상수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자동차업체 A사가 고객한테 차를 팔 때 향후 3년·10만km 무상수리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A사는 이 약속 때문에 미래에 돈을 들여 무상수리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회계처리는 어떻게 할까요.



총 100억원 상당의 차를 팔았고, 과거 경험상 3년내 무상수리에 드는 비용이 매출의 5% 정도라면 A사는 5억원(100억원×5%)을 ‘판매보증충당부채’로 설정합니다. 무상수리를 약속하고 제품을 팔았다면 미래에 수리가 발생할 때 들어갈 비용을 추정해 부채로 잡는 겁니다. 이 때 손익계산서에도 5억원을 비용(보증수리비)으로 미리 반영하는 겁니다.

만약 이듬해 실제 무상수리로 2억원이 들었다면 그만큼 의무를 이행한 것이 됩니다. 따라서 판매보증충당부채를 2억원 줄이면 됩니다. 이 때 실제 투입된 무상수리비 2억원은 따로 비용처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앞에서 예상비용 5억원을 미리 비용으로 반영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의무라고 하는 게 반드시 법적의무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충당부채는 법적 강제성이 없어도 의제의무가 있다면 인식해야 합니다. 의제의무를 LS전선에 빗대면 이렇습니다. LS전선은 시험성적서 조작 사건에 대해 2014년 대국민 사과를 하며 1000억원 출연을 약속했죠. 이사회 결의를 거쳐 공시로 못 박았고요. 이후 원안위와 협약서도 체결했습니다. LS전선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출연금을 성실히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원안위는 LS전선이 당연히 그 책임을 이행할 거란 '정당한 기대'를 갖게 됩니다. 상대방이 정당한 기대를 갖게끔 하면 회계기준상 의제의무가 성립됩니다. 이 경우 출연금은 충당부채로 잡아야 할 수도 있죠. 그런데 앞서 말했다시피 LS전선은 충당부채로 잡지 않았습니다. 출연금을 낼 때마다 그때그때 기부금 비용으로 처리를 했습니다.

■ 회계부정으로 보는 게 맞나?

2019년 원안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던 감사원이 금감원에 유선질의를 합니다. 'LS전선 출연금을 충당부채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죠. 금감원은 이에 대해 충당부채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나 정확한 판단은 구체적인 상황과 양자 간 협약 내용 등 전반적인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감사원에 전달했습니다. 감사원도 이후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5년이나 지난 2024년에 와서 왜 이게 문제가 됐을까요?

허숙정 의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9년 당시 감사원 문의을 받은 뒤 '내부검토보고서'(이하 '내부문건')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허 의원은 "이 내부문건을 보면 '협약서에 기초할 때 기금의 출연은 충당부채의 인식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이 당시 LS전선의 출연약속을 충당부채라 판단해 놓고도, 회계부정을 감리하지 않고 방치 또는 봐주기를 해왔다고 의심하는 거죠.

금감원 담당자가 내부문건에서 '충당부채의 인식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쓴 것은 맞습니다. 이후 금감원 감리부서에서 세부 내용을 확인한 결과, 출연금은 회계적으로 기부금이 맞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관련해 금감원은 허 의원의 문제 제기 이후 지난 19일 보도설명자료를 냈습니다. LS전선이 출연금 납부의무를 충당부채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해 회계기준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금감원이 충당부채로 판단했던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것일까요? 금감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감사원의 비공식 유선 질의에 대해 ‘약식 검토 후 유선(전화) 답변’이라는 일반적 절차에 따라 대응했다는 겁니다. 자문교수 등이 참여하는 공식회의를 열어 회계문제를 논의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이후 회계감리 부서에서 사실관계를 추가 확인해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금감원은 '협약서를 보면 LS전선이 출연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원안위와의 관계에서 심각한 손해나 패널티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판단의 근거를 설명했습니다(아래 금감원의 5월19일자 해명자료 참조).


/출처=금융감독원 5월 19일 보도해명자료 갈무리


■ 심각한 손해나 패널티가 없다면 '정당한 기대' 해당 안 돼

원안위는 LS전선이 출연금을 낼 것이란 정당한 기대를 가질 수 있죠. 협약서도 썼고 사회적 약속도 했고 공시도 있었으니까요. 충당부채를 반영해야 하는 의제의무가 성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충당부채 회계기준에 대해 금감원이 2006년 제정한 '재무보고 실무의견서'에는 이 정당한 기대에 해당하지 않는 네 가지가 나와 있습니다.


/출처=금융감독원 '2006년 재무보고에 관한 실무의견서' 중

금감원은 LS전선 출연금이 위 사안들 중 두 번째, 즉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심각한 손해나 패널티가 없는 경우라고 판단한 겁니다. 협약서에는 "원안위와 LS전선은 신의로써 (협약을) 이행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써있을 뿐입니다. 충당부채가 아니라 기부금으로 회계처리가 가능한 근거가 명확한 것이죠.

사실 이 문제가 최초 시작된 건 LS전선이 코로나19 당시 출연금을 덜 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00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하였으나 코로나19로 기업경영이 악화되면서 원안위와 협의하여 2020년엔 출연금을 안 냈습니다. 2021년엔 80억원만 냈습니다. 협약서에는 LS전선의 경영환경 등 상황에 따라 변경이 필요한 경우 출연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LS전선은 2022년과 2023년에는 다시 각각 100억원을 납부해 정상적으로 출연 약속을 이행했습니다. 현재까지 낸 돈은 480억원으로, 2026년까지 잔액 520억원이 남았습니다.

LS전선측은 <이슈체크>팀에 "사회적 약속까지 하고 출연금을 내기로 한 만큼 정해진 기간 내에 출연금을 완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 출연금 회계처리보단 '진짜 잘 낼 지'가 중요

결론적으로 이번 LS전선의 출연금 사건은 회계처리를 어떻게 하느냐보다 ‘LS전선이 국민들과 약속한 출연금을 잘 내느냐’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원자력 안전을 위해 쓰일 소중한 돈이기도 하고, LS전선으로선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민과 약속까지 한 건이니까요. LS전선이 향후 이 출연금을 잘 내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일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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