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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천사의 와인은 성가를 들으며 익습니다"

몬테스 와인의 아팔타 와이너리
중력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
지하 셀러, 진폭 긴 음악 틀고 숙성
이수현 기자

(사진=MTN)

"몬테스의 시작부터 천사가 함께 해왔습니다"

몬테스 알파타 와이너리(Viña Montes, Alpata)의 입구에 들어서면 사람 크기 만한 천사상이 모든 방문객을 맞이한다. 몬테스의 상징이 천사가 된 건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더글라스 머레이(Douglas Murray) 씨가 여러 차례에 걸쳐 죽을 고비를 넘겼고, 이 과정에서 수호천사에 대한 믿음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천사 관련 예술품을 모았고, 몬테스의 모든 와인 라벨에는 천사가 그려졌다.
(사진=MTN)

그 중에서도 와이너리의 입구에 있는 천사 조각상은 사업 초창기 둘 곳이 없어서 와인 숙성고에 보관됐다. 결과적으로는 몬테스의 첫 와인이 생산될 때부터 모든 걸 지켜본 수호천사가 된 셈이다. 몬테스 그룹은 당시 사업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던 작은 와이너리가 오늘날 칠레를 대표하는 와인 브랜드로 자리잡게 된 건 신의 가호 덕분이라고 말한다.
(사진=MTN)

몬테스 그룹의 초청으로 방문한 아팔타 와이너리는 실제로 천사가 발을 디딘 것처럼 아름다웠다. 와이너리를 둘러싼 포도밭은 구획별로 다른 포도를 심어 색색깔로 빛났고, 그 위로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며 반짝이는 풍경을 만들었다. 와이너리 앞 뒤로는 물이 흐르는 작은 못을 만들어 물과 땅, 바람이 어우러지도록 한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 바보 같은 천사의 도전
(사진=MTN)

포도가 익어갈수록 포도나무의 잎도 초록색에서 노란색, 빨간색으로 다시 주황색의 낙엽으로 변하는데, 이 과정이 광활한 포도밭에 펼쳐져있다.

칠레의 포도밭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하기 때문인데, 그 만큼 시내에선 멀리 떨어져있고 야생에 가까운 땅이다. 말과 라마도 곳곳에 있다. 말은 트렉터 대신 땅의 경작을 돕는 역할이고, 라마는 잡초를 뜯어먹는다고 한다. 토끼가 포도나무를 갉아먹지 않도록 뿌리 가까이에 비닐을 둘러쌌고, 새들의 습격도 막아야 한다. 말 그대로 대자연 속 포도밭이다.
(사진=MTN)

포도밭은 평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낮은 경사, 가파른 경사에 빼곡히 포도나무가 심겨졌다. 몬테스는 칠레에서 최초로 45도 급경사에 포도나무를 심은 걸로도 유명하다. 경사에 포도를 심으려면 노동력과 비용이 평지보다 세 배쯤 드는데다 몬테스가 시작한 1990년대에는 칠레에 지금과 같은 포도 재배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 바보같은 일로 여겨졌다.
(사진=MTN)

그런 바보 같은 시도로 만들어진 포도밭이 이 곳 알파타의 가장 험난한 경사까지 일궈져 있고, 이 포도로 만든 와인이 '몬테스 폴리(Montes Folly)'다. '폴리'는 어리석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몬테스의 철학을 가장 잘 표현한 와인으로도 꼽히다.

아무도 포도를 심지 않는 경사에 포도밭을 일군데다, 그 포도 품종도 일반적으로 칠레에서 심는 까르베네 쇼비뇽나 카르미네르가 아닌 시라(Syrah)였기 때문이다. 황당하다고까지 여겨진 시도였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몬테스의 성장 동력이 된 도전 정신과 함께 자유로운 실험 정신을 볼 수 있는 사례다. 그래서 몬테스 폴리에 그려진 천사는 다른 어떠한 천사보다도 자유분방한 모습이다.
(사진=MTN)


■자연이 준 방식 그대로

몬테스의 도전정신은 '드라이 파밍(Dry Farming)'을 칠레에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드라이 파밍은 관개시설을 최소한으로 쓰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연 그대로 포도를 기르는 방식이다. 물을 적게 빨아들이다보니 포도알이 아주 작지만, 뿌리는 물을 찾기 위해 악착같이 깊이 뻗어나가게 된다. 이를 통해 포도열매가 토양의 풍부한 미네랄을 가득 머금게 된다.
(사진=MTN)
전체 포도 수확량이 줄어들게 되지만, 품질은 높아지는 효과다. 와이너리 내부를 봐도 포도를 조심히 다루는 걸 볼 수 있다. 특히 펌프 사용을 자제하고 중력의 흐름대로 동선을 설계한 것이 인상적이다. 포도를 수확한 다음 맨 꼭대기에서부터 점차 파쇄, 발효, 숙성 단계를 순서대로 거치게 한 것이다.
(사진=MTN)

일반적인 와이너리들처럼 1층에서부터 시작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는 과정을 거치거나 인위적인 펌프질을 하는 것이 와인의 품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동선을 만들어내기 위해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의 엘레베이터를 특수 주문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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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숙성고인 지하 셀러로 가면 숙연한 분위기다. 어둡고 서늘한 동굴 같은 곳에 엄숙한 중세 교회의 그레고리오 찬가가 널리 울려퍼지고 있다. 몬테스는 진폭이 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와인의 숙성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해 이렇게 음악을 틀어둔다.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 와인 메이커는 "와인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품질이 저하된다"며 "인위적인 외부의 압력을 최소화하고, 잔잔한 진동으로 와인을 숙성시키는 것처럼 작은 세부사항들이 프리미엄 와인의 품질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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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사람들이 만드는 행복한 와인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 와인 메이커(사진=MTN)

지하 셀러에서 와인 테이스팅을 위해 다시 윗층으로 올라가다 보면 전반적인 채광이 밝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점진적으로 밝아지는 구조로, 동선 곳곳에 자연광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걸 볼 수 있다.

보통 와인은 만드는 과정에서 직사광선을 피한 서늘한 곳이 필요하다. 오래된 와이너리들이 고풍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지만, 우울한 근무환경이기도 하다.

블랙홀처럼 어둡고, 인공적인 빛에 의지해서 일해야 하는 환경이라 충분한 햇빛을 받지 못해 대형 와이너리에서 직원들이 병들어 나가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몬테스는 이 같은 해외 와이너리들을 보고 알파타 와이너리는 반대로 최대한 밝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창업자에서부터 내려 온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와인을 만든다'라는 가치가 담겼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공동체, 환경 그리고 물과 전기 사용까지 모든 것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실천해야 한다는 철학과도 연결된다.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 핵심 가치다.

(사진=MTN)
포도밭은 성수기를 중심으로 일꾼들이 몰리는데, 이렇게 일하기 위해 교육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몬테스는 공립 교육 과정을 끝마칠 수 있도록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사회와 동떨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좋은 기운이 흐르는 일터를 만들고, 자연이 준 선물으로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 몬테스 와인의 역사를 일궈낸 핵심 가치다.

이수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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