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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와인 대가 몬테스 "세상의 끝까지 포도나무 심는다"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Aurelio Montes Jr.) 인터뷰
"기후 변화로 파타고니아까지 가서 포도밭 일궜죠"
끝없는 도전 정신으로 새 포도밭 개척
창립자 이어 칠레 와인의 프리미엄화 과제 직면
이수현 기자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Aurelio Montes Jr.) 와인 메이커(사진=MTN)

나고 자란 곳에서 뜯겨져 나와 이리저리 옮겨집니다. 짓이겨지고 밟힙니다. 어둡고 습한 곳에서 썩기 직전까지 방치되고, 가느다란 목을 가진 병에 담깁니다. 이 과정을 거쳐 포도는 와인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지구 반대편 칠레에 가보니 와인이 되기 위한 포도의 아픔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칠레 와인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몬테스입니다. 몬테스 와인은 칠레에서 국보급 와인 메이커로 평가받는 아우렐리오 몬테스 시니어(Aurelio Montes Sr.)의 아들,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Aurelio Montes Jr.)가 대를 이어 와인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 와인 메이커는 와인을 자식처럼 길러낸다고 말합니다. 포도를 운반할 때는 압력을 줄이기 위해 중력을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동선을 설계했고, 와인 숙성 과정에서는 그레고리 찬가를 들려주며 잔잔한 진동 속에 잠들게 합니다. 몬테스 와인이 첫 싹을 튼 칠레 콜차구아 밸리(Cholchagua Valley), 아팔타(Apalta) 와이너리에서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 와인 메이커와 만났습니다.


■ 좋은 와인은 좋은 포도가, 좋은 포도는 좋은 땅에서
(사진=MTN)

몬테스가 가장 투자를 집중하는 건 땅입니다. 포도밭의 기초가 되는 토양은 '떼루아'라는 고유명사로 불릴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몬테스는 물이 없는 곳에는 저수지를 만들고, 경사가 진 곳에는 평지보다 세 배의 비용을 들여 포도를 심는 도전을 해왔습니다.

자연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처럼 보이는 이 모든 과정은 오히려 자연에 대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숙명을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 와인 메이커에게 심어줬습니다.

몬테스 와인메이커는 "땅에 대해서 배우는 것을 멈춘 적은 없습니다"라며 떼루아에 대한 철학을 풀어나갔습니다.

그는 "가장 처음으로 뭔가를 한다는 건 언제나 벅찬 도전입니다. 아팔타는 몬테스가 가장 처음 개척한 곳으로, 익숙한 지역인데도 오늘날까지도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이 배움의 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MTN)

떼루아에 대한 분석이 어렵고 복잡해질수록 와인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입니다.

"좋은 와인의 80%는 포도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20%는 와이너리에서 결정되지만, 저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포도로 이 와이너리에서 마법으로 좋은 와인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와인을 만드는 건 인류의 역사 속에서 3,000년이 넘은 오랜 기법입니다. 따라서 새롭거나 놀라운 기교 같은 것은 없고, 전 과정에서 작은 세부사항을 놓치지 않는 것에 완벽을 기할 뿐입니다"


■세상의 끝에 뿌리내린 포도나무
(사진=몬테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1,200km 떨어진 칠로에(Chiloe) 지역으로 갑니다. 비행기를 타고 2시간 정도 걸리는데, 비행기서 내린 후 차를 빌려 1시간 30분 정도 운전해서 갑니다. 그 곳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 다음, 또 내려서 15분 정도 걸으면 파타고니아 포도밭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몬테스는 떼루아에 대한 지속된 연구와 투자를 통해 세상의 끝에도 포도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남아메리카 최남단에 있는 파타고니아 지역에도 포도밭을 일구고 있는데, 6여년전 시작된 이 여정은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몬테스 방식의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사진=몬테스)

남북으로 긴 칠레는 위쪽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아타카마 사막이 있고, 동쪽에는 안데스 산맥, 서쪽으로는 태평양 해안을 만납니다. 남쪽은 남극에서 가장 가까운 땅, 말 그대로 세상의 끝인 땅을 밟게 되는데, 그 앞 앞에 펼쳐지는 건 거대한 빙하 지형입니다. 동서남북으로 산맥, 바다, 사막과 빙하가 모두 만나는 나라인 겁니다.

칠레는 해양 기후와 화산 지형까지 복잡한 지형적 특성 덕분에 전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떠올랐고, 몬테스는 칠레 전역에 걸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남극 근처로까지 내려가 새 포도밭을 개척하는 건 빠르게 변하는 기후 환경 때문입니다.
(사진=몬테스)

몬테스 와인메이커는 "과거에는 이 지역이 포도를 심기에 너무 온도가 낮다고 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이제는 포도를 길러내기에 적당히 서늘한 기후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이라 습도 문제가 있고, 품질을 관리하기가 어려워 아직 대량 생산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칠레의 파타고니아는 극한 야생입니다. 눈 오고, 바람 불고, 야생 동물도 많이 삽니다. 일반적인 크기보다 훨씬 큰 퓨마가 출몰하기도 합니다.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지만,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분명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변명이 아니라 와인을 팝니다
(사진=MTN)

몬테스 와인메이커가 말하는 몬테스 철학의 핵심은 '일관성'입니다. 파타고니아와 같은 새로운 시도나 과거 프리미엄 와이너리를 일군 역사를 보면 '이단아'적인 측면이 크지만, 제품에 있어서는 개성보다도 일관된 품질을 만들어내는 것에 더 큰 자부심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몬테스 와인메이커는 "우리가 파는 건 '변명'이 아니라 '와인입니다. 좋은 구실을 들어 변명하는 대신 좋은 와인을 판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와인 생산 연도에 따라 스타일을 바꾸는 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일관성은 중요한 철학이고, 프리미엄 와인일수록 오히려 더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포도 재배에 있어서 기후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또는 안 와서'라고 구실을 달 수 있지만, 프리미엄을 지향한다면 통제할 수 있는 다른 영역에서 최대한 맛의 일관성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입니다.

그는 "최고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을 지향합니다. 때로는 올해의 포도로 여러가지를 할 수 있다고 해도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혼란스럽지 않은 선에서 연도별로 와인에 개성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 있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MTN)

몬테스는 칠레에서 첫 토종 아이콘 와인을 출시한 프리미엄 와인 명가로 꼽힙니다. 몬테스 와인의 병당 평균 가격이 칠레 와인의 전체 평균보다 2.5배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상대적으로 저가 와인의 비중이 높은 다른 와이너리들보다 입문용 제품부터 높은 가격대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몬테스는 싸구려 와인을 만들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반면 프리미엄이라고 해서 일부 글로벌 초고가 와인 생산 브랜드들처럼 매년 빈티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핑계를 대는 와이너리도 되지 않겠다는 철학도 내걸고 있습니다.


■ 피는 와인보다 진하다

몬테스는 현재 전세계 100여곳이 넘는 국가에 수출되고 있는 글로벌 와인 기업입니다. 몬테스 와인메이커는 몬테스를 관통하는 가장 큰 철학으로는 도전과 일관성을 꼽았는데 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게 하는 건 대를 이은 가족 경영에 대한 확신입니다.

창업자인 아우렐리오 몬테스 시니어는 저가 와인으로만 취급받던 칠레 와인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와인 메이커로 유명합니다.

당시의 시도들은 지금도 혁신적이라고 평가받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996년 칠레의 첫 토종 아이콘 와인, '몬테스 알파 M'을 만들 때 칠레의 고유 품종인 '까르미네르 Carmenere'가 아니라 당시 전세계 대형 브랜드들이 모두 치열하게 경쟁하는 '보르도 블랜드' 방식으로 만든 것도 한 사례입니다.

아우렐리오 몬테스 시니어 회장은 '칠레에서만 나는 포도로는 1위를 해도 인정받기 어렵다'며 유럽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었는데, 실제 경쟁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의 와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극찬을 받으며 칠레 와인의 국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은 아우렐리오 몬테스 주니어 와인 메이커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 역시 바로 '몬테스 알파 M'입니다. 그는 "오늘날의 몬테스를 있게 한 건 아마 몬테스 알파겠지만 몬테스 알파 M은 더 위의 단계로 저희를 끌어올려줬습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사진=MTN)

칠레의 와인의 프리미엄 시장을 더 확대해야 하는 과제 역시 고스란히 2세인 그에게 물려내려왔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저는 아주 다른 특성을 가진 다른 세대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가끔 서핑의 예를 드는데, 아버지는 커다란 파도를 보실 수 있고 그 파도 위에 올라타신 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제 역할은 파도 위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이 보드가 뒤집히지 않도록 유지하며 파도를 길게 쭉 타고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파타고니아 프로젝트처럼 현재 그가 직면한 건 장기간 투자해야 하고, 수익성이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중장기 과제들이 대부분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이지만, 10대 아들의 아버지인 그는 몬테스가의 도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와인 사업은 모든 것이 인내심과 시간에 기반합니다. 제가 못하면 제 아들이 할 것이고, 제 아들이 못한다면 그 다음 대에서 해낼 겁니다. 몬테스가에게 와인은 곧 가족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수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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