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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SK이노, 성일하이텍과 폐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무산

폐배터리에서 양극재 금속 회수 사업 함께 하려던 계획 없던일로
지속되는 '캐즘(Chasm)', 광물가격 급락, 고금리 등 영향
폐배터리 사업성 우려 나오지만 장기적으로 거대 시장 전망
김주영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머니투데이미디어


SK이노베이션이 성일하이텍과 손잡고 추진했던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공장 설립이 무산됐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광물가격 급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 재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배터리 등 그린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 조정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자체적인 자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생산량 증설에 나섰고, 오는 3분기 결실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성일하이텍의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공장 설립이 최근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 회사는 폐배터리에 포함된 양극재 금속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회수하는 '도시 광산' 사업을 함께하기로 하고 지난 2022년 12월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두 회사는 기술력을 합쳐 폐배터리에서 배터리 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 핵심 원료를 모두 회수하겠다는 목표였다. 양극재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원료를 섞은 전구체에 리튬을 배합해 만들어진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수명이 다된 리튬이온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을 수산화리튬(삼원계 배터리에 사용)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고 현재 환경과학기술원 연구소에서 기술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1세대 기업으로 리튬이온배터리 내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탄산리튬(LFP배터리에 사용) 등 5대 소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MOU에 따라 합작법인을 세우고 국내에 폐배터리 재활용 상업공장을 건설, 2025년부터 가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합작과 관련해 1년여 간 논의를 지속했지만 각자의 갈길을 가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작 무산의 이유로는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캐즘(Chasm)' 국면에 돌입한데다 광물 가격 급락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사업 재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폐배터리에서 양극재에 필요한 금속을 회수하는 과정 / 그래픽=머니투데이방송


■SK이노베이션 "합작 무산 아닌 잠정 연기 …업황 침체, 사업 리밸런싱 영향"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는 물론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 양극재 원 소재의 수요 또한 줄어든다.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광물가격 급락도 폐배터리 재활용 업계에 현재 부담 요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리튬 가격은 75% 폭락했다. '하얀석유'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다. 니켈과 코발트 등 광물 가격은 30~45%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서는 공장 건설 자금과 인건비 등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는데, 광물 가격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재활용에 따른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합작 무산보다는 잠정 연기된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전기차 업황 침체와 밸류체인의 변화, 고금리 상황이 지속돼서 합작공장 설립이 연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그룹 전반적으로 사업 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리밸런싱' 이후 진전되는 상황이 생기면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성일하이텍은 SK이노베이션과 합작 무산에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전북 군산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2공구에 폐배터리 재활용 제 3공장 준공을 마쳤고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존 군산 1,2공장에 이어 3공장이 가동되면 연 약 2만 5000톤의 금속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 약 40만 대에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제 3공장의 정상적 가동에 온 역량을 집중한 뒤 다음 스텝을 추진하려 한다"며 "향후 미국과 유럽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후처리를 위한 제 4 공장, 제 5공장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전망 / 그래픽 =머니투데이방송

■폐배터리 장기적으로 거대 시장, 옥석가리기 펼쳐질 전망

업계는 현재 캐즘 국면에 있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폐배터리 시장에 대한 장기적 전망 또한 우호적이다.

배터리 시장 분석을 하는 SNE리서치에 따르면 2040년까지 세계 전기차 폐차 발생량은 연 평균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연평균 17% 성장해 2030년 424억 달러, 2040년 2089억 달러(약 263조 원)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내연기관 차는 폐차할 때 1대당 50만~200만원밖에 못 받는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의 잔존 성능, 배터리에서 추출 가능한 광물량에 따라 수백만원~1000만원의 가치를 지니는 만큼 장기적으로 폐배터리의 경제적 가치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향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진출 기업별 옥석가리기가 펼쳐질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최근 수년간 국내외 기업들이 잇달아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동시에 중도 포기 기업도 발생하고 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한 북미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은 최근 습식 재활용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3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지원받은 뒤 사업을 확장했지만 불어난 공사비 등으로 사업 재검토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국내에서도 자전거 기업 알톤을 비롯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출 계획을 알렸지만 사업 진전이 없는 기업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이 태동하던 2000년대 후반 화학사들이 잇달아 태양광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출혈 경쟁 속에 대부분 기업이 사업을 철수했다"며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도 과거 폴리실리콘 시장처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뚝심이 있는 소수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주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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