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I 시대 개막…챗GPT 품은 '시리'로 경쟁사 추격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캠퍼스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새 제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애플이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AI 시장에 진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다른 빅테크에 비해 AI 경쟁력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은 애플이 오픈AI와 협업을 공식화하며 바짝 추격에 나선 모습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우리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우리 삶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제품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 전반에 도입되는 자체 AI 시스템이다.

애플표 AI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음성 비서 '시리'의 업그레이드다. 애플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적용해 사용자 기기 내 정보를 바탕으로 복잡한 질문에 정확하게 답할 수 있게 됐다. 사진첩을 일일이 찾지 않아도 "2주전 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친구 스테이시에게 보내줘"라고 하면 시리가 요청을 따르는 식이다. 또 메일과 메모장에 적은 글을 AI로 교정 및 요약받고, 통화 녹음 내용을 요약본으로 받을 수 있다.

AI 기능 강화를 위해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협업도 공식화했다. 챗GPT와 연동한 시리는 자체적으로 처리 불가하다고 판단되는 명령은 챗GPT로 전달해 처리한다. 이번 통합은 올해 말 최신 기기부터 적용되며, 이용을 위한 챗GPT 별도 가입은 필요없다. 기존 챗GPT 유료 버전 이용자는 계정을 한 번 연결해 두면 아이폰에서도 유로 버전을 쓸 수 있다.

이모티콘 생성 기능인 '젠모지'도 새롭게 선보였다. 간단한 설명을 입력하면 AI가 만든 젠모지가 실시간으로 생성된다. 연락처에 저장된 상대방의 사진을 바탕으로 맞춤형 아바타 이모티콘을 만들 수도 있다. 다른 이모티콘처럼 젠모지도 메시지에 포함시켜 전송 가능하다.

애플이 WWDC에서 AI 기능을 대거 공개했지만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1%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애플의 AI 발표는 월가의 기대를 빗나간 것"이라고 분석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들이 진전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테크업계에서는 '폐쇄적 생태계'를 고집해 온 애플이 오픈AI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을 두고, AI 개발에 대한 책임에서 한 발 물러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기도 한다. 데이비드 와그너 앱투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매니저는 "애플은 AI 책임을 오픈AI와 같은 파트너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애플은 어떤 전투를 치러야 하고, 어떤 전투를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오픈AI의 AI 기능을 흡수하면서 시장 기대에 미달하는 자사 AI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애플과 협업을 계기로 이날 기조연설 현장을 찾았지만 무대에 오르지는 않았다. 올트먼은 행사 직후 자신의 SNS에 "연말까지 챗GPT를 애플 기기에 통합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맺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