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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아시아나 화물 매각 지연…"유럽, 선 넘었다"

EC, 인수의향자에 인수 후 영업자금조달 계획 요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 자료제출 요구는 이례적"
나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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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지막 퍼즐인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후보자 측에 ‘인수 후 영업자금 조달’ 관련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인데요. 이번 EC의 요청으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초 매각 측이 계획했던 5월 말 우선협상자대상자 선정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죠.

일각에선 이번 EC의 이같은 요청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도 선정되지 않았는데 EC가 추가 자료를 내라는 건 일반적인 기업결합 승인 절차에 어긋난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학계를 중심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전 단계에서 EC의 이런 조치는 월권"이라며 다소 과격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EC의 요구…"이례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

/사진=대한항공 제공

EC는 지난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렸습니다. 크게 두가지 조건을 내걸었는데 그중 하나가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이었습니다. 두 기업이 결합할 경우 대한항공의 한국-유럽 화물 점유율이 60%에 육박하게 되니 아시아나 화물 부문을 제 3자에 매각하라는 게 EC의 요구였습니다. 인수자인 대한항공은 EC의 요구에 응하기로 합니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 인수에 뛰어든 곳은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화물 매각을 주관하는 UBS는 지난달 말 인수후보자들에 대한 실사를 마쳤습니다.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 상황은 넉넉한지, 인수 의지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살펴보는 단계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통상적인 절차라면 매각자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를 EC에 통보하게 됩니다. EC는 우선협상대상자의 인수 여력, 자금 조달 계획 등을 살핀 뒤, 결격 사유가 없다면 조건부승인을 내리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EC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전 단계부터 '인수 후 영업자금 조달 계획'에 대한 추가 자료를 모든 후보군에게 요청한 상황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이후 조건부 승인을 내주는 게 EC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단계부터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죠.

이 같은 EC 요구는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반응입니다. 이번 화물 사업 인수에 뛰어든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우선협상자가 선정되기 이전부터 매각 주관사가 아닌 제3자가 영업자금조달 계획을 요구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합니다.

학계 반응은 한층 더 과격합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의향자 3곳에게 영업자금조달 계획 자료를 요청하는 건 인수자를 EC가 선정하겠다는 뜻으로도 보인다"며 "일반적이지 않고 EC의 요구가 선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합니다.

김연명 한서대학교 항공산업공학교 교수는 "EC의 요구는 화물 사업 매각을 통해 독점을 해소하라는 요구이기 때문에 대한항공 측은 매각자를 찾고 그 부분만 해소를 하면 된다"며 "현재 EC의 요구는 매각의 전체적인 과정에 개입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유럽에게 유리한(한국에는 불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학계의 지적과는 반대되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EC가 이 같은 요구를 하는 상황에도 매각자 측이 반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사전에 협의가 된 내용일 수 있다는 것이죠. 익명을 요청한 기업결합심사 관련 실무자는 "통상적인 절차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EC가 조건부 승인을 내준 시점에 매각자 측과 (영업자금조달 계획 요구에 대해) 조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만 이 같은 실무진의 주장에 대해 인수자 측은 여전히 이례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합니다. 인수자 측은 "만약 사전에 협의된 내용이었다면 매각 초기 단계부터 인수자 측이 알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의 공유는 없었고 추가적인 사안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례적이다"고 반박하는 상황입니다.

■새우는 고래를 삼킬 수 있나

EC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전 단계부터 영업 자금 조달 계획을 요청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EC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유추해볼 순 있습니다.

아시아나 화물 인수전에 뛰어든 에어프레미아(AP홀딩스),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에어인천(소시어스)의 공통점은 대주주가 사모펀드(PEF)라는 건데요.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는 가장 큰 목적은 매각 차익에 있습니다. 통상 3~5년 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매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EC가 우려하는 것도 이 지점입니다. 잦은 대주주의 교체는 사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대한항공의 화물 사업 경쟁자는 없어지고 자칫 독점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 EC의 영업자금 조달 계획의 요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항공의 화물 사업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겁니다.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것과는 별개로 항공사 자체 경쟁력에 대한 의문을 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항공사들은 각각의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에어프레미아는 2021년에 첫 운항한 신생 항공사입니다. 화물 사업 경험이 전무합니다. 에어인천은 그간 화물 사업을 해왔으나 그 노선이 단거리에만 집중돼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기업회생절차를 종료한지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실적과 재무상태가 그리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인수 후보자 중 지난해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에어프레미아(186억원)가 유일합니다. 에어프레미아 역시 그간 계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첫 흑자를 기록한 상황입니다. 이 기간 이스타항공과 에어인천은 각각 577억원, 1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3사 모두 현금 자산이 넉넉한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기준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594억원, 904억원, 108억원에 불과합니다. 또 3사 모두 지난해 순자산보다 자본금이 많은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데요. 자본잠식에 빠져있다는 건 그동안 기업의 누적 적자가 쌓여 재무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아시아나 화물 사업의 몸값은 5000억원 내외입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인수 후보군 중 자력으로 인수할 곳은 없어 보입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가 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해 주는 것도 한계가 있을겁니다.

그래서 현재 인수자들은 컨소시엄을 꾸려 화물 사업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부족한 자금력을 충당하기 위해 팀을 꾸려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인수하겠다는 건데요. 에어프레미아는 JC파트너스, MBK, 파빌리온PE와 컨소시엄을 꾸렸습니다. 이스타항공은 독자적으로 인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인수 자금은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을 통해 조달할 계획입니다. 에어인천은 인화정공, 한국투자파트너스, 프라이빗에쿼티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외신 인터뷰를 통해 "10월 말까지 미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합병 승인을 받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의 승인을 위해선 아시아아나항공 사업 매각이라는 전제조건이 따라와야 합니다. 대한항공은 과연 기간 내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까요.


나은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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