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교실 밖에서] 대학의 경쟁자는 명문대 아닌 네이버

윤석진 기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이 나라의 백 년을 좌우할 큰 계획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지 못했습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여러명에게 같은 내용을 수업하는 방식은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마차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고 편지가 SNS로 바뀌는 동안 교실은 성역처럼 남아 네모 반듯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달라질 조짐이 보입니다. 코로나19와 챗GPT 덕분입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은 교육 혁명 사례를 짚어보기 위해 '교실밖에서'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사진제공=뉴스1

치킨 값 3만원 시대가 왔다. 치킨 한 마리에 콜라, 배송비를 합치면 그 정도 돈이 든다. 안 먹고 다른 걸 시키면 그만이지만, 다른 것도 모조리 올랐다. 피자, 햄버거, 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종 가격은 1년 새 7% 상승했다. 외식비를 아끼기 위해 집 밥을 먹거나 도시락을 싸려 해도 장바구니 물가도 비싸져 그것도 부담이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통화량 팽창으로 유지된다. 돈의 양이 늘어난 만큼 돈의 가치는 줄어들면, 물가는 올라간다. 축의금과 조의금, 조악한 장난감이 나오는 캡슐 뽑기, 명절 날 조카들에게 주는 용돈도 이 메커니즘을 따른다. 초등학교 3학년에게 용돈으로 초록색 돈을 주면, 노란색은 없냐고 따져 묻는다. 인플레이션은 자본주의 사회 전반의 기본 옵션이 된 듯 하다.

물가만 오른 게 아니다. 지식 수준도 다 함께 올라갔다. 이른바 학력 인플레이션이다.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청년들 10명 중 7명은 고학력자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청년층의 고등교육(대학) 이수율은 69.6%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OECD 평균은 47.2%다.

다른 나라엔 고학력자가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이대를 25~64세로 넓혀보면 그렇지도 않다. 캐나다는 고등교육 이수율 62.7%로 OECD 국가 중 1위이고, 그 뒤를 일본(56.1%)과 아일랜드(54.4%)가 쫓고 있다. 한국은 52.8%로 4위에 올랐다. 고등교육 이수율은 나라 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학력자 공급이 늘어나다 보니 학위가 주는 이점이 줄었다. 교육 단계 별 상대적 임금을 보면, 임금 격차가 꾸준히 감소했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임금을 100으로 할 경우 일반대 졸업자의 2007년 상대임금이 177이었다면, 2011년엔 164, 2015년 145, 2019년 136, 2021년 134로 떨어졌다.
해외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학 나와 봤자 별거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배경이다.

지난해 7월 미국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5%에 그쳤다. 대학 교육에 만족한다는 미국인이 2015년만 해도 절반 이상인 57%였는데, 3명 중 1명 수준으로 후퇴했다. 국내 수능 커뮤니티나 네이버 지식인에는 대학을 꼭 나와야 하냐는 질문이 부쩍 많아졌다. 수천만원의 돈과 4년이란 시간을 투자할 만큼 대학이란 곳이 갈 만한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대학을 취업의 수단으로만 본다면 대안이 없지는 않다. 실무 교육을 제공하는 기업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직접 인재를 길러내 채용까지 하려는 목적이다. 특히 전문인력 수요가 높은 IT 분야에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네이버 부스트캠프는 나이와 학력 제한 없이 매년 500명을 뽑아 5개월간 AI 엔지니어 교육을 제공한다. 우아한 형제들의 우아한 테크코스는 매년 10개월 동안 150명을 개발자로 양성한다. 교육 이수자는 학위가 없어도 얼마든지 취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마이크로 자격증도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교육기업 코세라는 일부 유료 코스를 이수한 학습자에게 자격증을 제공한다. 코세라의 조사에 따르면, 고용주의 88%가 마이크로 자격증이 구직자를 돋보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답했다. 지난 2021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하는 CEO 협의회에 참석한 비즈니스 리더들 또한 더 넓은 인재풀에 접근하기 위해 학위 요건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네스코 국제교육계획연구소(IIEP)는 마이크로 자격증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고용주의 97%가 기술 기반의 고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대학의 쓸모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출신 대학 보다 기술을 먼저 보겠다는 거지, 대학 졸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기업은 없다. 기업 채용에서 기술만 있는 구직자는 학위만 있는 구직자 보다 앞설 수 있다. 하지만 기술과 학위를 모두 지닌 구직자를 능가하긴 어렵다. 기업이 제공하는 교육 코스와 자격증이 대학의 대체재라기 보다 보완재에 더 가깝다는 뜻이다. IIEP 역시 보고서에서 대학 학위가 기술 능력을 증명하는 데 방해가 되는 건 아니라고 명시했다. 대학 학위에 자격증 준비까지, 공부마저 인플레의 늪에 빠졌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