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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야놀자는 어떻게 나스닥 가겠다는 걸까

기업가치 12조원 따져보니…최대 4조원 산출
나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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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오는 7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이야기가 최근 전해졌습니다. 지난 7일 블롬버그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야놀자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4억 달러(한화 약 5470억원)를 조달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7월에 상장을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상장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는 것인지 불명확한 상황이죠.

야놀자 측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데요. 침묵이 길어지면서 야놀자의 나스닥 상장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추측이 난무합니다. 전문가들은 야놀자가 한국회사이기 때문에 이른바 '주식예탁증서(DR)' 발행 방식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나스닥 직상장 카드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상장설이 나돌면서 야놀자의 몸값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죠. 일각에선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10조~12조원으로 평가하는데요. 하지만 야놀자와 유사한 해외 상장기업을 활용하여 기업가치를 대략 산출해보면 이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상장 시나리오 세가지...가능성 순서는 DR발행 > 직상장 > 플립

한국 기업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식은 이론적으로 크게 세가지입니다. 가장 먼저 플립(Flip)이라는 방식이 있는데요. 야놀자가 미국에 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를 본사로 변신시킨 뒤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이죠. 미국 회사를 미국 시장에 상장한다는 점에서 절차적으로 간편한 이점이 있죠.

플립을 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먼저 야놀자 미국법인(이하 미국 야놀자)을 세웁니다. 한국 야놀자의 주요 주주인 이수진 대표, 비전펀드(소프트뱅크그룹 펀드) 등이 보유한 한국 야놀자 주식을 미국 야놀자에 출자합니다. 미국 야놀자는 출자 대가로 이 대표와 비전펀드 등에게 신주를 발행해 줘야 하죠. 이렇게 주식교환이 끝나면 출자구조는 '이 대표 및 비전펀드 등→미국 야놀자(지주사)→한국 야놀자(사업회사)'로 전환됩니다. 이후 미국 야놀자를 나스닥에 상장하면 됩니다.

국내 기업 가운데 플립을 거친 뒤, 나스닥에 상장한 사례는 없습니다. 우선 주식을 교환하는 과정이 복잡합니다. 한국 주식과 미국 주식을 교환하는 과정이다 보니 살펴봐야 할 내용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세금 문제도 발목을 잡습니다. 이 대표가 야놀자를 설립하고 주식을 취득했을 당시 야놀자의 주식 가치는 높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플립으로 주식을 전환하는 시점에는 야놀자의 주식 가치가 많이 올랐을텐데요. 플립을 거치면 이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발생합니다. 최대 수백억원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죠.

야놀자는 올해 초 델라웨어 주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였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플립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는데요. 야놀자의 기업 가치가 높아질 수록 기존 주주들이 납부해야 할 세금이 많아지므로 플립은 매력도가 떨어지는 선택지입니다.

현재 거론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이른바 '주식예탁증서(DR)'를 활용해 상장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싶은 미국인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기 위해선 달러를 원화로 바꾼 뒤, 한국 주식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거래를 해야 할 겁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수수료도 발생하게 되죠. 이런 불편함을 덜고자 만든 게 DR이라는 겁니다.

한국에서 원주를 발행합니다. 그리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미국시장에서 현지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주식증서를 발행하고 상장하는 겁니다. 예컨대 삼성전자 원주 1주를 기초로 DR 1주를 발행하는(원주 대 DR 교환비율 1대1) 방식이죠.


야놀자 역시 신주 원주를 발행하고, 이를 기초자산 삼아 나스닥 시장에서 DR을 발행해 해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과거 포스코홀딩스, 국민은행, LG디스플레이, 금호타이어 등 국내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증권 시장에서 DR을 발행했습니다. 야놀자 같은 비상장사 역시 DR 발행이 가능하죠.

기초자산이 될 야놀자 원주를 발행하여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합니다. 그리고 글로벌증권사(IB)를 주간사로 하여 나스닥 시장에서 공모 절차를 거친 다음 DR을 발행하는 겁니다. 나스닥 시장에서 IPO를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기초자산(원주)은 야놀자가 발행하는 신주가 될 수도 있고,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야놀자는 신규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신주발행이 반드시 포함할 것인데요, 두가지 방식(신주와 구주에 대한 DR 발행)을 혼합할 것으로 보입니다.

IB 전문가는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DR로 발행해 엑시트(자금 회수) 길을 열어주고 신주를 DR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야놀자 원주를 나스닥에 직상장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국 회사도 나스닥에 직상장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장폐지됐지만 통신망 기업 두루넷이 1999년 나스닥에 직상장했었죠. 직상장은 회사 주식을 나스닥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가장 수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킬 때보다 더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미국 회사가 상장하는 게 아니므로 그 문턱을 높이는 셈이죠. 우리나라의 경우도 국내 증권 시장에 상장을 추진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법률 검토, 적법성 심사 등 국내 기업이 상장하는 것과 다른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한국 회사가 직상장한 사례는 두루넷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야놀자의 직상장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해외 IPO 전문가는 "이론적으로 직상장 할 수는 있지만 할 이유가 없다"면서 "여러가지 따져보고 검토해야 할 내용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회사의 나스닥 직상장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야놀자 기업가치가 12조원? '거품 부글부글'

야놀자의 몸값 논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야놀자의 기업가치가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는데요. 하지만 실제 해외에 상장되어 있는 유사 기업에 견주어보면 12조원이라는 숫자는 과도해 보입니다.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자주 쓰이는 PSR(주가매출비율), PER(주가수익비율), EV/EBITDA 등 세가지 방식을 통해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대략적으로 추산해 보겠습니다.

MTN 이슈체크팀이 야놀자의 미래 가치를 추정하여 반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2021년~2023년 과거 수치를 활용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PSR 지표입니다. 야놀자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PSR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산출하곤 합니다. PSR은 매출액과 시가총액 간 배수를 따지는 건데요, 예를 들어 매출액이 100만원이고 시가총액이 1000만원이라면 PSR은 10배가 됩니다.

야놀자와 유사한 해외 상장 비교기업군으로는 부킹홀딩스, 익스피디아, 트립닷컴(씨트립), 에어비앤비 등 4곳을 선정하였습니다.

비교기업들의 작년 매출 기준으로 평균 PSR은 5.65배입니다. 야놀자의 2개 연도 매출의 평균을 구한 뒤, 5.65배를 곱하면 대략적인 기업 가치를 추산할 수 있는데요. 아래 표를 보시는 것처럼 PSR 을 기준으로 한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3조8691억원에 달합니다. 12조원의 약 3분의 1수준입니다.

PER 평가 모형으로도 기업 가치를 산출해보겠습니다. PER은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눠 구할 수 있는데요. 4개 기업들의 평균 PER은 23.3배로 산출이 됩니다.

야놀자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적자이므로 영업이익을 활용해 보겠습니다. 당기순손실의 가장 큰 원인이 현금유출과 무관한 무형자산(영업권) 손상이므로, 영업이익으로 대체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야놀자의 3개 연도 평균 영업이익(248억원)에서 비교 기업군의 평균 PER(23.3배)을 곱한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5778억원으로 산출됩니다. 영업이익이 저조한 탓에 기업가치가 매우 낮게 계산됐습니다.

EV/EBITDA라는 방식도 적용해보겠습니다. EV는 기업가치, EBITDA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말합니다. 야놀자의 EBITDA는 손익계산서 상의 영업이익에다 각종 상각비(유형자산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를 더하여 구합니다. 야놀자는 주식보상비용도 작지 않기 때문에 이것까지 다 더한 조정 EBITDA를 적용해 보겠습니다.

글로벌 금융업체 캐피탈IQ에 따르면 야놀자 비교기업군들의 평균 EV/EBITDA는 25.3배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야놀자의 EBITDA에 25.3을 곱한 기업가치(EV)를 산출하면 2021년 1조9582억원, 2022년 1조3763억원, 2023년 1조1891억원으로 산출됩니다.

야놀자는 차입금보다 보유현금이 많은 재무구조를 유지해왔습니다. 즉 순현금을 가진 회사라는 거죠. 따라서 위에서 산출한 EV에 순현금을 더해주면 야놀자 지분가치는 2021년 3조367억원, 2022년 2조1033억원, 2023년 1조7805억원로 상향 조정됩니다.

야놀자는 2021년 손정의 소프트그룹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2조3000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당시 비전펀드는 야놀자 지분 24.93%를 취득했습니다.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최소 9조원으로 평가했다는 의미죠. 야놀자 기업가치 12조원은 당시 평가받은 기업 가치에 향후 상장 프리미엄을 적용한 막연한 계산으로 추정됩니다.

기업 M&A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지분가치 평가방법을 적용해보면 지금 시장에서 거론되는 12조원과 격차가 매우 큰 것은 사실입니다. 상장 과정에서 야놀자가 어떤 미래 성장전략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느냐, 미래 성장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야놀자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는 또 크게 달라질 수는 있을 겁니다. 그것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는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은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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