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엔터코노미] 한국영화 흥행 부진, '日애니 천하' 팬데믹의 오버랩

박정훈 기자

'인사이드 아웃 2' 스틸컷. / 사진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 현상이 다시 두드러지고 있다. '파묘'와 '범죄도시4'가 상반기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선전했으나 두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한국영화들은 많은 이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국내 박스오피스의 상위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외화들이 차지했다.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박스오피스 상위를 점유한 것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 상영에 많은 규제가 적용됐던 2021년 1월, 메가박스 단독으로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선풍적 인기를 끌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이와 같은 인기에 힘입어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CJ CGV, 롯데시네마 등 주요 멀티플렉스에서도 상영됐고, 이후 3개월 이상 장기 상영 및 특별 재상영되면서 박스오피스 상위에 계속 머물렀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상영되는 동안 한국영화 주요 작품들의 흥행은 매우 부진했다. 그무렵 선보인 이준익 감독, 설경구 변요한 주연의 '자산어보'(3월31일 개봉)는 누적 관객 수 34만2896명,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이동휘 등 화려한 캐스팅의 '새해전야'(2월10일 개봉)는 누적 관객 수 17만1500명을 기록했다. 나아가 2021년 박스오피스 상위 10개 작품에 이름을 올린 한국영화가 '모가디슈'와 '싱크홀' 단 두 작품이었다는 점은 당시의 상황을 매우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영화의 부진과 대조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는 2023년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다시 한 번 재현된다. 2023년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990년대 국내에 농구 붐을 일으킨 인기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를 추억하는 3040세대들의 열광적 반응에 힘입어 4월까지 장기간 상영됐다. 최종 관객 수 487만명을 기록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017년 '너의 이름은'이 세운 국내 개봉 일본 영화 관객 수 최고 기록인 380만명을 갈아치운다. 놀랍게도 이 기록은 그해 3월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최초로 국내 500만관객을 돌파하며 최종 관객 수 557만명을 동원한 '스즈메의 문단속'에 의해 한달여만에 경신된다.

위의 두 작품이 박스오피스 상위를 점유하는 기간에 개봉한 한국영화들의 흥행 역시 부진했다. 황정민 현빈 강기영 주연의 '교섭'(1월18일 개봉)은 누적 관객 172만1100명,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주연의 '유령'(1월18일 개봉)은 누적 관객 수 66만4146명,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주연의 '대외비'(3월1일 개봉)는 누적 관객 수 75만6356명 그리고 1000만 영화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 박서준 이지은 주연의 '드림'(4월26일 개봉)은 누적 관객 수 112만8375명을 기록했다.

2023년 박스오피스 관객 수 순위에서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각각 4위와 6위에 이름을 올린다. 일부 마니아층으로 수요가 국한됐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덤이 국내 박스오피스 전체에 영향을 미친 이례적 사례임과 동시에 당시 개봉한 한국영화들에 대해 "볼 영화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한 국내 관객들의 깊은 실망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였다. 문제는 2024년 상반기 박스오피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제공= 쇼박스, NEW

올 4월 '범죄도시4' 이후 개봉한 한국영화 주요 작품들은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범죄도시4'를 잇는 텐트폴 작품으로 많은 기대를 받으며 5월25일 개봉한 '설계자'는 손익분기점 관객 수 200만을 한참 밑도는 52만을 기록하며 영화관 상영을 마쳤다. 그런가하면 탕웨이를 비롯해 공유 박보검 수지 정유미 최우식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원더랜드' 역시 손익분기점 관객 수 290만이 너무도 아득한 상황에서 극장 공식 상영을 마쳤다. 일단 6월21일 개봉한 '하이재킹'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국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선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흥행을 장담하기엔 아쉬운 수준이다.

한국영화들이 부진한 사이 박스오피스에서는 외화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6월12일 개봉당일 19만 관객을 동원한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는 공개와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후 개봉 3주차(6월21일 기준)까지 전체의 절반이 넘는 높은 극장, 좌석 점유율로 박스오피스의 왕좌를 지키고 있다. 스릴러 장르의 미국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26일 개봉 당일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순위 2위에 이름을 을렸다.

이처럼 극소수 작품에 관객이 집중되고 나머지 작품들은 철저히 외면을 받으면서 '중박' 정도 흥행으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한국영화들이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들이 외화들로 채워지는 현상이 최근 들어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기간의 일정 연기로 각 작품들이 놓쳐버린 최적의 개봉 시점,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악화된 영화계의 제작 환경, OTT 플랫폼들의 웰메이드 오리지널 콘텐츠로 인해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 그리고 과거에 비해 낮아진 한국영화의 퀄리티 등 다양한 관점으로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의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핸섬가이즈' 스틸컷. / 사진 제공= NEW

일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양질의 영화 만들기'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막대한 제작비도, 감독의 인지도도, 화려한 라인업의 출연배우들도 혹은 전작의 흥행도 특정 영화의 흥행을 확실하게 보장하지 못한다"라면서 "한국영화들이 최근 직면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점들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영화들을 선보이는 것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영화계는 올여름 극장 성수기를 겨냥한 한국영화 기대작들을 통해 분위기가 반전되길 기대하고 있다. 26일 개봉한 이성민 이희준 주연의 호러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는 관객들의 호평 속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7월에는 탈북 북한군의 목숨 건 탈주를 소재로 한 이제훈 구교환 주연의 '탈주', 故이선균의 유작이자 초대형 재난 스릴러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조정석의 파격 여장이 눈에 띄는 코미디 '파일럿' 등 기대작들의 상영이 예정돼 있다.

NEW,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배급사의 여름 기대작들이 침체된 대한민국 극장가 분위기를 바꿔낼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