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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명품 부럽잖은 명품 인간…퍼스널브랜딩 뭐길래

윤석진 기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이 나라의 백 년을 좌우할 큰 계획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지 못했습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여러명에게 같은 내용을 수업하는 방식은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마차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고 편지가 SNS로 바뀌는 동안 교실은 성역처럼 남아 네모 반듯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달라질 조짐이 보입니다. 코로나19와 챗GPT 덕분입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은 교육 혁명 사례를 짚어보기 위해 '교실 밖에서'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고객이 명품 가방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뉴스1

파주 롯데아울렛에 갈 때마다 명품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샵 오픈 시간이 한 참 남았는데도 거기 들어가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치킨 한 마리에 3만원, 원조 김밥 한 줄에 3000원이 웬 말이냐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맞나 싶다. 물론 명품과 치킨은 다르다. 명품은 어느 정도 과시욕에 사는 거라 비싸게 파는 것이 미덕이다. 치킨은 같은 품질이면 싼 게 좋다고 여겨진다. 품목 별로 우선 되는 기준이 다른 것이다.

모든 물건이 명품과 비명품으로 나뉘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세상은 미슐랭 레스토랑과 함바집, 펜트하우스와 지하 단칸방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실제로는 고급과 저급의 양 극단 사이에 무수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우리는 주머니 사정과 취향, 그날의 기분, 주변의 시선, 온라인 후기 등을 참고해 그 중 하나를 고른다. 그냥 생각 없이 지르고 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하나의 소비가 완성되는 과정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나 어찌됐든 우리가 일단 보는 건 하나, 브랜드다.

네이버 백과사전은 브랜드를 '기호와 문자 도형 따위의 일정한 표지'로 정의한다. 하지만 이걸로는 뭔가 부족하다. 아마존에서 쇼핑 하는 사람들은 웃는 모양의 화살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아마존의 창업자 겸 CEO인 제프 베조스는 기업의 브랜드가 개인의 평판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걔 성격은 까칠한 데 일은 잘 해, 짠돌이이데 쓸 땐 화끈해, 라는 평가들이 쌓여 평판이란 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베조스는 "제품은 쉽게 모방이 가능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뒤처질 수 있지만, 브랜드파워는 경쟁사가 쉽게 따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좋은 평판을 가진 기업, 마케팅 용어로 브랜드파워를 지닌 기업은 점점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결국 시장 지배자 위치에 서게 된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삼성그룹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가 선정한' 가치 있는 브랜드 탑5' 기업으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정도 힘이 생긴 브랜드에는 이것저것 안 따지고 구매하는 충성 고객이 뒤따른다.

우리에게도 이런 힘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게 퍼스널브랜딩이다. 나만의 개성과 매력, 재능을 브랜드화 한다는 뜻한다. 여기서도 베조스가 나온다. 그는 "당신이 방에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 또한 평판의 뜻과 일맥상통한다. 나란 사람에 대한 평가가 모여 브랜드가 된다. 그 브랜드는 기업의 애플이나 아마존처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동력이 된다.

좀 유별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이와 직업을 막론하고, 퍼스널브랜딩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예컨대 유튜브나 블로그에는 직장생활과 콘텐츠 활동을 병행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주경야독(晝耕夜讀)하듯 낮에는 회사 일을 하고 밤에는 콘텐츠를 만든다. 특히 학교 교사들은 공교육의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인공지능 전문가, 메타머스 전문가를 자처하며 디지털 교육 전문가로서의 퍼스널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제2의 김미경을 꿈꾸는 노인들도 늘었다. 실버 유튜버를 위한 교육 플랫폼이 생겨날 정도다.

하버드비지니스리뷰(HBR)은 퍼스널브랜딩의 7단계를 제시했다. ▲목표를 분명히 하라 ▲개인의 브랜드 자산을 파악하라 ▲자신의 과거 스토리를 떠올려라 ▲다른 사람에게 너의 브랜드를 표현하라 ▲어느 채널에서 어떤 걸 전할지 정해라 ▲브랜드화에 성공한 전문가의 조언을 얻으라 ▲브랜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주기적으로 하라, 로 이어진다. 결국 퍼스널브랜딩은 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다른 이의 반응을 참고 삼아 브랜드를 갈고 닦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개인에게 퍼스널브랜딩을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기대 수명은 늘었는데 퇴직 시기는 빨라졌다. 평생 고용은 사라지고 임시 계약직은 늘었다. 인공지능은 어떤 분야의 직업을 대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진화했다.

이런 모든 사회·경제적 상황이 우리에게 공평하게 주어졌다. 퇴근하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나 자기 브랜드를 갖겠다고 주경야독하는 사람이나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브랜드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이왕이면 명품 브랜드로. 아무리 짝퉁이 판을 치고 값이 올라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서니 말이다. 명품 브랜드를 입기 보다 명품 브랜드가 되고 볼 일이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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