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칠레와 아르헨티나 사이 자유로운 새처럼, 카이켄 와인

멘도사 사막에 뿌리 내린 몬테스 와인의 철학
이수현 기자

(사진=MTN)

같은 환경에서 나고 자라도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처럼, 같은 땅에 뿌리내린 포도도 전혀 다른 와인으로 탄생할 수 있다. 카이켄 와인은 몬테스 와인그룹이 아르헨티나 와이너리를 인수해 탄생한 브랜드다. 아르헨티나의 지형적 특성과 몬테스 그룹의 와인 양조 기술이 만나 혁신적인 와인을 만들었다. 카이켄의 멘도사 와이너리를 방문해 이 같은 역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칠레에서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 멘도사(Mendoza)로 오면 드넓은 사막을 마주하게 된다. 아침에는 0도에 가까운 추운 날씨인데, 낮이 되면 20도 가까이 온도가 올라가는 일교차가 심한 지역이다. 사막이라 건조하고, 고도가 높아 일조량까지 풍부해 포도를 재배하기에는 최상의 지형 조건이다.

칠레는 태평양을 길게 끼고 있어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멘도사는 안데스 산맥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다. 바로 옆나라인데도 전혀 다른 기후 특성을 지닌 것이다. 아르헨티나 대표 품종은 말벡으로, 섬세함이 돋보이는 칠레의 포도 품종들보다 훨씬 강렬하다는 평을 받는다. 다만 외부 환경에서 고립된 청정 자연 지대라는 점은 두 와인 산지의 공통점이다.

(사진=MTN)

■자연 그대로에서 최상의 결과를 찾는다

카이켄의 대표적인 포도밭을 가보면 더 신기한 대비를 볼 수 있다. 과거 강이 흐르던 곳을 기점으로 세 구역이 나눠져있는데, 돌의 크기가 제각각이다. 첫번째 구역은 지질학적으로 가장 젊은 땅이라 바위에 가까울 정도로 토양에 있는 돌들이 크고, 두번째 구역은 강이 흐르던 곳이라 작은 돌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조금 아래로 가면 석회암들이 가득한 지대를 만날 수 있다.
(사진=MTN)

각각 200미터 정도 간격을 둔 바로 옆 지역인데도 토양이 극적으로 다른데다 여기에 포도를 심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도 마찬가지다. 돌이 클수록 뿌리가 더 억세고, 작은 돌들 사이에서는 뿌리들이 가늘게 내리게 된다. 뿌리가 가늘어 포도의 과실미가 극대화된다. 석회암은 레몬즙을 짜면 돌이 녹아내리는 걸 볼 수 있을 정도로 스폰지처럼 물 흡수력이 좋은 재질인데, 이 곳의 포도는 미네랄이 오롯이 느껴지는 와인을 만든다.
(사진=MTN)

특히 석회암으로 가득한 지역은 온통 하얀 돌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는데, 포도 수확 시기도 3주씩이나 차이가 난다. 흰 돌에 햇빛이 반사돼 포도가 훨씬 빨리 익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키장 등 넓은 설원에서 반사되는 자외선 강도가 한여름의 모래사장 위보다 높은 것처럼, 새하얀 돌에서 반사되는 빛이 그 만큼 강렬하게 포도에 내리꽂히는 것이다.


구스타포 호르만(Gustavo Hörmann) 카이켄 수석 와인메이커(사진=MTN)

카이켄의 대표 와인메이커 구스타포 호르만(Gustavo Hörmann)은 "자연과 싸우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며 "각기 다른 토양을 거스르며 대단한 걸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준 것을 그대로 담아낼 때야말로 와인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을 사용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멘도자는 사막지대라 물을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쓸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에서 나와서 물길을 열어주고, 닫아야하는 때를 직접 관리한다. 온종일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고,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물이 주어지는 환경에서 자란 포도나무들은 더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된다.
(사진=MTN)

카이켄의 와인 제품군도 각기 다른 개성의 포도를 배합해 더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와인은 첫 아이콘 와인인 '마이(Mai)'가 있지만, 최근 로제 와인의 트렌드를 반영한 카이켄 '누드(Nude)도 떠오르는 제품이다.

남미 지역의 전설적인 셰프 프랜시스 말만과 협업한 '디스오비디언스(disobedience)'도 의미가 남다르다. 프랜시스 말만 셰프가 가진 '틀에 박히지 않는 이단아'라는 개념을 담아 협업한 와인으로, 매년 다른 배합으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카이켄 와이너리에선 프랜시스 말만과 레스토랑 라모스 헤네랄레스(Ramos Generales)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진=MTN)

■몬테스가 빚은 아르헨티나 와인

자연이 준 조건에서 최고의 품질을 빚어내겠다는 건 몬테스 그룹의 철학이기도 하다. 카이켄 와이너리는 몬테스 그룹의 일부이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위한 혁신 성장판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국경을 맞댄 남미 국가들이지만, 와인 산업은 매우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칠레 와인은 저가, 대량 생산을 위주로 수출 중심의 산업으로 커왔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과거 칠레보다 경제적 상황이 나았고, 내수 시장이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는 고가, 소규모로 와인 시장이 형성됐다.

오늘날에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경제적 상황이 과거와는 완전히 뒤바뀐 상태다. 와인을 봐도 칠레 와인이 아르헨티나 와인보다 전세계적으로 인지도와 위상이 높은 측면이 있다. 칠레는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고, 아르헨티나도 높은 와인 생산량을 바탕으로 수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카이켄의 경우 수출 비중이 90%에 달한다.

(사진=MTN)
아르헨티나는 칠레보다 더 먼저 와인을 제조한 역사가 깊다. 실제 몬테스그룹이 카이켄 와이너리를 인수한 당시에도 이미 100년의 역사가 있는 곳이었다. 오랜 와이너리라 와인 발효에 콘크리트 탱크를 썼는데, 현재 널리 사용되는 스틸 탱크를 쓸 기술력이 없던 시기에 세워진 와이너리이기 때문이다.

막상 몬테스에서 카이켄에 와서 이 콘크리트 탱크들을 봤을 땐 오히려 온도 유지에 상당히 효율적인데다 여러가지 종류의 와인을 실험하기에 좋은 구조였다. 현재도 콘크리트 탱크를 활용해 소품종의 와인을 다량 만들어내고 있다.

몬테스 그룹의 유산을 그대로 내려받은 부분도 있다. 와인 숙성고에는 몬테스 그룹의 상징인 천사가 있다. 몬테스 와인처럼 숙성고에 그레고리 찬가를 틀어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적 교류 역시 활발해 몬테스 아우렐리오 주니어가 카이켄의 수장으로 일하며 대표 와인메이커로 활동하기도 했다.
(사진=MTN)

안드레스 로스버그(Andres Rosberg) 전 소믈리에 협회장은 "토양과 기후 모든 환경이 같은 상황에서도 와인을 제조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와인이 탄생할 수 있다"며 "카이켄은 대표적인 사례로 아르헨티나의 토양에서 얼마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이켄은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잇는 안데스 산맥을 오가는 야생 거위의 이름에서 따왔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교류를 통해 만들어진 와이너리에 꼭 맞는 이름이다.


이수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