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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7조에 산 홈플러스, 사모펀드는 부활시킬 수 있나

MBK파트너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진짜 이유는?
이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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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입니다.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사업 부문 중 하나죠.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최근 이 곳을 매각하려 하는데요. 이걸 두고 홈플러스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홈플러스를 조각내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반면 MBK는 생존전략이라 해명합니다. 소매유통업 중심이 이커머스로 이동하며 대형마트 업황이 나빠졌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겁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은 모두 홈플러스에 재투자하여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말합니다.
노조 측 주장대로 이번 매각이 쪼개기를 통한 투자금 회수 목적일까요. 아니면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일까요? 이슈체크가 짚어봅니다.


■ MBK의 홈플러스 7.2조 베팅, 결론적으로 비쌌다

MBK는 2015년 7조2000억원을 주고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전부를 인수합니다. 당시 이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이견이 있었는데요. 현 시점에서 봤을 때 비싸게 산 듯 보입니다.



홈플러스는 2018~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곧 떨어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적이 크게 흔들리며 2021년에는 영업적자로 전환합니다. 2022~2023년 매출이 반등하고 손실액도 줄었지만 영업흑자는 아직 멀어보입니다. 2023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에도 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손실액은 5931억원에 이릅니다.

재무 상태도 좋지 못합니다. 2024년 2월말 기준 재무제표상 현금성 자산은 1558억원 수준입니다. 반면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를 합치면 1조4600억원이나 되죠. 홈플러스는 일부 차입금을 갚고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5월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1조3000억원을 재대출(리파이낸싱)했습니다.



홈플러스의 부채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24년 2월말 기준 부채는 8조5000여억원인 반면 자본은 2650억원에 불과합니다. 부채비율이 3200%나 되죠. 적정 부채비율로 일컬어지는 200%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런데 이런 높은 부채비율엔 이유가 있습니다. 2019년 있었던 리스 회계기준 변경 때문입니다.

홈플러스 점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홈플러스가 A점포 건물과 땅을 20년간 독점적으로 빌리기로 하고 매년 점포 리스료로 100억원을 주기로 했다 합시다. 이전 리스 회계기준에선 해마다 지급하는 리스료 100억원을 영업비용으로 반영하면 됩니다. 지출하는 리스료는 영업현금흐름에 반영되죠.



그런데 2019년부터 리스 회계기준이 바뀌었습니다. 홈플러스는 리스기간동안 내야 할 총리스료 2000억원을 부채로 인식해야 합니다. 아울러 A점포를 리스기간동안 자산으로도 잡아둡니다. 점포 건물과 토지에 대한 법적 소유권은 빌려준 자에게 있지만, 리스기간 중 회계적 소유권은 홈플러스에 있다고 간주하는 겁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만 130여 곳, SSM도 300여곳을 갖고 있죠. 이 곳들에 대한 리스 회계를 바꾼 결과 2020년부터 리스부채가 급증했습니다. 2024년 2월말 기준으로 장단기 리스부채가 총 3조8500억원이나 되죠.

회계기준의 변경으로 증가한 리스부채는 리스료를 지급해 나가면 해마다 감소할 겁니다. 문제는 영업상황이죠. 현금은 부족하고 갚아야 할 차입금도 많은데 최근 3년간 영업적자가 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부진한 실적을 극복할 대책을 찾아야 할 상황인 겁니다.


■ 데이터로 확인하는 대형마트업황 악화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선 업황이라도 좋아야 할 텐데, 최근 대형마트 업황도 좋지 않습니다. 여러 지표를 통해 그 추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매유통업 분석 자료상 대형마트 업황은 대체로 좋지 않습니다. /자료출처=2024년 4월 8일 나이스신용평가 소매유통 리포트

2018~2023년 소매유통 업태별 판매액 지수(왼쪽 그래프)를 보면, 전체 업태 가운데 대형마트만 유독 정체 중입니다. 특히 이커머스 판매액 지수가 매해 큰 폭으로 오르는 것과 대조적이죠. 그나마 2023년엔 회복세가 나타나긴 했으나, 경쟁업태와 비교했을 때 그 추세가 좋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전체 유통채널별 총매출 비중(오른쪽 그래프)에도 비슷한 양상이 드러납니다. 2017년 이후 온라인 비중이 매년 늘어 현재 50%를 넘나드는 반면, 대형마트는 같은 기간 매출 비중이 줄곧 하락해 현재 10%선 앞에 있죠. 물론 대형마트에서도 온라인 판매가 있지만 그 비중은 2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형마트는 여전히 오프라인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인 겁니다.

최근 유진투자증권은 소매업종별 올해 하반기 성장률을 예상했는데요. 다른 업종이 모두 성장하는 와중에 대형마트만 유일하게 '플랫'(성장이 없을 것)할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대중의 소비 추세가 온라인으로 확실히 넘어갔고, 그 악영향을 대형마트가 받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유통 업종별 성장률에서 대형마트만 유일하게 성장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출처=2024년 5월 21일 유진투자증권 '소비삼체' 리포트 갈무리

신용평가사도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4월 낸 소매유통 리포트에서 향후 업태가 안 좋을 것으로 보이는 업종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거론했습니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오프라인 기반 소매유통 기업들의 EBIT(영업이익) 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백화점의 이익창출력이 하락 전환했으며 비용 부담이 늘어난 대형마트도 영업수익성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하죠.

소비 감소에 온라인 판매 강화 등이 겹치며 대형마트 영업수익성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출처=2024년 4월 8일 나이스신용평가 소매유통 리포트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국내 온오프라인 소비 시장 비중은 오프라인이 70%, 온라인이 30%였습니다. 그런데 2024년 현재는 그 비중이 5대5를 넘어 온라인이 55%로 우세합니다.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매장 사업자들로선 매출이 줄고 수익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죠. MBK로서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시장이 이렇게 급변할 것이라 예상치 못한 듯합니다.


■ 홈플러스의 타개책 - 신선식품·구조조정

MBK는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크게 두 가지 타개책을 세웁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신선식품 중심으로 점포 리뉴얼을 시작했고요. 둘째는 자산유동화와 SSM 매각 등 사업 구조조정에 나섭니다.

홈플러스는 2022년 2월부터 매장을 ‘메가푸드마켓’이란 이름으로 신선식품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고 있습니다. 총 130여개 점포 가운데 29곳을 신선식품 중심으로 바꾼 상태죠. 기존 점포의 식품 비중이 40% 정도라면 리뉴얼된 점포는 식품 비중을 60~70%로 올렸다고 합니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중심으로 매장을 새단장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1호점인 인천 간석점. /사진=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가 이렇게 신선식품 중심으로 매장을 리뉴얼한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가 가진 핵심 경쟁력이 신선식품에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미국 월마트가 신선식품 중심으로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내는 데서 그 답을 얻었다고 하죠.

사람들이 공산품을 구입할 때는 온라인으로도 걱정 없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품은 좀 다릅니다. 직접 한 번 보고 구매하는 게 마음이 편하죠. 생선이 신선한지, 고기에 지방은 많지 않은지, 우유 유통기한은 괜찮은지 등을 보고 사는 게 일반적이란 겁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실제로 이런 판단 하에 리뉴얼한 점포는 연평균 매출이 20% 넘게 늘었습니다. 이에 현재 29곳인 메가푸드마켓을 늘릴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기존 매장을 탈바꿈하려면 결국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회사는 2019년부터 기존 점포를 유동화하는 전략을 폈습니다. 총 19개 점포가 줄었는데, 이 가운데 9곳은 리뉴얼을 통해 재입점하는 방식이고요. 나머지 10개 점포는 투자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5곳), 만성 적자점포의 구조조정(5곳) 등을 목적으로 폐점했습니다.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인 것이죠.

그러면서 추가로 진행 중인 게 바로 기업형 슈퍼마켓 매각입니다. MBK가 매물로 내놓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에 310여개 점포를 두고 있습니다. 매출 약 1조2000억원에 EBITDA 마진율은 8% 수준인데요. SSM 업계 EBITDA 마진율인 5%보다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EBITDA(에비타) :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 유형자산상각비를 합친 액수. 기업 현금 창출력을 확인하고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데 자주 쓰입니다.

현재 국내 대기업 가운데 네 곳이 SS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와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쇼핑(롯데슈퍼), GS리테일(GS더마켓)이죠. 현재는 이들 4사가 시장에서 매출이나 점포 수가 비슷한 수준입니다. 지배적 사업자가 없으니 경쟁사들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를 통해 1위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고요. 또 후발 주자나 해외 기업도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인수해 SSM 경쟁에 뛰어들 수 있어 보입니다.

■ 자산유동화·SSM매각, 생존전략의 일환

홈플러스 노조 측 주장처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조각내고 투자금만 회수하려 한다는 건 다소 과도한 이야기로 보입니다. 대형마트 업황이 시간이 갈수록 안 좋아졌고, 이에 대형마트 3사 모두 실적이 안 좋아지는 추세가 드러나고 있죠.

홈플러스 노조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사진=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갈무리


MBK로선 자산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확충했고요. 또 대규모 차입도 받아 매장을 신선식품 중심으로 새단장하고 있죠. 그럼에도 재무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팔아 돈을 마련하고, 그를 통해 대형마트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겁니다.

MBK는 SSM을 팔 때 고용 안정을 전제로 하고 대주주 투자금 회수도 안 할 것이라 밝힌 상태입니다. 이 약속을 지킨다는 전제로 봤을 때 회사 측 설명은 전반적으로 수긍할만한 부분들이 많아 보입니다.


이일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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