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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목표는 생산차질..의아한 삼성전자 무기한 총파업

"연봉 5.6% 인상, 성과급 더 줘야"
HBM 공장도 멈추겠다 선언
장기화 땐 고객사 확보 어려워져
김이슬 기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H1 사업장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0일 오전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총파업 선언문에는 전 조합원 지침 사항이 담겼다. '지치지 않기, 집행부 지침 전까지 절대 출근 금지, 파업 근태 사전 상신 금지'를 독려하는 내용이다. 전삼노는 당초 8일부터 3일간 1차 파업을 한 뒤 15일부터 5일 동안 2차 파업을 할 계획이었지만 노선이 바뀌었다. 임금 인상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기약 없는 파업에 돌입하기로 한 것이다.

전삼노는 노사협의체가 제시한 올해 임금인상률 보다 0.5%p 높은 5.6% 연봉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상향, 파업에 따른 타결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5개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삼노 노조원은 3만2천여명으로 전체 직원의 26% 수준으로 파악된다. 대부분은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직원들이다. 이중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노조 추산 6500여명, 사측 추산 3000여명이다.

지난해 15조원 적자를 낸 삼성전자가 반도체 성과로 지난 2분기 깜짝 실적을 달성하며 반등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만, 삼성의 주무대인 세계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 엔비디아, 애플 등 핵심 고객사 물량을 대부분 도맡고 있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점유율 62%)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함께 급성장하며 삼성전자(점유율 16%)와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따라잡아야하는데 따라잡힐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파업에 돌입한 날 TSMC가 아시아 기업 최초로 장중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을 때 두 기업의 명암은 더 뚜렷해졌다.

더군다나 삼성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밀리면서 반도체 수장까지 전격 교체했다. 외부에서는 '초격차'로 표현해온 기술 리더십이 상실될 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따른 '비상시국 인사'라고 해석한다. 이와중에 노조가 내건 파업의 목표가 다름 아닌 '생산차질'이었다.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삼노는 "8인치 웨이퍼 라인을 멈추고, 추후 핵심 반도체인 HBM을 세울 수 있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우선주까지 합쳐 시총 600조원에 가까운 주가가 영향받을 조짐마저 보이자 사측은 실제 생산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고객사 신뢰도에 영향을 미쳐 물량 유치전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섞인 시각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1년 내내 돌아가고 잠시라도 멈추면 천문학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 파업은 글로벌 테크업계의 리스크'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이번 파업은 삼성은 물론 회복세를 보이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 악역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막대한 손실에 따라 예전과 달리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그동안 성과급으로 두둑했던 지갑이 얇아지자 커진 상실감이 불만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차분히 생각해보자. 회사 실적이 좋지 못하면 소득도 줄 수 있다. 역대급 적자가 났는데도 같거나 더 많은 소득을 예상하면 난감하다. 매우 단순하지만 상식에 가까운 논리가 삼성전자 노조에게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새삼 궁금해진다. 2분기 실적에서 확인한 것처럼 반도체 경기가 점점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어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 역시 때가 되면 다른 근로자보다 두둑한 보너스를 쥘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평균 임금은 1억2천만원 정도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전략 산업인 반도체를 사수하기 위한 국가대항전은 갈수록 치열해져 바깥에서 삼성전자 총파업을 보는 시선은 조금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B2B(기업간 거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고객사들의 생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공급을 못하는 회사라고 낙인 찍히면 장기적으로 고객을 많이 잃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고객을 추세적으로 빼앗겨 회사가 돈을 못 벌면 근로자도 구조적으로 손실을 입게 마련이다. 실적이 나쁘면 처우를 잘해주고 싶어도 못해주는 건 지난해 역대급 부진을 통해 충분히 알게 된 사실이다. AI산업의 팽창 속에서 벌어지는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은 말그대로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패배하면 다음 세기와 그 다음 세기를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 정부와 사회 구성원 뿐 아니라 삼성 노조 역시 그 답을 너무 잘 알 것이라고 믿는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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