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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어부의 그림자➁]"10초면 뚫어요"···양심 팔아 욕심 채우는 낚시꾼들

낚시객들이 뚫은 구멍으로 '벌집'된 갯바위
권미나 기자

예능 프로그램 등의 영향으로 바다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해양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다양한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인 갯바위가 낚시객들이 버리고 간 오물과 쓰레기, 낚시 거치대를 고정하기 위해 뚫은 구멍(천공) 등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은 갯바위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생태휴식제와 천공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머니투데이방송(MTN)은 공단의 생태휴식제와 천공 복원 사업을 소개하며 갯바위 훼손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사진=국립공원공단)갯바위를 찾은 한 낚시객이 낚싯대를 거치하고 입질이 오길 기다리며 앉아있다.

갯바위에 구멍(천공)을 뚫는 비양심적인 행위가 낚시꾼들에 의해 버젓이, 그리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낚시객들이 갯바위를 뚫는 이유는 단순하다. 갯바위까지 타고 온 낚시어선 비용을 회수하고 돌돔·참돔 등의 인기 어종을 많이 잡으려면 낚싯대 하나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낚시객 한 명이 적게는 2개, 많게는 5개까지 낚싯대를 가져와 갯바위에 구멍을 뚫고 낚싯대를 고정한다.

예전에는 크고 무거운 해머드릴을 사용해 구멍을 뚫었지만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 초소형 핸드드릴로 10초면 갯바위를 뚫을 수 있다.

구멍에 낚싯대를 거치하면 편하게 앉아 낚시를 즐길 수 있어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구멍을 쉽게 뚫는 방법과 후기도 공유되고 있다.

이렇게 뚫린 구멍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거문도와 백도지구에만 1000개가 넘는다.

갯바위를 뚫는 것은 자연물을 훼손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사진=국립공원공단)낚시객이 드릴을 이용해 갯바위에 뚫은 구멍(왼쪽) 갯바위에 구멍을 내고 3개의 낚싯대를 거치하고 앉아있는 낚시객의 모습(오른쪽)

(사진=국립공원공단)낚시객들이 갯바위에 뚫어놓은 천공 흔적

국립공원 내 갯바위에도 천공이 늘어나자 국립공원공단은 이를 복원하기 위해 2022년부터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복원기법 개발에 나섰다.

시멘트나 에폭시 같은 합성 물질로 구멍을 메우면 간편하지만 환경 문제를 고려해 친환경 재료를 선택했다.

모래와 천연 접착제인 바이오폴리머를 섞어 구멍에 채우는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현장에서 재료를 정확한 비율로 배합하는 게 어려웠다.

게다가 갯바위는 파도와 습기로 인해 물기를 완전히 없애기 어려워 바이오폴리머가 단단하게 굳지 않았다.

돌을 가공해 천공 크기에 맞춰 넣어봤다. 이번에는 돌을 자르는 과정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었다.

복원 재료의 색이 갯바위와 달라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도 문제였다.

국립공원공단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업체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5월 새로운 복원기법을 개발했다.

신규 기법은 돌가루와 바이오폴리머를 섞어 촉 모양의 틀에 넣고 굳힌 복원재를 천공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복원재는 실내에서 제작한 후 완전히 건조시켜 경도를 강화했으며 3가지 색상의 돌가루를 사용해 갯바위와 유사한 색을 만들었다.

(자료=국립공원공단)갯바위 천공 복원기법 모식도. 낚시꾼들이 주로 사용하는 드릴날 크기를 조사해 복원재 틀도 그에 맞춰 만들었다.

(사진=국립공원공단)갯바위 천공(왼쪽) 국립공원공단이 개발한 복원재가 갯바위 천공에 삽입된 모습(오른쪽)

국립공원공단은 지난해 7월 거문도 갯바위 구멍을 복원재로 채운 후 정기적으로 상태를 점검한 결과, 현재까지 복원재가 손상되지 않고 잘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국립공원공단)시간이 흐르면서 복원재에 이끼가 끼어 갯바위 색깔과 비슷해졌다. 복원재 위에 서식하고 있는 총알고둥의 모습

지난달에는 여서도에서 같은 방법으로 약 700여 개의 갯바위 구멍을 복원했다.

국립공원공단은 해상해안국립공원 전역에 걸쳐 천공 복원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상해안보전실 김관주 과장은 "낚시객 중에서도 갯바위 훼손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나 활용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해 이를 알리는 분들이 있다"며 "여서도에서 갯바위 천공을 복원할 때도 작업을 도왔던 낚시객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갯바위와 해양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노력이 자연스럽게 확산돼 건전한 낚시 문화가 자리잡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미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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