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데드풀과 울버린', 이번에도 '마블 구세주' 되지 못하면 일어날 일

박정훈 기자

'데드풀과 울버린' 스틸컷. /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오는 24일 개봉하는 '데드풀과 울버린'에 대한 전 세계 관객들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2021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페이즈의 모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작품들을 넘어서는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월 공개된 티저 예고편 속 웨이드 윌슨(데드풀)의 "내가 마블의 예수님이다!"라는 발칙한 대사와 '모든 것을 갈아 엎겠다'는 슬로건은 전 세계 MCU 팬들을 흥분시켰다. 지난 3년간의 멀티버스 사가에 실망해 속이 타버린 MCU 팬들은 한마음으로 '리셋'을 외치며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다.

인피니티 사가로 전 세계를 전율 시킨 MCU는 어쩌다가 팬들에게도 외면받게 됐을까. 그리고 '데드풀과 울버린'은 왜 MCU의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지고 있을까.

무너지는 MCU의 성

MCU의 톱니바퀴는 멀티버스 사가가 시작된 페이즈(PHASE) 4의 네 번째 영화 '이터널스'를 기점으로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마블 코믹스 원작에서 '이터널스'는 우주의 신적 존재인 '셀레스티얼'(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지능과 힘을 가진 거대 외계 종족)과의 직접적 연결고리로 세계관의 범주를 크게 확장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팬들은 방대한 다중우주를 주 무대로 하는 멀티버스 사가와 이터널스의 스토리 라인이 잘 합쳐지면서 전개될 엄청난 스케일을 기대했으며 특히 한국 MCU 팬들은 배우 마동석의 작품 합류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터널스'는 멀티버스 사가 세계관과의 큰 연관성이 보이지 않는 내용, 다소 뜬금없이 등장하는 LGBTQ, 히로시마 원폭 등과 관련된 사회적 메시지, 코믹스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영화 속 캐릭터들 그리고 한국 한정 실망 포인트였던 마동석의 조기 퇴장 등으로 팬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제작비 2억달러(약 2368억원)의 2배 이상으로 측정된 손익분기점 흥행을 간신히 맞춘 4억1만5000달러의 글로벌 수익으로 극장 상영이 마무리됐으며 국내에서는 30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이후 소니 픽처스 판권의 두 스파이더맨을 멀티버스로 연결해 등장시킨 '스파이더맨 3: 노 웨이 홈', 멀티버스 세계관의 위험 요소를 본격적으로 설명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그나마 나은 평가를 받았으나 페이즈 4의 마지막 작품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부터 팬들은 다시 실망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는 블랙팬서 역의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하면서 예정된 스토리가 대폭 수정되는 변수가 반영됐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빈약한 스토리, 실망스러운 히어로의 세대 교체는 팬들을 화나게 했다. 특히 인피니티 사가의 대미를 장식한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의 계승자 역할인 리리 윌리엄스(아이언하트)는 현재까지도 캡틴 마블과 함께 멀티버스 사가에서 당장 사라져야 할 최악의 캐릭터로 회자됐다.

페이즈 5의 막을 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멀티버스 사가의 최종 빌런 '정복자 캉'의 전면 등장으로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인피니티 사가의 타노스를 기억하는 팬들은 이제 얼마 남아있지 않은 기대감으로 영화를 접했지만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MCU의 확실한 내리막길을 확인시켜줬다. 우주의 균형에 대한 철학적 고찰과 압도적 파워의 카리스마가 있었던 타노스와 달리 정복자 캉은 어벤져스 중 최약체인 앤트맨에게 패배하면서 세계관을 아우를 수 있는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MCU 최고의 망작으로 꼽힌 영화 '더 마블스' 스틸컷.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후 공개된 '캡틴 마블'의 후속편 '더 마블스'는 이전까지 공개된 MCU의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 최악의 작품으로 꼽힌다. '무개념 발언'으로 유명한 헐리웃 대표 비호감 배우 브리 라슨과 강한 PC주의 성향으로 잘 알려진 니아 라코스타 감독의 조합은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디즈니의 자료에 따르면 약 3억2000만달러의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 '더 마블스'의 손익분기점 수익은 최소 6억 달러 수준이며 실제 영화가 벌어들인 글로벌 상영 수익은 2억500만달러다. 국내 관객은 약 69만명을 동원하면서 1000만 영화를 3편이나 탄생시킨 시리즈인 MCU의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마블 스튜디오의 재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정복자 캉을 연기한 배우 조나단 메이저스가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마블 스튜디오와의 계약이 해지됐고 이로 인해 MCU는 2021년부터 조나단이 연기하는 캉을 중심으로 쌓아 올린 멀티버스 사가의 스토리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MCU 페이즈 5, 6의 계획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의 여러 미디어들은 '앤트맨', '이터널스', '캡틴 마블'의 속편 제작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는 루머를 앞다퉈 보도했다. 이에 대해 마블 스튜디오가 특별한 반박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일련의 루머들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MCU의 마지막 희망

데드풀은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지만 MCU에 합류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판권을 마블 스튜디오가 아닌 21세기 폭스 사가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판권을 활용해 21세기 폭스는 2편의 데드풀 솔로 무비를 제작해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2017년 마블 스튜디오의 모회사인 월트 디즈니가 21세기 폭스의 영화, TV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661억달러(약 73조원)에 인수하면서 데드풀은 비로소 MCU에 합류했다.

철저하게 청소년 등급 혹은 그 이하를 지향해 온 MCU의 원칙대로라면 선혈이 낭자하는 전투 신과 특유의 19금 섹드립에 정체성을 둔 R등급(성인등급) 캐릭터 데드풀은 절대 세계관에 녹아들 수 없다. 그러나 제 4의 벽을 뛰어넘어 영화관의 관객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데드풀의 초월적 능력은 방치해두기 아까운 설정이었고, 결국 마블 스튜디오는 데드풀의 3번째 이야기를 최초의 R등급 MCU 영화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MCU 팬들은 2012년 미국에서 발간된 마블 코믹스 외전 시리즈 '데드풀의 마블 유니버스 죽이기'(Deadpool Kills the Marvel Universe)의 스토리라인과 설정에 주목했다. 이 작품에서 데드풀은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히어로들과 신적인 존재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무참히 학살하고 나가아서는 만화의 벽을 넘어 코믹스의 작가들까지 죽여버리고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는 기행을 보여줬다. 이러한 설정에서 팬들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멀티버스 사가를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보았다.

사진 제공= 판당고

MCU 팬들의 기대는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미국 최대규모의 영화 예매 사이트 '판당고'가 올해 초 글로벌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서 '데드풀과 울버린'은 2024년 가장 기대되는 히어로 영화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사전 티켓 판매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판당고의 집계에 따르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2024년의 모든 개봉작 중 북미지역 사전 최고 예매량을 기록했다.

MCU 팬들이 '데드풀과 울버린'에 기대하는 것은 인피니티 사가 수준의 영광 재현이 아니다. 페이즈 4가 시작된 2021년 이후 약 3년이 지난 상황에서 이전의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새로운 페이즈에 남은 오점들만이라도 이번 영화를 통해 데드풀이 정리해 주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인피니티 사가의 영광을 기억하는 MCU 팬들은 박수를 치며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의 위대함을 다시 부르짖을 준비가 돼 있다.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