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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학병원 문전약국 시름…"직원 줄였는데, 이젠 못 버텨"

"5개월 동안 약국 직원 3명 줄여…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
"상급종합병원 근처 약국들, 힘든 상황 지속될 것"
서지은 기자

서울아산병원 근처 문전약국들은 평일 오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서지은 기자

"5개월 동안 약국 직원 3명을 줄였는데, 상황이 장기화 되면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정문 앞 A 약국의 한 약사가 한숨을 쉬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학병원 근처에 자리 잡은지 10년이 돼간다는 약사 이모씨(50‧여)는 현 상황이 언제 나아질지 몰라 막막하다고 했다.

이씨는 "코로나를 버틴 후 이제 숨통이 트이나 했더니 의정 갈등으로 또 다시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며 "직원수까지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정문 앞엔 약 30개의 약국이 줄지어 있다. 신규 환자들 유입이 많은 정문 바로 옆 약국들은 평일 오후 진료가 많을 시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병원 정문 맞은편 약국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 골목 사이에 한 약국에서 B약사와 이야기를 나눈 30분 동안 한 명의 환자도 들어오지 않았다.

B약사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시점인 2월과 비교했을 때 약 15~20% 정도 환자가 줄었다"며 "신규 환자가 많은 대형 약국들은 최대 30%까지는 줄었을텐데,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돌아본 10여곳의 약국들 대부분 전공의가 떠난 시점부터 평균 15%의 환자들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왔던 경증 환자들이 1,2 차 병원에 적응하게 되면서 병원과 약국을 찾는 환자수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C약사는 "지금은 환자들이 들어와도 모두 지방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 환자들은 이미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2차 병원으로 가는 게 적응이 된 상태"라며 "2차 병원으로 가면 상급종합병원으로 다시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 내년, 내후년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지난 4일부터 진료 축소에 들어갔다.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지난달 27일, 고대의료원은 지난 12일 진료 축소에 들어가는 등 중증 응급 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약국가에선 이번 의료 대란을 계기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대학병원 주변 약국들 뿐 아니라 영업사원 등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한다. 약국가 한 관계자는 "환자 모수 자체는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풍선효과처럼 상급종합병원을 찾던 경증 환자들은 1‧2차병원으로 이동하면서 2차 병원 주변 약국은 환자들이 오히려 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주변 약국이나 대형병원에 약을 납품하는 영업사원은 힘든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에게 지나친 업무 과중을 막기 위해 중증 환자 중심으로 의료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일반 병상을 3년 안에 최대 15%까지 줄이고 중증·응급·희귀질환 환자 비중을 50% 이상 늘릴 방침이다. 중증 수술 수가는 올리고, 응급 의료진에겐 '당직' 수가도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서지은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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