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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김범수 구속..엇갈린 내부자 진술 분석

카카오 시세조종 재판, 어떤 증언들 쏟아졌나
상충되는 내용 많아..재판부 판단 주목
이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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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경영쇄신위원장, 이하 김범수)이 23일 구속됐습니다. 김범수는 지난해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았죠.

김 위원장이 구속된 데는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이하 이준호)의 증언이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준호는 작심한듯 카카오와 사모펀드간 시세조종 공모, 이에 대한 김범수의 '컨펌(승인)' 등 ‘폭탄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19일 있었던 10차 공판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이하 강호중)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요. 이준호의 발언과 정면 대치되는 증언이 다수 나왔습니다. 변호인측은 "이준호가 법정에서 대담하고도 태연하게 허위진술을 하였다"고 공격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슈체크에서는 이번 재판의 쟁점들 가운데 카카오 내부 관계자들의 상충되는 증언들을 분석했습니다.

7월 23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법정 구속됐습니다. / 출처=뉴시스 제공


■ 카카오 시세조종 혐의 공판 10차례 열려..이준호-강호중 증언 충돌

2023년 2월 카카오와 하이브는 SM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당시 카카오는 이수만 SM 창업자와 결별하고자 하는 경영진과 손잡고 전략적 제휴를 맺습니다. 이에 대항하여 이수만은 하이브에 지분을 넘겼고, 하이브는 SM 공개매수(주당 12만원)를 선언합니다.

그런데 공개매수(2월10일~28일) 도중인 16일과 17일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SM 지분을 대량으로 매수합니다. 이 영향으로 SM 주가가 공개매수가격을 웃돌면서(마지막 날 12만7600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후 카카오가 15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SM 경영권을 차지하죠.



하이브는 공개매수기간에 누군가 시세조종을 벌였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넣었고, 검찰은 카카오와 원아시아가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이하 배재현)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이하 지창배)을 기소하였습니다.

지난 7월 5일 9번째 공판에서 이준호는 배재현의 SM 주식 매수 부탁을 지창배가 수용하면서 공모 시세조종을 한 게 맞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김범수의 회사 내 영어이름)이 컨펌했다는 말을 들었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17일 열린 10차 공판에는 강호중이 증인으로 나왔고, 배재현과 주고받은 통화 녹취 및 문자 메시지 내용을 중심으로 검찰과 변호인측의 심문이 진행됐습니다. 강호중의 증언은 이준호와는 거의 모든 사실관계에서 정면배치되었습니다. 이날 변호인측은 "이준호가 법정에서 너무 대담하게 허위진술을 하였다"고 공격하기도 하였습니다. 충돌하는 증언을 세가지 관점에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쟁점1. 카카오는 진짜 원아시아와 공모를 했을까

이준호 증언에 따르면, 배재현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첫 날인 2월10일 지창배에게 'SM주식 1000억원 어치를 사 달라'고 부탁하면서, 그 대가로 원아시아가 1대주주인 그레이고에 카카오엔터와 SM의 굿즈 사업을 넘겨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보다 앞선 2월7일 카카오와 SM엔터가 맺은 사업협력 계약에 이미 굿즈사업은 ‘그레이고를 우선적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런데 2월10일 SM 주식 매수 대가로 굿즈 사업을 언급했다는 건 시간상 맞지 않아 보입니다. 배재현과 지창배 간 통화를 이준호가 자신의 스마트폰 스피커폰으로 연결해 줬다는 주장도 상식적이지는 않다고 변호인측은 주장했죠.

■ 쟁점2. 카카오, 하이브 공개매수 저지하려 했나

두 번째로 따질 건 카카오가 진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 했는지입니다. 재판에서 제시된 강호중과 배재현 간 통화 녹취나 문자 메시지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공개매수 종료 하루 전까지 SM 지분매수 결정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강호중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카카오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이브와 사업협력계약을 맺고 서로 협력해 가는 것,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에 바로 대항공개매수를 하는 것,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실패할 것으로 보고 발판매수 뒤 공개매수에 나서는 것입니다.
(발판매수 : 공개매수에 들어가기 전 주식시장에서 대상 회사 주식 일부를 미리 매수하는 것. 통상 5% 아래)

최종 결정은 2월 27일 이뤄졌다고 강호중은 말합니다. 28일 SM 주식 4.9%를 장내 매집한 뒤 블록딜 등을 통해 지분을 더 모아 추후 하이브와 지분경쟁을 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강호중의 증언대로라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던 것이죠.

여기에는 모순점도 있어 보입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카카오가 추후 하이브와 지분경쟁을 하기 어렵습니다. 공개매수 마지막 날(28일) 있었던 SM주식 장내매수와 하이브 공개매수 저지를 따로 떨어트려놓고 보기 어려운 거죠.

실제로 이번 재판에선 카카오 내부 관계자들이 '공개매수 저지'라는 말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기홍 전 카카오 재무그룹장은 배재현에게 '오늘(28일) 공개매수 꼭 저지해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고요. 강호중 또한 28일 장 마감 후 배우자에게 '공개매수 저지 성공'이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하면, 결국 카카오가 SM 주식을 산 게 발판매수를 넘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목적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상당히 중요할 듯합니다.

■ 쟁점3. 카카오가 SM엔터 시세조종을 한 게 맞을까

마지막으로 따질 건 카카오가 SM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한 게 맞는지입니다.

이준호는 배재현이 ‘12만원 이상 주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고가매수주문, 물량소진주문, 종가관여주문 등 총 233회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냈다는 내용이 적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또한 강호중 증언과는 상충합니다. 강호중은 주식 매수와 관련하여 법무법인 율촌과 세종, 태평양 등 세 곳을 통해 법적 검토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시세조종이 되지 않으려면 시장가보다 높게 사는 주문을 해선 안된다는 자문을 받았고, 배재현 역시 시세대로 매수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강호중은 증언했습니다.

주식 매수는 카카오 투자전략실 J팀장이 했습니다. 그는 주식 매매에 전문성이 없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매매방식이 서툴러 생긴 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에 ‘(시세조종의) 특정한 목적을 갖고 매매한 게 맞는지 증명할 방안을 확인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매매 관련 전문가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실제 시세 조작성 주문이 맞는지를 교차 검증하라는 겁니다.

향후 재판에서 어떤 증언이 더 나올지 주목됩니다.

이일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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