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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파일럿' 조정석, 20년차 배우와 딸 바보 사이

박정훈 기자

사진 제공= 잼엔터테인먼트

5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조정석은 한동안 잠을 설쳤다고 한다. 영화 '파일럿'으로 오랜만에 관객들과 다시 만날 생각에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이 도통 진정되지 않아서였다고.

인터뷰로 만난 조정석은 스크린 복귀작으로 '파일럿'을 선택한 이유, 동료 배우들과의 즐거운 호흡 그리고 연기에 대한 본인의 철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그와의 대화에서 20년차를 맞이한 베테랑 배우의 연륜과 열정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31일 개봉하는 '파일럿'(감독 김한결/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제작 쇼트케이크, 무비락)은 항공사를 대표하는 스타 파일럿에서 뜻하지 않은 실수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주인공이 여장을 한 후 재취업에 성공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다룬 코미디 영화다. 조정석은 주인공 한정우 그리고 그가 여장한 한정미로 성별이 다른 1인 2역 연기를 소화했다.

조정석은 제안을 받은 지 3일만에 '파일럿'의 출연을 결정했다. 5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라면 고민이 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에게 이유를 들어봤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다가 만난 한준희 감독님이 '같이 한 번 해 볼래'라면서 본인이 연출하는 작품의 출연을 제안하셨는데 그게 '파일럿'이었어요. 시나리오를 한 번 읽어보니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이건 꼭 해야 해!' 딱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바로 한 감독님께 연락해서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했죠."

영화의 세일링 포인트인 여장에 대해 조정석은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 영화에서도 여장 연기를 영화에서 제대로 선보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고.

"주변에서 여장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이야기에 꼭 필요한 설정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헤드윅'으로 여장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다만, 이 얼굴을 영화관의 큰 스크린으로 보시는 분들이 부담스럽게 느끼면 안될텐데라는 생각은 했어요. 그래서 분장팀과 같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고, 가장 예쁘게 보이는 모습을 찾아낸 게 영화 속 한정미의 모습이예요. 자연스럽게 머리를 넘기는 손짓이나 목소리 톤 같은 작은 설정들까지 나름 연구를 많이 했어요. 재밌게 준비한 것 같아요."

사진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러한 노력 덕분일까. 작품 속 여장 한정미의 빼어난 미모는 많은 화제가 됐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닮은꼴 여자 연예인으로 박보영, 최강희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조정석은 인터뷰를 빌어 두 배우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어떤 기자분이 작품 속 한정미가 닮은 연예인이 누구인 것 같느냐고 질문을 하셨어요.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는데 문득 '파일럿' SNS 게시물의 한 댓글에 박보영 배우와 최강희 선배를 닮았다고 적혀 있었던 게 떠올랐어요. 그래서 저는 농담조로 '두 분을 약간 닮은 것 같다'고 대답했는데 그 내용이 나중에 기사로도 나왔더라고요. 박보영 배우도 최강희 선배도 제가 둘 다 참 좋아하는 분들인데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게 됐네요. 이 자리를 빌어 두 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웃음)"

모든 순간이 즐거운 촬영이었지만 영화의 한 장면에서 조정석은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한정우가 하이힐을 신은 채 횡단보도를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때 그는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한정미를 연기하다 보니 하이힐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카메라가 풀샷으로 한정우를 잡는 신 외에 모든 장면은 제가 직접 연기했죠. 그런데 달리기 장면 촬영은 정말 힘들었어요. 정신없이 뛸 때는 잘 몰랐는데 뛰고 나니까 다리를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심한 통증이 올라왔어요. 운동선수들 햄스트링이 올라온 것처럼요. 체력이나 몸 관리는 나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저도 40대 중반이다 보니 확실히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열심히 아픈 걸 참아가면서 뛰었는데 영화 완성본에서 달리기 장면이 많이 편집된 것은 약간 아숴웠어요."

조정석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아빠로서 주인공 한정우의 캐릭터에 격하게 공감했다. 가족들에게 당당한 아빠로 살기 위해 여장까지 해 가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 동질감과 애잔함을 느꼈다고.

"한정우는 한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어요. 그럼에도 하나 뿐인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서 여장을 선택했고요. 그런 모습들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한정우와 같은 상황이 주어졌고 가족들을 지키는 방법이 여장밖에 없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했을 거예요. 그래서 여장한 한정우를 더 열심히 연기한 것 같아요. 같은 아빠로서 그의 안간힘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다섯 살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조정석에게 요즘 가장 큰 행복은 본인의 개그에 웃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에 한 번 놀아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딸을 웃긴다고.

"딸이 태어나고 100일이 지난 시점부터 일이 갑작스럽게 바빠져서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어요. 너무 미안한 일이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한 번 놀아줄 때 끝을 보자' 였어요. 딸과 놀아줄 때 저는 한 마리의 곰이 되고 공룡이 되고 외계인이 됩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딸을 웃겨요.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제 개그에 대한 딸의 반응이 너무 좋아요. 거의 자지러 지더라고요. 너무 예뻐요."

사진 제공= 잼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한정우의 동생 '진짜' 한정미를 연기한 배우 한선화는 이번 작품에서 조정석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한선화에 대해 그는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배우'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결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왜 이제서야 만났을까'라고 느낄 때가 있잖아요? 선화 씨를 만났을 때 딱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훌륭한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연기자예요. 서로에게 맡겨진 배역이 오빠 동생 관계인 만큼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인간적으로 친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선화 씨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와 인사도 해 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파일럿' 처럼 상황으로 웃기는 코미디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가장 중요한데, 선화 씨와의 호흡은 실제로 남매인 것처럼 척척 맞아 떨어졌어요. 선화 씨는 나중에 배우로서 정말 잘 될거예요."

인터뷰를 마치며 지난 20여년동안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롱런할 수 있는 조정석만의 비결을 물었다. 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인성'이라고 답했다.

"20여년의 연기 경험으로 미뤄 볼 때 인성이 갖춰져 있는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들은 나중에 확실하게 차이가 나더라고요. 저도 20대까지는 이런 걸 잘 몰랐다가 30대가 돼서야 배우에게 있어 인성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연기는 팀워크잖아요? 상대역 배우, 조연 배우 또는 작품을 만들어주는 제작진, 스태프 여러분들과 다 같이 호흡을 맞추는 거죠. 그래서 배우들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살피고 아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연기도 더 성숙할 수 있고 더 많은 기회도 잡을 수 있고요. 제가 만나는 모든 후배 연기자들한테 이 이야기는 항상 하고 있어요. 저 스스로도 주변 사람들한테 더 잘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요."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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