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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코노미] JYP 현지화 전략, 이대로 가면 '빛 좋은 개살구'

박정훈 기자

JYP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에서 데뷔 시킨 걸그룹 VCHA. 사진 제공= JYP엔터테인먼트

간판 아티스트인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의 왕성한 활동과 그로 인한 성과에 힘입어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주요 엔터기업 중 가장 공격적인 아티스트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가요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는 측면에서 전략의 방향성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기에 확실하게 힘을 싣지 못하는 아쉬운 성과들은 JYP의 전략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

18일 JYP(035900)는 "올해 3분기 중 현지 법인 'JYP 라틴 아메리카'(JYP Latin America)를 설립하고 현지 음악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하며 "소속 아티스트의 투어 지역과 신규 사업을 확대하며 현지 팬들과 소통 창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법인의 첫 메인 프로젝트는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L2K'(라틴아메리카 투 코리아·LatinAmerica2Korea)의 제작이다. K-POP 육성 시스템에 기반한 라틴 걸그룹을 선보이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안타깝게도 JYP의 야심 찬 계획에 대한 평가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고 있다.

현재까지 JYP는 NiziU(니쥬), NEXZ(넥스지) 등 일본 거점의 팀과 미국을 주 무대로 하는 VCHA(비춰) 등 총 3팀의 현지 아티스트를 데뷔시켰고 중국을 중심으로 활동할 팀인 'Projet C'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데뷔한 팀 중 큰 의미가 있는 성과를 거둔 팀은 사실상 NiziU가 유일하다.

JYP와 일본 소니뮤직이 공동으로 기획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Nizi Project'를 통해 결성돼 2020년 12월2일 일본에서 데뷔한 걸그룹으로 멤버 9인 모두가 일본 국적이다. NiziU는 공식 데뷔 전부터 팬덤이 결성되는 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는 데뷔 후 음반 판매 성적으로도 이어졌다.

2020년 6월 발매된 NiziU의 프리 데뷔 디지털 미니 앨범 'Make you happy'는 발매 당일 일본의 7개 음원 사이트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공개 3일 만에 일본 내 음악 플랫폼의 64개 차트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힘입어 그해 12월 일본에서 발매된 NiziU의 싱글 1집 음반 'Step and a Step'은 발매 첫 주 초동 31만장, 총합 41만장을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총합 25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 기록을 일본에서는 '플래티넘'이라고 부르며 이를 아티스트의 성공 기준으로 여긴다. NiziU를 통한 JYP의 아티스트 현지화 전략은 분명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문제는 NiziU 이후 데뷔한 JYP의 현지 아티스트 팀들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1월26일 미국에서 데뷔한 걸그룹 VCHA는 지난해 9월 북미 지역에서 진행된 오디션 'A2K'를 통해 결성된 팀이다. 오디션 영상 총 누적 조회 수 6575만뷰, 회당 평균 조회수 298만뷰 등으로 데뷔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정식 데뷔 이후에는 눈에 띌 만할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VCHA는 지난해 9월과 12월 'SeVit (NEW LIGHT)', 'Ready for the World' 등 2장의 프리데뷔 싱글 앨범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싱글 1집 'Girls of the Year'를 선보이며 정식으로 데뷔했다. 그러나 데뷔 전 화제가 무색할 정도로 VCHA의 데뷔 이후 공식 활동이나 음원, 음반 성적은 그 어느 것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심지어 JYP의 1분기 보고서에도 VCHA의 성과는 프리데뷔 싱글 수록곡 'SeVit' 뮤직비디오 공개 후에 한달 간 유튜브 조회수 1180만회 달성, 그래미가 선정한 2024년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 정도만 기록돼있다.

VCHA에 이어 데뷔한 보이그룹 NEXZ 역시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는 평가다. NEXZ는 NiziU를 탄생시킨 일본의 오디션 프로그램 'Nizi Project'의 두 번째 시즌을 통해 2023년 12월15일 결성된 팀이다. NEXZ는 지난 5월20일 싱글 1집 앨범 'Ride the Vibe'를 발매하면서 한국에서 먼저 데뷔했고 해당 앨범은 발매 후 일주일 동안 약 12만장이 판매됐다.

JYP가 스트레이 키즈 이후 6년만에 선보인 보이 그룹 NEXZ. 사진 제공= JYP엔터테인먼트

NEXZ가 일본 시장을 주 무대로 활동할 팀인 것을 감안하면 첫 앨범으로 기록한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는 양호한 성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간판 그룹인 '스트레이 키즈 이후 6년 만에 JYP가 선보인 남자 아이돌 그룹'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기대감을 고려할 때 NEXZ의 성과는 기대 이하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NiziU가 데뷔 전부터 일본 가요계에서 일으킨 반향과 비교하면 NEXZ가 한국에서 기록한 성적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데뷔 초기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NiziU 일본 내 인기는 JYP 현지화 전략의 또 다른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초동 판매량 30만장 이상을 기록했던 NiziU의 데뷔 초 음반 판매량은 점차 감소했고, 최근 발매된 음반의 판매량은 10만장대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부진한 실적과 맞물려 JYP에 대한 부정적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올해 1분기 JYP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 26.3% 감소했다. JYP는 "매니지먼트 매출 비중 확대로 인해 늘어난 원가 비용이 영업 실적에 반영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곧 VCHA, NEXZ 등 신규 아티스트 데뷔로 인해 늘어난 매니지먼트 비용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부담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일련의 불안 요소들은 JYP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7월 14만원대였던 JYP의 주가는 이후 매우 뚜렷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1년 만에 주가가 약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투자업계에서는 JYP에 극적 반전의 계기가 없다면 1분기의 실적 부진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JYP는 매출 968억원(YoY -36%), 영업이익 200억원(YoY -56%)을 기록하며 증권사 컨센서스를 약 16%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873억원(YoY -36%), 영업이익 218억원(YoY -56%),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971억원(YoY -35.9%), 영업이익 206억원(YoY -54.8%)의 2분기 실적을 전망했다.

차세대 및 신규 아티스트 IP의 부진은 JYP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저연차 아티스트들의 부진한 성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해 성장이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아티스트 발굴을 통한 글로벌 확장은 JYP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이다. 그러나 지금은 확장보다 '확실한 성과'의 입증이 절실한 시점이다. JYP는 고민을 더 해야 한다.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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