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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예술원 영화인 인터뷰➁]"박 감독과 최 감독은 왜 연세예술원에 가게 됐을까"

연세예술원 학생으로 만난 박순홍, 최유승 감독
권미나 기자

학생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영화 제작에 필요한 최신 장비와 제작비를 지원하는 영화교육기관. 현직 촬영·조명감독도 학생으로 입학해 동기들에게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알려주고 타 전공 학생이 졸업 작품으로 장편 영화를 연출하는 곳. 지난해 3월 문을 연 연세대학교 연세예술원 영화학과 얘기다. 머니투데이방송(MTN)은 오는 12월 개봉을 목표로 '교생실습'이라는 장편 영화를 제작 중인 연세예술원 영화학과의 주임교수와 재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연세예술원 영화학과)연세예술원 영화학과에 재학 중인 박순홍 조명감독

(사진=연세예술원 영화학과)연세예술원 영화학과에 재학 중인 최유승 촬영감독

"이번 작품들은 색감과 화면의 생동감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연세예술원의 세 번째 작품 발표회가 끝난 후, 교수들과 외부인들이 유영식 주임교수에게 전한 감상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은 현업에서 활동 중인 박순홍 조명감독과 최유승 촬영감독의 역할 덕분이다. 수업 시간에 짧게 촬영한 영상이지만 이들 감독의 참여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더해졌다.

학생으로 돌아온 박순홍 감독과 최유승 감독을 만나 이들이 바라보는 연세예술원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 최 감독과의 일문일답.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 박순홍 감독(이하 '박') :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32년간 조명감독으로 활동했다. 참여한 영화로는 '조작된 도시', '조선명탐정2' 등이 있고 최근에는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을 작업했다. 이 외에도 '타인은 지옥이다', '판도라:조작된 낙원' 등의 드라마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이승철, 김범수, 보아, 나얼 등 여러 가수의 뮤직비디오 작업도 진행했다.

- 최유승 감독(이하 '최') : 20대에는 밴드 활동을 했고 30대에는 사진 분야에서 일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영상쪽으로 작업을 확장하면서 영화 일을 시작하게 됐다. 영화계 경력은 짧지만 내가 촬영한 '부모 바보'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선정됐다.

▷연세예술원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박 : 한국의 영화교육 현장에서는 촬영에 대한 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조명 교육이 많이 부족하다. 조명은 영상의 분위기와 인물의 감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 과정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세분화된 조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언제부턴가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해 후배들에게 조명을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차세대 조명 감독을 키우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연세예술원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 최 : 처음 찍은 장편 영화가 좋은 상을 받아 크게 고무됐다. 그래서 영화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 정보를 찾던 중, 유영식 감독님이 연세예술원에 주임교수로 계신다는 것을 알게 돼 오게 됐다.

한국 영화가 상업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독립 영화가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독립 영화의 기반이 탄탄해야 훌륭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많은 작품들이 유 교수님이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이끌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러한 성과를 통해 교수님을 알게 됐고 이전부터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연세예술원의 강점이 있다면
- 박 : 교수님들이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라 그런지 교육이 매우 실용적이다. 나도 현업에 종사하고 있어 교수님의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학생으로서 수업을 들어보니 교수님들이 실제 현장과 밀접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었다.

또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각자 원하는 포지션이 다르다. 연세예술원에는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에 강한 감독, 현장 진행에 능숙한 감독, 후반 작업에 강한 감독, 제작자, 프로듀서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교수님들이 있어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맞춰 특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것도 큰 장점이다.

- 최 : 연세대가 학생들에게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연세예술원도 학생들을 위해 촬영 장비와 창작지원금 등을 제공하고 있더라. 초반에는 기자재도 박스채 있던 상태에서 개봉했다고 들었다. 예술 분야는 투자가 정말 중요한데 이런 지원 덕분에 학생들이 단순한 이론 교육을 넘어 스스로 고민하고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창작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사진=연세예술원 영화학과)박순홍 감독이 학과 동기들에게 '초저예산으로 단편 영화 조명 치는 법'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연세예술원 영화학과)최유승 감독이 학과 동기들과 단편 영화 촬영을 하고 있다.

▷학생들과 작업하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 박 : 초반에 학생들이 촬영하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스탠드가 기이하게 펼쳐져 있어서 '어떻게 저렇게 서 있지?' 싶었다. 그럼에도 그 상태로 잘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또 나는 현장에서 짜여진 콘티에 따라 정확하게 촬영을 진행하는데 이 친구들은 더 좋은 장면을 찍기 위해 이미 촬영한 장면도 이렇게 찍어보고 저렇게 찍어보고 여러 번 촬영을 한다. 자신이 찍은 영상을 편집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별다른 말을 하진 않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 학생들과 작업하다 보면 옛날 생각도 나고 새롭게 깨닫는 부분도 있어 도움이 되기도 한다.

- 최 : 작품 발표회가 끝난 후, 외부 관람객들로부터 작품의 질이 전체적으로 많이 좋아졌다는 평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특히 유 교수님이 '네 덕이 크다'라고 말씀하셨을 때 정말 뿌듯했다.

▷장편 영화 '교생실습'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았나
- 박 : 나는 조명을 맡았다. 영화의 배경인 북한은 가본 적이 없어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연출자인 석범진 친구와 여러 번 대화를 나눴다. 특히 북한의 밤이 칠흑같이 어둡다고 하더라. 영상이 어두우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실제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줄지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장편 영화에 도전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장편 영화는 단편과 달리 긴 호흡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힘든 작업이다. 최연장자로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최 : 촬영을 하고 있다. 촬영감독은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전환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을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어떤 샷을 사용할지, 어떤 전환 효과를 적용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장면마다 필요한 감정과 메세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또 껄렁껄렁한 북한 선생님 배역을 맡아 출연도 한다. 역할을 잘 소화하기 위해 북한 사투리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박 : 처음부터 너무 높은 목표를 바라보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맡은 일을 잘 해내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선배들이 '이 친구에게는 믿고 맡길 수 있겠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약속 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내가 10분 늦으면 다른 팀은 20~30분 더 기다려야 하고 내가 맡은 일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하게 될 수도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현장에서는 약속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 최 : '어설픈 시인은 흉내 내고 노련한 시인은 훔친다'는 말이 있다. 영화계는 여전히 어깨너머로 배우는 게 훨씬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단순히 수동적으로 지식을 전해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동료들이나 경험이 많은 교수님들의 장점과 독창적인 접근 방식 등을 적극적으로 배워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었으면 한다.

권미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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