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도 뛰어드네…식자재 유통업 새판짜기
원재료값 상승 위기에도 기회 찾는 업계이수현 기자
고든램지 버거 매장(제공=현대그린푸드) |
대기업 중심 구조였던 식자재 유통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식품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낙후된 영역으로 분석됐지만, 그 만큼 디지털 혁신의 가능성이 큰 산업으로 기대되고 수요도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뿌린대로 거둔 호실적
전반적인 경기 침체 우려에도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업의 2분기 성적표는 선방한 모습이다. 외식 물가 부담으로 저렴한 구내 식당 수요가 늘었고, 식자재 유통업의 사업 규모도 키웠기 때문이다.
2일 삼성웰스토리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한 7750억원, 영업이익은 24.3% 늘어난 46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벌어들인 매출이 1조5000억원에 육박해 올해 매출 3조원 문턱을 넘기여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분기 실적을 보면 단체급식 부문에서는 신규 수주가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식자재 유통부문에서도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신규 수주가 늘었다. 외식 고객사가 가맹 사업을 확장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현대그린푸드도 2분기 증권사 컨센서스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8.1%, 영업이익은 5.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그린푸드는 글로벌 버거 레스토랑 '고든램지 버거' 국내 매장에 식재를 공급하는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식자재 유통업에 힘이 실렸다.
앞선 인프라 투자가 시장 수요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현대그린푸드는 식재 유통을 위해 물류창고 운영 면적을 50% 확대했고, 식재 유통 담당 직원도 20% 이상 증원했다. 지난 2020년 3964억원이었던 식재 유통 매출액이 3년 만에 616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배경이다.
현대그린푸드관계자는 "숙성·손질 등 고객 맞춤형 식재 전처리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오는 2030년까지 식재 유통 사업 매출을 1조원대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제공=뉴시스) |
◇식자재값 폭등, 오히려 기회
이상 기후와 고물가로 식자재 부문의 리스크는 오히려 커지고 있는 실정인데, 이 같은 배경에서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의 수요가 커졌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동안 일반 마트나 도매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식재를 수급해오던 소상공인들도 전문 식자재 유통업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의 채솟값 추이처럼 가격이 폭등하거나 수급 자체가 불안정해지면서 겪는 위기를 관리하려는 측면이다.
또한 외식산업은 점차 고급화되고 있는데, 고비용을 들여서 식자재의 품질을 유지하려는 수요도 커졌다. 외식 브랜드의 차별화를 위해 시중에 많이 유통되지 않는 고급 식재료를 메뉴에 맞는 형식으로 공급받고 싶어하는 수요다.
급식업과 식자재 유통업을 겸하는 대기업 중심이었던 시장에 점차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사조대림은 기존에도 식자재 유통업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식자재·위탁급식 업체 푸디스트 인수를 계기로 시장의 주요 사업자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조대림은 푸디스트가 보유한 전국 6개 권역 물류센터와 13개의 도매 마트인 식자재왕마트, 온라인 식자재 플랫폼 등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 식품 제조업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식자재 유통업을 붙여 활동 영역을 키운 사례다.
반면 동원홈푸드는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로 영역을 넓히며 새 기회를 창출했다. 동원홈푸드는 저칼로리, 저당 소스 전문 브랜드 '비비드키친(VIVID KITCHEN)'의 사업 영역을 B2C 영역으로 확장해 식자재 사업의 고성장을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업을 운영하면 외식업을 하지 않고도 시장의 큰 흐름과 수요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고, 사업 기회를 찾기 유리한 부분이 있다"며 "현재 시장에서 식자재 유통의 전문성이 부각되고 있고, 스마트팜이나 대체육 등 푸드테크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수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