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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코노미] 덕후는 돈이 된다? OTT 업계 떠오르는 '버티컬' 전략

박정훈 기자

사진 제공= 라프텔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마니아층의 콘텐츠 취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버티컬'(Vertical) 전략이 떠오르고 있다. 버티컬은 특정 콘텐츠에 대해 충성도가 높은, 이른바 '덕후' 기질 이용자들의 취향을 플랫폼에 적극 반영하는 대응 전략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응이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OTT 업체들의 경영과 마케팅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성지, 라프텔

애니메이션 전문 OTT 채널 라프텔(LAFTEL)은 버티컬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라프텔은 총 2400억원 규모의 연간 적자를 기록한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왓챠 등 대형 플랫폼을 제치고 지난해 국내 토종 OTT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2014년 9월25일 창립돼 온라인 애니메이션 추천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한 라프텔은 이제 국내 애니메이션 덕후들의 성지(聖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라프텔'이라는 회사명은 인기 소년 만화 '원피스' 주인공들이 향하는 최종 목적지에서 따 온 것으로 플랫폼의 성향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지난 3월21일 발표된 라프텔의 최대 주주 애니플러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2억원, 4억9000만원을 기록한 라프텔의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97억원, 24억원까지 증가했다. 플랫폼 평가 사이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라프텔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50만명대 이상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라프텔은 '음지의 경로'가 메인이 된 애니메이션 유통 경로에 대한 덕후들의 불만에 대응하면서 빠르게 사세를 확장했다. 저렴한 가격과 빠른 콘텐츠 수급을 앞세워 국내 플랫폼 시장의 블루오션이었던 애니메이션 전문 스트리밍 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라이트노벨, 코믹스 등 다양한 서브컬처를 플랫폼 안으로 포함시킨 라프텔은 국내의 수많은 애니메이션 덕후들이 돈을 내고 당당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길을 개척했다.

서브컬처 영역에서 입지를 다진 라프텔은 애니플러스라는 최고의 서포터를 만났다. 2022년 11월 라프텔을 인수한 애니플러스는 일본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독점적 국내 방영권을 보유한 유료 케이블 채널이다. 애니메이션 신작의 독점 배급이나 스트리밍 판권 확보 측면에서 모기업 애니플러스의 적극적 지원을 받게 된 라프텔은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OTT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현재 라프텔은 동남아시아 OTT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특정 마니아층을 깊숙하게 파고드는 버티컬 전략은 주요 OTT 플랫폼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사진 제공= 티빙

'스포츠 덕후'들을 공략하라

CJ ENM 계열 OTT 플랫폼 티빙은 올해 초 한국프로야구(KBO) 전 경기의 독점 중계권을 획득했다. 이는 수백만명 이상의 야구 팬덤을 겨냥한 티빙의 승부수였다.

서비스 초반 원활하지 못한 준비로 티빙은 프로야구 팬들에게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면서 이제는 프로야구 팬들의 플랫폼 유입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을 정도로 서비스를 안정시켰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약 656만명 수준이었던 티빙의 MAU는 7월 756만명까지 늘어났으며, 올해 2분기 티빙의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해 대비 29%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쿠팡플레이는 국내에 마니아층이 두터운 해외 스포츠 리그의 독점 중계권 확보를 적극 추진했다. 쿠팡플레이는 스페인 프로축구 '라 리가'(La Liga),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 앙'(LIGUE 1) ,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이어 지난 4월 세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의 독점 중계권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러한 스포츠 콘텐츠 확장을 통해 2022년 평균 380만명 수준에 머물렀던 쿠팡플레이의 MAU는 2024년 700만명대까지 증가했다.

한편 버티컬 전략은 글로벌 OTT 기업들의 생존 전략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OTT 시장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지난 1월 전 세계에 수백만 명의 팬덤을 보유한 프로레슬링 리그 WWE의 주간 레슬링 쇼 '로우'(RAW)의 10년 독점 중계권을 약 50억달러(약 6조9000억원)에 인수했으며 애플TV+는 최근 미국 프로축구 리그(MLS)의 독점 중계권을 독점으로 확보했다.

이러한 국내외 OTT 기업들의 움직임은 팬덤의 로열티가 오랫동안 지속되기 어려운 기존 오리지널 콘텐츠의 한계를 보완하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브컬처, 스포츠 등 팬들의 몰입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는 영역은 OTT 가입자들의 장기 가입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자의 다양한 취향을 공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길 즐기는 콘텐츠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특정 분야의 '마니아'들은 주요 OTT 기업들이 반드시 포용해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취향의 고객들을 서비스로 끌어들이는 OTT 기업들의 버티컬 전략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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