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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오늘의 집' 8000억 자본잠식이면 망한 건가요?

자본잠식에도 '급'이 있다..회계 착시 탐구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기업 재무제표 볼 때 주의해야 할 점 2가지
김수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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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일간지가 '이커머스 플랫폼 10곳 중 4곳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며 '이커머스 업계 재무 건전성에 노란불이 들어왔다'내용의 기사를 크게 실었습니다. 선두 플랫폼 10곳을 대상으로 회계사 2명의 도움을 받아 분석했다는 건데요. 이 가운데 에이블리, 정육각, 발란, 오늘의 집 등 4곳이 자본완전잠식 상태라고 지목하였습니다. 기사에 첨부된 그래프를 보면 이 가운데 인테리어 전문업체 오늘의 집(회사명 버킷플레이스) 자본잠식 규모(마이너스 7989억원)가 단연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죠. '저 회사 금새 망하는 거 아니냐'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과연 오늘의 집 재무 안정성과 건전성은 심각한 위기에 빠진 걸까요?


먼저, 최근 기업회생(법정관리)신청을 한 위메프의 '23년 감사보고서 감사의견을 한번 보겠습니다.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은 아래와 같은 내용을 기재해 놓았습니다. 기업이 존속하면서 영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면서, 그 근거로 손익적자와 유동자산(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크게 초과하는 유동부채(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를 제시하고 있죠. 지난주 일방적으로 폐업을 공지하고 대표와 주요 임직원들이 단체 잠적한 이커머스 플랫폼 알렛츠(회사명 인터스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오늘의 집은 어떨까요? 이 회사도 계속 적자를 내고 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훨씬 큰 상황입니다. 외부감사인이 당연히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을 기재해 놓았을 것 같죠. 그런데 감사보고서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회계법인이 잘못 판단한 것일까요?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스타트업이 VC(벤처캐피털)나 PEF(프라이빗에쿼티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대개는 우선주를 발행합니다. 일반 우선주가 아니라 이른바 '상환전환우선주(RCPS)'입니다. 스타트업이 발행하는 RCPS에는 투자자가 회사측에 "투자원리금을 조기상환해 달라"거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RCPS 발행기업의 재무제표를 판단할 때는 두가지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첫째, 회사가 어떤 회계기준을 사용하느냐 있느냐는 거죠. 우리나라 비상장사 대부분은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 따라 재무제표를 만듭니다. K-GAAP에 따르면 RCPS는 어떤 조건으로 발행되건 그냥 우선주일 뿐입니다. 따라서 발행액은 무조건 '자본'으로 분류됩니다.

상장기업 또는 상장을 하려는 기업이 사용해야 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다르죠. 발행조건에 따라 부채가 될 수도, 자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가 발행사에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담겨있다면 부채로 분류해야 합니다. 그러나 투자 원리금을 갚을지 말지 발행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없는 조건으로 발행되었다면 자본으로 분류하죠.


오늘의 집은 지난 2014년부터 누적으로 약 3000억원 가량의 외부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RCPS를 발행했습니다. K-GAAP을 쓰던 비상장 스타트업 시절 발행하였으니 당연히 자본으로 분류를 했겠죠.

그런데 회사는 '23년 결산을 하면서 재무제표 작성 기준을 K-IFRS로 바꿉니다. 미래 상장에 대비하여 자발적으로 K-IFRS 전환작업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의 집이 발행했던 3000억원 RCPS에는 투자자의 상환요구권이 담겨있었습니다.따라서 RCPS는 이제 자본에서 금융부채로 바뀌었습니다. 회사의 영업이나 재무상황은 달라진 것은 없는데 회계기준의 변화 때문에 부채가 크게 증가한 것이죠.



둘째, 오늘의 집 재무제표를 해석할 때 주의깊게 봐야 하는 부분은 또 있습니다. 더 중요한 부분이죠.
오늘의 집 RCPS에는 두가지 의무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투자자 요구시 상환을 해줘야 하는 의무이고, 또 하나는 전환을 해줘야 하는 의무 즉 보통주를 발행해줘야 하는 의무입니다.

회계에서 의무는 곧 '부채'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늘의 집 현재 주당가치가 1만원이라 해보죠.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할 때 10주를 발행해줘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면, 이 의무 즉 부채의 가치는 10만원(1만원X10주)이 됩니다. 주당가치가 10만원으로 상승하였다고 해 보겠습니다. 부채의 가치는 얼마가 될까요. 이제는 100만원(10만원X10주)이 되는 겁니다. 원래의 RCPS에 내재되어있는 전환권에서 파생된 부채이기 때문에 회계에서는 이를 파생금융부채라고 부릅니다.

위의 경우처럼 파생금융부채가 1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즉 90만원이 증가하면 손익계산서에 이를 손실비용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그만큼 당기순이익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자본도 그만큼 감소하는거죠.



일반적으로 자본잠식은 회사가 영업활동에서 계속 적자를 내는 바람에 적자(결손금)가 누적되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그러나 RCPS 발행으로 투자유치를 많이 한 비상장 기업은 'IFRS로 회계변경' 그리고 이후 '기업가치의 지속적 상승(주식가치의 상승)'이 있을 경우 자본잠식이 빠질 수 있습니다. 회사의 영업이나 재무에 본질적 변화가 없는데도 자본완전잠식으로 치달을 수 있는 거죠. 회계가 불러온 일종의 착시현상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RCPS 상태에서 전환권 평가 때문에 발생한 자본잠식은 RCPS의 보통주 전환이 실행되면 해소됩니다. 전환의무가 이행되었으므로 관련부채가 제거되고 자본이 증가합니다.

아래 티몬(K-GAAP)과 오늘의 집(K-IFRS)의 재무상태표를 한번 보겠습니다. 자산, 부채, 자본의 구조가 아주 비슷해보이죠. 둘 다 자산보다 부채가 커 자본이 마이너스입니다. 자본완전잠식이죠. 자본 안에 있는 결손금 규모도 막대합니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을 보겠습니다. 유동자산액과 유동부채액이 같아야 유동비율은 100%가 됩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재무 안정성이 그나마 양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티몬은 18%에 불과하죠. 오늘의 집은 50%에도 못 미친 40%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K-IFRS로 작성된 오늘의 집 재무제표(아래 왼쪽)를 티몬과 같은 K-GAAP 기준(아래 오른쪽)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유동자산이나 당좌자산은 두 기준 모두 당연히 동일하죠. 그런데 유동부채로 가면 9074억원(K-IFRS)에서 1604억원(K-GAAP)으로 확 줄어듭니다. 부채총계 역시 1조2109억원에서 1681억원으로 뚝 떨어지죠.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946억원에서 플러스 2243억원으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결손금은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8275억원에서 958억원으로, 큰 폭의 감소가 일어납니다.

K-IFRS에서 K-GAAP으로 가면, RCPS 3000억원(금융부채)과 전환권 및 상환권 평가액 7000억원(파생금융부채) 등 약 1조원의 부채가 빠지고 자본으로 인식됩니다.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은 100%를 넘어 우량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200%를 넘어섭니다. 오늘의 집은 "RCPS로 발생한 회계착시를 제거한 실질유동성은 이처럼 건실하다"고 말합니다.

회사의 유동자산 3605억원 가운데 현금성자산(현금+단기금융상품)이 3110억원입니다. 유동자산으로 실질 유동부채1675억원을 다 상환한다해도 1900여억원의 현금성 자산이 남습니다. 오늘의 집은 지난 8월1일 675억원의 파트너(입점업체) 정산대금을 조기정산하였습니다. 최근 티메프 사태로 중소업체의 자금운용이 어려워짐에 따라 조기정산을 진행한 거죠.

오늘의 집 발행 RCPS 가운데 10년 만기도래분이 8월에 처음으로 보통주 전환되었습니다. 회사측은 앞으로도 보통주 전환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늘의 집 외부감사인이 '23년 재무제표(K-IFRS) 감사의견에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을 기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티몬의 결손금은 영업에서 발생한 적자가 누적된 결과지만 오늘의 집 결손금은 회계변경과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파생금융부채 증가의 영향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실질 유동성 비율에도 문제가 없죠. 그래서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이 판매자 정산대금 지급을 미룰 때 오늘은 집은 심지어 조기정산에 나설 수 있었던 겁니다. 결론은, 자본완전잠식에도 '급'이 있다는 겁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판단하면 착시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늘의 집은 여전히 영업손실을 내고 있습니다. 매출액이 '22년 1689억원에서 '23년 2241억원으로 증가하며, 영업적자가 크게 감소(493억원-->130억원)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적자부담은 계속 이어지고 있죠.

회사는 조정 EBITDA 기준으로는 '23년 흑자를 냈다고 말합니다. 회계상 영업손익에다 현금이 유출되지 않은 각종 상각비용을 더한 값이 EBITDA입니다. 여기에다 다시 스톡옵션부여비용 같은 현금비유출 비용을 추가로 더하면 조정 EBITDA를 구할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 기준으로 본 영업이익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필자가 계산해보니 이 값이 대략 107억원으로 산출되었습니다.

조정 EBITDA가 플러스라는 사실은 회계상 영업손익도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는 향후 영업상황이 얼마나 좋아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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