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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파친코2' 이민호가 생물학적 시간 무시한 이유

천윤혜 기자

사진 제공=Apple TV+

"저는 '파친코'를 낯선 땅에서 새 터전을 잡고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봤어요. 처절하거나 치열한 삶을 살았던 분들의 스토리나 이야기를 보려 했죠. 시즌2에는 전쟁 속 수많은 피해자가 나오고 또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비슷한 일들이 현재도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찾아서 시대를 초월해 표현하려고 했죠."

그래서 전 세계가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나 보다. '파친코'는 재일동포 이야기지만 처절한 삶을 살던 모두의 역사를 되짚어보게 했다. 여기에는 이민호(37)의 지분도 상당했다. 그동안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 '상속자들'(2013), '더 킹 : 영원의 군주'(2020) 등 로맨스물에서 활약하던 그는 시대물에 완벽히 녹아들며 작품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리는 작품.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시즌2(감독 리안 웰햄‧진준림‧이상일/제공 Apple TV+)는 시즌1로부터 7년이 지난 1945년 오사카를 시작으로, 2차 세계 대전의 위협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선자(김민하)의 이야기를 담았다. 30일 2회가 공개됐다.

이민호가 연기한 한수는 성실하게 살아가던 청년에서 냉철한 사업가로 변모하는 캐릭터다. 선자(김민하)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인물이기도. 그는 아내가 있지만 자신의 아들 노아(김강훈)를 낳은 선자를 잊지 못한다.

시즌2 공개를 앞두고 만난 이민호는 시즌1이 공개됐을 당시를 떠올리며 "작품 끝나고 반응을 열심히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리뷰를 열심히 찾아보진 않았는데 뿌듯했던 건 관계자분들이 너무 잘 봤다고 할 때였다. 제가 이름을 알리고 대중의 주목을 받은 작품에서는 받기 힘든 평가를 관계자분들이 해주실 때 '내가 이 작품을 한 게 의미가 있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즌1 이후 약 2년 만에 돌아온 시즌2. 이민호도 그사이 다른 작품을 찍으면서 더욱 성숙해졌고,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파친코' 세계관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른 배우들보다 제가) 촬영에 늦게 합류했어요. 전작('별들에게 물어봐') 촬영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막바지에 합류해서 (로케이션 촬영지인 토론토에서) 2~3개월 있었던 것 같아요. 전작을 찍으면서 지치고 힘들었는데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날 출국했어요. 가서 준비를 하자는 마음에 (제 촬영일보다) 2~3주 빨리 간 건데 그 시간이 너무 좋더라고요. 한 번 경험한 사람과 다시 만나서 작업하는 거라 편안했던 것도 있었고요."

사진 제공=Apple TV+

작품 속 한수는 시즌1과 시즌2 사이 7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 7년 사이 한수는 직업도 바뀌었으며, 사회적으로 한층 성공한 듯 보이는 삶을 살게 됐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길래 한수의 삶에 변화가 생긴 걸까. 이민호는 한수의 7년을 자신의 상상으로 채워나갔다.

"시즌1에서는 생선중개상 포지션까지였는데 시즌2에서는 무기밀매상이 되면서 정치인이나 군인처럼 권력을 쥔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까지 가게 됐어요. 빈 공간(7년의 공백)에서 얼마나 더러운 꼴을 많이 느끼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했을까 상상했죠. 단순히 마피아나 갱스터처럼 느껴지지는 않길 바랐어요. 작가님과 공통적으로 한 얘기도 그랬고요. 부패한 정치인 정도의 느낌이면 어떨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동안 선자를 향한 마음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선자의 주위를 맴돌다 시즌2에서는 재회하기도. 이민호는 한수와 선자의 관계성을 '사랑 이상의 무언가'로 정의했다.

"늘 소유하고 싶고 곁에 두고 싶지만 선자에 부정당하는 관계잖아요. 결국 한수는 선자와 노아로부터 인정받아야만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느낄 수 있었다고 봐요. 소중한 존재를 잃었을 때에야 (진짜 사랑을) 느끼는 불행한 인생 같아요. 그전까지는 (진짜 중요한 걸) 모르고 달려 나가는 기관차 같은 인생이라고 생각했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다고 생각하고 달리지만 자기 존재가 부정당하는 비극적인 인물이라고 봤어요."

그는 한수가 아들 노아에 보인 부성애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파친코' 시즌2에서 한수가 노아에게 하는 행동들은 따뜻해 보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가길 원하는 모습. 한없이 퍼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보통의 부성애와는 사뭇 다른 결이었다.

"시즌1에서 노아에게 '앞만 봐' 하는 대사가 인상 깊었어요. 사자 무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는데 새끼가 세 마리였는데 한 마리가 도태되니까 버리고 가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한수가 추구하던 삶의 가치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한수는 인간이 느끼는 섬세한 감정보단 본능적으로 짐승같이 생존할 수밖에 없었잖아요. 그러니까 자신이 생존했던 방식을 유일한 핏줄인 노아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한 거 아닐까요."

김민하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시즌1에 이어 두 번째로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다 보니 더 편안했을 법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 편안함과는 별개로 극중 한수와 선자의 관계를 현실에서도 그대로 유지했다. 작품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었다.

"시즌1 때는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서로를 알아가야 했고 또 서로에 감정이 있는 역할이다 보니까 시간 있을 땐 사소한 질문도 했었죠. 그런데 시즌2를 찍으면서는 대화가 많이 없었어요. 시즌2에서 한수와 선자는 충돌이었던 것 같아요. 감정이 늘 충돌하다 보니까 의도하지 않았으나 극중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것 같더라고요. 여럿이 있는 자리는 있었으나 대화를 많이 하거나 하진 않았죠."

사진 제공=Apple TV+

이민호에게 '파친코'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던 건 맞다. 일본어도 구사해야 했으며, 특히 시즌2에서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분장도 감행해야 했다. 그는 일본어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2달반~3달 전부터 코칭을 받으면서 일본어 대사를 연습했다. 하지만 촬영 며칠 전까지 대본이 바뀌면서 단시간에 대본을 다시 외워야 했을뿐더러 그 언어에 감정까지 담아 표현해야 하니 이 과정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깨달았다고. 다만 분장에 있어서만큼은 전혀 불편함도 부끄러움도 없었다. 오롯이 캐릭터만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쪽 생각을 안 했어요. 그게 한수의 삶이기도 했죠. 생물학적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면서 달려 나가다 어느 순간 운명을 맞이하는 사람의 삶 아니었을까요. 광고 촬영장에서 분장을 했으면 어색하다고 느꼈을 텐데 그냥 한수로 가서 분장했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저와 어색하다고 느껴졌던 지점이 전혀 없었던 거예요."

그는 시즌2를 기다려준 '파친코'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인사하면서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그의 눈빛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시즌1은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 관전 포인트로 그런 걸 얘기했다면 시즌2에선 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풍성한 이야기들과 인물들이 주고받는 감정이 들어갔거든요. 굳이 의미를 부여하고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봐요."

배우 이민호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2022년 공개된 '파친코' 시즌1을 제외하면 2020년 방송된 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가 마지막 작품. 최근 공개작은 없었지만 그동안 쉬지 않고 일해온 그는 이제 '파친코' 시즌2를 시작으로 여러 작품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쉬지 않고 계속 촬영했는데 의도치 않게 오래 걸리는 작품을 했어요. 내년에 오픈되는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도 16부작인데 거의 무중력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또 얼마 전에 크랭크업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도 CG가 많이 들어가니까 의도치 않게 길어졌죠. 30대에 최대한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게 욕심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됐네요. 내년에는 더 부지런히 3개년 치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저를 몰아세울 계획이에요. 하하"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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