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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아이스크림미디어와 야나두의 '두 우물' 파기

윤석진 기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이 나라의 백 년을 좌우할 큰 계획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지 못했습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여러명에게 같은 내용을 수업하는 방식은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마차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고 편지가 SNS로 바뀌는 동안 교실은 성역처럼 남아 네모 반듯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달라질 조짐이 보입니다. 코로나19와 챗GPT 덕분입니다. 학교가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은 교육 혁명 사례를 짚어보기 위해 '교실밖에서'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사진제공=뉴스1

모래 날리는 학교 운동장에서 땅따먹기 게임을 많이 했다. 납작한 돌을 3번 튕겨서 원래 자리로 돌아와야 지나온 곳을 차지할 수 있었는데, 친구들마다 땅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칼처럼 길쭉한 모양부터 넓죽한 그릇 모양까지, 튕기는 강도와 방향에 따라 땅의 외곽은 달라졌다. 모양은 중요하지 않았다. 땅따먹기는 더 많은 땅을 차지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인재상에 대한 논의를 보면 땅따먹기 게임을 보는 것 같다. 지식의 방향 보다 면적이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제너럴리스트는 넓은 범위의 지식을 고루 갖췄고, 스페셜리스트는 특정 분야에 능통하다. 제너럴리스트가 수평선이라면 스페셜리스트는 수직선이다. 어떤 인재가 나은지에 대한 논란은 그 둘을 합쳐 놓은 'T자형 인재'라는 개념이 나온 이후 사실상 끝났다. 지금은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다른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을 함께 지녀야 미래형 인재로 평가 받는다.

요즘엔 알파형(ㅠ) 인재까지 거론된다. T자 인재가 고른 지식을 바탕으로 하나의 영역에 정통했다면, ㅠ자 형은 우물이 하나 더해 두 개다. 예컨대 사회, 역사, 심리학 같은 인문학 지식을 바닥에 깔고 인공지능(AI)과 마케팅 또는 클라우드와 인적관리(HR)란 두 우물을 판다. 두 개 이상의 영역을 융합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인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러다 삼지창형 인재, 나아가 바닥이 넓고 깊은 U자형 인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여러 분야를 고루 알되 몇 개는 깊이 파야 하니 우리의 공부량은 늘 수밖에 없다. 역사에는 U자형 인재 같은 사기캐가 존재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미술과 음악, 철학, 과학, 기계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하지만 모두가 다빈치가 될 수는 없다. 하루는 24시간이고 공부에 쓸 의지력은 희토류 만큼이나 한정적이다. 대학 입시 때 특정 전공을 선택했듯이 우리는 파고들 분야를 선별해야 한다.

커리어 전문가들은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류에 영합하는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그보다 내면의 이끌림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 편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작가 중에선 미국의 소설가 테드창이 좋은 예다. 그는 12살 때 SF란 장르에 매료된 이후 과학 소설에만 집중했다. 테드창은 SF 소설이란 생소했던 장르의 외연을 넓혔고, SF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네뷸러상과 휴고상까지 휩쓸면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깊이 파려면 넓게 파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실제로 2미터의 구덩이를 파려면 최소 지름이 5미터인 원을 파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깊이는 없는 넓이는 가능해도, 넓이 없는 깊이는 존재할 수 없는 셈이다. 홍성태 한양대 명예교수는 그의 저서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에서 이 원리를 잘 설명했다. 그는 옷감이 직조되는 과정을 예로 들었다.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역사학 등 인문학 지식은 날줄, ESG, NFT 같은 신지식은 씨줄인데 날줄을 미리 짜놓으면 씨줄은 언제든 끼울 수 있다고 했다.

달라져야 하는 건 개인 만이 아니다. 기업도 달라지는 환경에 맞춰 신사업이란 우물을 파야 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시장 자체가 축소된 교육업계의 경우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기업마다 파기로 한 땅과 속도, 성과가 드러나는 시점은 제각각이다. 교원그룹은 전통 교육회사로 알려졌으나 상조와 여행, 호텔 같은 비(非)교육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21년 1조815억원, 2022년 1조37억원, 2023년 8763억원으로 교육사업 매출은 줄었으나, 상조와 여행, 호텔 같은 비교육 사업은 4185억원, 4463억원, 4868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라이벌 관계인 대교그룹 또한 데이케어센터를 비롯한 시니어 사업으로 인구 변화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상장을 앞둔 야나두의 경우 교육과 스포츠란 전혀 다른 두 우물을 파고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초중고 대학 정보화 서비스 등 스쿨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은 76%로 가장 많고 영어, 어학 같은 클래스 부분은 18%다. 새 우물에 해당하는 홈트레이닝 등 피트니스 부문은 5% 수준이다. 최근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서책형 교과서 발행에 이어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AI 교과서는 세계적으로 봐도 유례가 없는 파보지 않은 땅이다. 어느 땅에서 뭐가 나올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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