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책임준공관리형 토지신탁에 발목 잡힌 부동산신탁사

KB부동산·신한자산·하나자산·우리자산 상반기 당기순손실 2355억원
부동산·건설 시장 악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영향
임태성 기자

사진=뉴스1

책임준공관리형(책준형) 토지신탁이 부동산신탁사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때는 막대한 이익을 벌어준 캐시카우였지만, 부동산·건설 시장 악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부각되면서 최근 실적은 급격히 후퇴하는 모습이다.

■ 부동산·건설 업황 악화에 부동산신탁사 실적 '뚝'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신탁사(KB부동산신탁·신한자산신탁·하나자산신탁·우리자산신탁)는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2355억원이다. 1592억원 당기순이익을 냈던 전년 동기 대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신탁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자산신탁이 지난해 534억 순이익에서 1751억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상반기 841억 순손실에 이어 올해 상반기 1058억원까지 적자폭이 확대됐다. 하나자산신탁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64억원으로 1년 전(471억원)보다 22.7% 줄었고, 우리자산신탁도 384억원에서 1년 만에 91억원으로 76.3% 급감했다.

실적 부진에는 책임준공관리형(책준형) 토지신탁 사업 탓이 크다. 책준형 신탁이란 신탁사가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를 대신해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는 방식을 말한다. 시공사가 부도 등의 이유로 준공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다른 시공사를 구하든 대주단에 손해배상을 하는 등 최종 책임을 진다. 다만 사업 완료를 책임져야 한다는 리스크가 큰 만큼 수수료율도 높게 책정된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부동산 시장 호황에 부동산 신탁사들은 높은 수수료율로 호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책준형 토지신탁 수주에 적극 나섰는데, 실제로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8조4000억원이던 책준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약 3년 만에(2023년 9월 기준) 17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와 더불어 원자재·인건비 등 사업비용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여파로 수탁고 부실이 발생하면서 부동산신탁사의 실적이 고꾸라졌다.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건설사들을 시공사로 선정한 탓에 공사 중단과 회생절차 등 사례가 발생하면서 대주단의 손해배상 청구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PF 구조화금융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4대 금융 계열 증권사와 부동산신탁사 간 법적 분쟁이 얽히고 설켰다"며 "신탁계정 투입 규모가 계속 늘어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악화하는 가운데 사업장 부실에 따른 대손상각, 법적 분쟁까지 겹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신탁사 리스크 들여다보는 금융당국…"부실사업장 정리도 악재"

부동산신탁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당분간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부실PF 사업장의 경·공매 등 정리·재구조화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부동산PF에 대한 금융회사의 사업성 평가결과 및 향후계획'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 금융권 PF 익스포저는 216조5000억원이며 이중 유의·부실우려 규모는 약 23조3000억원(10.8%)에 달한다.

앞으로 부실우려 사업장 경·공매 등 정리·재구조화가 진행되면서 중소 시공사의 책준형 토지신탁을 담당한 부동산신탁사의 실적이 재차 악화될 여지가 있다. 다만 금감원은 "사업성 평가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에도 증자 등으로 대부분 업권의 자본비율이 오르고 있다"며 "금융회사의 재구조화·정리계획이 원활히 이행될 경우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하반기에 안정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책준형 토지신탁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검사를 확대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신한자산신탁을 시작으로 지난달 말에는 KB부동산신탁 검사에 나섰다. 조만간 하나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의 수시검사도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의 시선은 부동산신탁사의 과도한 영업 확장과 불건전 영업행위에 맞춰져 있다. 특히 금감원이 지난 2월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에 대해 검사를 진행한 결과 대주주·임직원 사익 추구 행위가 적발되는 등 불법·불건전 영업 행위가 대거 나오기도 했다.

지난 2월1일 14개 부동산 신탁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매각·정리하는 한편 시공사 부도 등에 따라 거액의 배상책임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공정관리에 힘써 달라"며 "부동산 신탁사 직원에 의한 횡령, 문서위조 등 금융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데에는 조직의 위법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응해달라"고 경고했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부동산신탁사의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를 2034년으로 잡거나 다른 금융사에 매각된다는 소문이 도는 등 부동산신탁업계에 비관적인 소식들이 들려온다"며 "금융당국의 PF 정상화 기조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신탁업계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태성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