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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장씨 손잡은 MBK, 고려아연 장악 시나리오는?

"최씨는 고려아연 경영 대리인" 승부수 던진 영풍 장씨
이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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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의 오너 일가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습니다. 법적 다툼으로 번졌던 이 분쟁이 한순간에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참전한 겁니다. MBK는 영풍의 장씨 일가와 동맹을 맺었고요. 동시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습니다. 최대 2조원을 쏟아부어 장씨 일가와 함께 고려아연에서 최씨 일가를 밀어낼 계획이죠.

장씨 일가가 사모펀드까지 끌어들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장씨 일가 입장에서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의 경영대리인일 뿐인데요.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의 주인 행세를 하는 걸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MBK에 경영권을 넘겨서라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 경영을 못 하도록 할 생각인 듯 보입니다.


■ 최씨·장씨 75년 공동경영 역사는 어떻게 종언했나

영풍그룹은 오너가 둘임에도 지배구조는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지난 75년에 걸쳐 한 지붕 아래에서 영풍은 장씨, 고려아연은 최씨가 맡아 공동경영을 했기 때문이죠. 두 회사의 지배구조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영풍은 사업지주회사입니다. 여러 계열회사를 두고 있는데 그 가운데 고려아연이 핵심 계열회사죠. 지분율이 25.4%고요. 영풍의 최대주주는 장씨 일가로 주식 과반을 갖고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2대 주주는 최씨 일가죠.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도 장씨 일가(영풍 지분 포함)입니다. 하지만 경영은 최씨 일가가 하고 있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분율이 1.84%에 불과하고요. 그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도 15.7%로 장씨 일가보다 18%포인트가량 낮습니다. 그럼에도 고려아연을 최씨 일가가 경영하는 건 과거 공동경영 체제에서 오래 전부터 약속됐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일가는 3세 경영이 본격화하며 사이가 안 좋아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최씨 일가가 장씨 일가의 동의 없이 우호 지분을 확보하면서부터입니다. 고려아연은 2021년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걸 선언하고 신사업에 나섰는데요. 그 과정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자신들의 우호 지분을 늘렸습니다.



우선 고려아연은 2022년 한화그룹, 2023년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합니다. 발행 주식의 10%에 해당하는 신주 200만 주를 찍어 팔았죠. 또 고려아연은 20년 묵은 자사주 120만여주도 상호주로 활용합니다. LG화학·한화·트라피구라·모건스탠리·한국투자증권 자사주와 맞교환해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바뀌게 됐죠. 이를 통해 최씨 일가는 약 17%의 우호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장씨 일가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코리아서키트·에이치씨·씨케이·시그네틱스·영풍전자 등 영풍 측 계열사들이 2023년에만 고려아연 주식 총 32만5000여 주를 취득했고요. 장씨 일가 친인척들도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했죠. 현재 고려아연의 우호지분을 포함한 양측 지분율은 33%대 33%로 대등합니다.

두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올해 초부터 격화됐습니다.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과 배당금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벌였죠. 정관 변경 안건은 영풍 측 뜻에 따라 부결됐고, 배당금 안건은 고려아연 측 뜻에 따라 통과됐습니다.

양측은 여러가지 소송전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 해외법인(HMGGlobalLLC)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했는데요. 영풍은 이 주식 발행이 기존 주주들의 주주권을 침해한다며 법원에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건 상태입니다.


■ 고려아연 경영권 지분, MBK에 넘어갈 수도

이런 상태에서 장씨 일가는 판 흔들기에 나섰습니다. 지난 12일 장씨 일가와 MBK파트너스는 경영협력계약을 맺었고요. 곧이어 13일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신고서도 제출했습니다. 사실상 MBK와 장씨 일가가 최씨 일가에 대한 경영권 박탈을 시도하는 겁니다.

장씨 일가가 최씨 일가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모펀드까지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MBK에 회사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가져가게 두진 않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장씨 일가와 MBK의 경영협력계약 내용을 보면 그런 의지가 잘 드러나 있죠.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최소 7.0%, 최대 14.6% 확보할 계획입니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는 최소 1조원, 최대 2조원을 지분 매입에 써야 하죠. 국내 경영권 지분 매입을 위한 공개매수 역사상 최고액이 될 전망입니다.

MBK가 최대 지분율(14.7%)을 확보하면 장씨 일가 지분과 합쳐서 지분율이 47.7%입니다. 여기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자사주와 재단 주식을 빼면 의결권 지분 기준 52%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경우 MBK와 장씨 일가는 최씨 일가의 경영권을 뺏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경영협력계약에 따르면,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는 내용들이 확인됩니다.



먼저 볼 건 콜옵션입니다. 예를 들어 공개매수에 성공한 이후 MBK의 고려아연 주식은 30주, 장씨 일가는 70주가 되었다고 해 보겠습니다. 총 100주입니다. MBK는 콜옵션을 행사하면 장씨 일가측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21주를 매수할 수 있습니다. 총 100주 가운데 MBK 지분율이 50%+1주가 되도록 콜옵션을 행사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MBK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등극합니다.

이 콜옵션은 공개매수 완료일부터 2년 뒤 또는 고려아연 재적 이사 가운데 MBK·장씨 일가 측 이사가 과반수가 되는 경우 행사할 수 있는데요. 이슈체크팀이 파악한 바로는, MBK는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바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사들을 추가로 진입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아연은 정관상 이사 수 제한이 없어 이사진 과반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듯 보이고요. 이후 MBK가 콜옵션을 바로 행사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습니다.



MBK는 장씨 일가가 가진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동매각요구권(드래그 얼롱)도 받았습니다. 만약 MBK가 가진 고려아연 주식을 다른 데 팔 경우 영풍과 장씨 일가가 가진 고려아연 지분까지 다 묶어서 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MBK가 투자회수에 나설 경우 장씨 일가 지분까지 다 끌어와야 경영권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장씨 일가는 MBK가 고려아연 지분을 팔 경우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는데요. 고려아연의 몸값을 고려했을 때 장씨 측이 이 권리를 행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적으론 MBK가 엑시트를 할 때 장씨측이 드래그에 응해 함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죠.

MBK는 최씨 일가에 ‘족쇄’도 걸어놨습니다. 공개매수 기간 중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시도한다면 법 위반이 될 것이라면서, 법원에 가처분도 제기한 겁니다. 자본시장법 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의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기간 중에는 자사주를 공개매수 외 방법으로 매수할 수 없습니다.

MBK의 이런 공개매수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공시로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MBK를 기업사냥꾼으로 규정했고요. ‘영풍이 기업사냥꾼과 결탁해 일방적으로 벌이는 적대적이고 약탈적인 M&A’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향후 해외 자본에 매각할 경우 국가 기간산업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죠.


■ 최씨 일가, 대응책 있을까
최씨 일가도 MBK와 장씨 일가의 공개매수를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금력을 갖춘 우호세력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천문학적 자금을 최씨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쏟아부을 우호세력이 있을까요. 이번 공개매수의 향배가 어떻게 될지, 최씨 일가는 사모펀드와 장씨 일가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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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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