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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코노미] 돌아온 오아시스 티켓, 3초만에 65만원...'다이내믹 프라이싱' 논란

박정훈 기자

사진 제공= 티켓마스터

15년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영국의 살아있는 전설 밴드 '오아시스'(OASIS)의 라이브 공연 소식은 전 세계 록 마니아들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그러나 공연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꺼얹어버린 한 논란으로 오아시스의 컴백을 오랫동안 기다려 온 팬들은 불만을 쏟아냈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 문제에는 영국 정부까지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150파운드(약 26만원)로 판매가 시작된 오아시스 공연의 스탠딩 좌석 티켓은 단 3초만에 355파운드(약 62만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에는 수요에 따라 가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독특한 책정법인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 적용됐다.

재화의 정가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 '신박한' 가격 책정법은 무엇이며 어떤 문제로 논란이 됐을까.

공급자, 수요자가 모두 이득?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정의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가격 책정 방식'이다. 오아시스의 사례로 이제 막 화제가 된 개념 같지만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적용 사례는 이미 우리의 생활 반경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시기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항공권과 호텔 예약이다. 흔히 '성수기'로 불리는 휴가철 혹은 명절 연휴의 항공권 가격이나 호텔 예약 가격은 평소의 2배까지 오르며 여행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비수기'의 항공권과 호텔 예약은 초저가 혹은 특가할인가로 판매된다.

아무리 그래도 25만원짜리 티켓을 몇 초 만에 세 배 이상의 가격으로 올려놓는 것은 효용을 떠나서 상식 선에서 납득이 가능한가 싶은데, 일단 원리를 따지면 이렇다.

판매자(혹은 공급자)는 수요 증가로 인한 시장의 가격 상승을 재화에 그대로 반영하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대로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 판매자는 낮은 가격으로 빠르게 재고를 소진해 보관이나 물류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구매자(혹은 수요자)의 경우 수요가 갑작스럽게 치솟는 특수한 경우 이외의 재화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재화의 가치가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추구하는 본질에 가장 가까운 방법으로 여겨지며 최근에는 다양한 유무형 재화의 판매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티켓 가격에 적용되고 있는 '창원 NC 다이노스 파크'. NC 사진 제공= NC다이노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몇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한 차례 작은 화제가 된 바 있다. 바로 국민적 인기를 구가하는 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서다. 지난 2022년 4월 마산, 창원 지역을 연고로 하는 NC다이노스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홈 구장 '창원 NC 다이노스 파크'의 티켓판매 시스템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했다.

당시 NC 다이노스 측은 "상대 팀과의 전적, 경기 일정, 날씨, 좌석별 관객 선호도 등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합리적인 티켓 가격을 관객에게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도입 초기에는 관객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티켓 가격 책정 기준으로 논란이 됐으나 이후에 보완이 이뤄졌고 관객들도 이에 적응하면서 NC다이노스는 현재까지도 홈 구장 티켓 가격에 이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독과점 시장에선 '효과 없음'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효용 극대화는 어디까지나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빠르게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시장에 국한된다. 공급량에 비해 수요가 압도적으로 큰 재화 혹은 공급자가 독점적 지위에 있는 거래의 효용은 온전히 판매자(공급자)가 독차지한다. 오아시스 라이브 티켓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전 세계의 오아시스 팬들이 지난 15년 간 기다려 온 공연에 대한 간절함은 수요의 폭증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됐다. 암표 거래를 방지할 수 있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긍정적 효과는 치솟는 수요와 제한된 공급이라는 상황 앞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오아시스 콘서트의 암표는 최고 4519파운드(약 795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CMA(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반독점 규제 당국 경쟁시장청)은 오아시스 공연 티켓의 온라인 판매 업체 '티켓마스터'의 소비자 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오아시스의 완전체 공연에서 시작된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논란은 '시장 거래자들의 자율성 의사 결정이 과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가'라는 화두를 전 세계에 던졌다.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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