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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고려아연 최씨, 경영권 지키며 대항공개매수 가능할까

한투증권 주도 '백기사', 현실적이지 않은 이유
이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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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씨 일가와 영풍 장씨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변수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장씨 일가가 MBK파트너스를 끌어들여 공개매수에 나선 게 시작이었죠. 최근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최씨 일가가 한국투자증권 주도로 PEF(프라이빗에쿼티펀드)를 모아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겁니다.

그런데 시장에선 고개를 갸웃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국내 증권사가 주도적으로 사모펀드를 접촉하고, 이들을 끌어들여 조 단위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느냐는 겁니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그들이 순순히 최씨 일가의 백기사 노릇을 해줄지 의문이고요. 나아가 이렇게 사모펀드의 도움을 받는다면 최씨 일가 지분 역시 결국은 사모펀드의 미래 투자차익 실현을 위한 엑시트에 제공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 증권사 주도 대항공개매수 컨소시엄 어려운 이유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지난 13일 시작됐습니다. 장씨 일가가 먼저 MBK에 손을 내밀었다고 하죠. 이들은 고려아연 지분을 주당 66만원에 7.0%~14.6% 확보할 계획입니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MBK는 고려아연 주식을 최대 2조원 들여 매수하게 되죠.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 지분 33.1%를 갖고 있습니다. MBK는 공개매수로 사는 지분과 합쳐 최대 50%+1주(영풍정밀 공개매수 성공 시 약 52%)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죠. MBK와 장씨 일가는 이를 통해 최씨 일가로부터 고려아연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일가의 자세한 경영권 분쟁 내용은 ‘[이슈체크] 장씨 손잡은 MBK, 고려아연 장악 시나리오는?’ 기사를 참고 바랍니다.)

최씨 일가는 대응에 나섰습니다. 우선 장씨 일가와의 특수관계를 끊어냈습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계열이죠. 자본시장법상 최씨 일가도 장씨 일가의 특별관계자로 분류됐는데요. 이번에 특별관계를 풀면서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최씨 일가에겐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자금입니다. MBK가 공개매수에 쓰는 돈이 최대 2조원에 달하죠. 최씨 일가만으로는 그런 현금 공세에 대항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할 상황이죠.

이런 와중에 <한국경제신문>은 최윤범 회장이 한국투자증권을 백기사로 끌어들여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한투증권은 2022년 고려아연 자사주 0.8% 상당을 매입했습니다. 최씨 일가의 우호 세력으로 불리죠. 이런 한투증권의 주도하에 대항공개매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래는 보도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한투증권이 최씨 일가의 대항공개매수에 주도적으로 자금을 대고요.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사모펀드들의 자금을 일부 끌어오는 식으로 컨소시엄을 짠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근본적 의문이 듭니다. 증권사 주도로 대항공개매수 자금을 모으는 게 가능할까요? 저희가 업계 이야기를 취재해 봤는데요. 이런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증권사는 투자은행으로서 역할이 있습니다. 공개매수 시 주체들에게 자문을 해주고요. 공개매수가 실제로 벌어졌을 때 브릿지론(단기 대출)도 해줍니다. 이번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도 NH투자증권이 1.5조원을 대출해 주기로 했는데 이 또한 브릿지론입니다.

더구나 증권사들도 자본시장에서 MBK와 이런저런 비즈니스 관계을 맺고 있습니다. 그런 관계를 무시할 수 없죠. 이런 마당에 증권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백기사 노릇을 할 사모펀드들을 끌어모은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입니다.

■ 최씨 일가, 외부 투자유치시 경영권 내놔야 할 수도

특정 증권사 주도로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꾸려 대항공개매수를 하는 시나리오가 실현된다고 가정해 보죠. 이 경우 고려아연의 최씨 일가는 경영권을 지키는 게 가능할까요? 업계에선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증권사든 사모펀드든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하여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주체들입니다. 그런 면에선 이들 또한 MBK와 다를 바 없습니다.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만큼 그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죠.

MBK의 공개매수 가격은 66만원입니다.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려면 그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하고요. 만약 대항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그 가격보다도 훨씬 높은 액수에 지분을 팔아야 할 겁니다.

그런데 고려아연은 상장사입니다. 향후 주가 움직임을 알 수 없고요. 더구나 공개매수가 끝나면 주가는 공개매수 이전 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대항공개매수에 자금을 댈 투자자들은 이런 리스크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확보할 장치로 무엇이 있을까요? 최씨 일가에게 자신들의 지분을 공개매수 가격보다 비싸게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텐데요. 최씨 일가의 자본력을 따졌을 땐 가능성이 작아 보입니다. 결국 투자자들로선 최씨 일가가 가진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향후 자신들의 지분을 팔 때 최씨 일가 지분까지 묶어 제3자에게 파는 공동매각요구권(드래그얼롱)을 요구할 수 있고요. 이 경우 최씨 일가는 투자자들이 매각하려는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콜옵션)을 가질 수는 있겠죠. 최씨 일가가 미래에 콜옵션을 행사할 자금 여력이 있을까요?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선 최씨 일가가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대항공개매수에 나서고, 성공한다해도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단기적으론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론 MBK가 영풍과 손잡은 것과 비슷하게 경영권을 내주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또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만약 대항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재무적 투자자들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을까요? 그러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2조원 넘게 투입하여 확보한 지분과 최씨 일가 지분을 다 합치면 30%를 약간 웃돌 겁니다. 이번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장씨 일가의 지분 33.1%는 그대로 있습니다. 이 경우 장씨 일가와 계속 경영권 분쟁을 벌어야 할 수 있죠. 물론 고려아연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몇 개의 대기업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최씨 우호지분을 간주한다면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장씨 일가를 꺾고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면, 투자자들로선 당연히 투자금 회수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증권사, 사모펀드 모두 이 투자에 대해선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영풍의 장씨 일가가 MBK에 경영권을 넘기듯,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최씨 일가도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적 상황에 놓일 수 있죠.

■ MBK, 공개매수 가격 상향 조정 가능성은?

추가로 살펴볼 건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높일 가능성입니다. 공개매수하는 주식의 매수 단가 수정은 공개매수 종료 10일 전에는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고려아연의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죠. 투자자들 사이엔 공개매수 종료일(10월 4일) 최소 열흘 전인 9월 25일경 공개매수 가격이 상향 조정될 거란 기대감이 있는 듯합니다.

MBK 측은 당장 공개매수가를 높이진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9일 김광일 MBK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발언을 했는데요. 그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를 제외한 기타주주 가운데 97%가 기관이라고 하고요. 이들의 평균 추정매입단가(약 45만원)을 감안하면 현재의 공개매수 가격은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공개매수 가격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현재로선 대항공개매수 컨소시엄이 구성돼 더 높은 공개매수 가격을 제시할 경우, MBK도 추가로 가격을 올려 맞불을 놓을 수 있어 보입니다. 김광일 부회장도 ‘이런 상황이 올 경우 매수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죠.

고려아연 주가가 지금처럼 높게 유지된다면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높일 수도 있을 겁니다. 20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는 공개매수가인 66만원을 넘어 73만원까지 오른 상황입니다. MBK로선 투자자들을 공개매수에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20일 종가 기준 주가가 공개매수가(66만원)보다 위에 형성돼있습니다. /출처=네이버페이증권 갈무리


MBK가 지난해 12월 한국앤컴퍼니를 공개매수할 당시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한국앤컴퍼니의 최초 공개매수 가격은 2만원이었는데요. 당시 MBK는 공개매수 가격 상승 가능성을 계속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경영권 분쟁 당사자였던 조현범 회장의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을 비롯한 우호 세력들이 장내 매수로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사면서 주가가 2만원대 위로 형성됐고요. 이에 MBK도 이 같은 주가 상황에 맞춰 같은 달 15일 2만4000원까지 올린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개인들은 고려아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고려아연의 개인 주식 수는 70만주 수준으로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합니다. 현재 고려아연 시세를 형성하는 주체가 대부분 개인들로 전해집니다. 향후 기관이 대규모 물량을 쏟아낼 경우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산 개인들이 대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거래량을 보면 만약 기관투자자가 물량을 일거에 쏟아낼 경우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하방 리스크에 많이 노출된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일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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