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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결국 공개매수가격 올리는 MBK..분쟁 세가지 쟁점

대항공개매수 준비하는 고려아연 최윤범, 경영권 놓을 각오 됐나
양측 고소고발전, 검찰수사로 이어질 가능성 커져
MBK의 이그니오·원아시아 투자 지적, 진실은?
이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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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씨 일가와 영풍 장씨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이 보입니다. 최윤범 회장이 대항공개매수에 성공하고 계속 경영권을 유지해 갈 수 있을지, 고려아연의 이그니오홀딩스·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가 잘못됐다는 MBK측 주장엔 타당성이 있는지, 장씨와 최씨간 분쟁이 현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등 입니다.

한편으로 이 분쟁의 승자가 누가 되든 양측의 고소고발전으로 인해 결국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대두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 계열회사 영풍정밀이 장형진 영풍 고문과 MBK파트너스 측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게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로 넘어갔고요. 영풍 측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전 대표이사 2인에 대해 배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양측의 분쟁이 검찰 수사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슈체크>에서 하나씩 분석해봤습니다.


■ 경영권 지키려 경영권 내놓는 모순?

최윤범 회장은 대항공개매수를 위한 우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무적 투자자로 소프트뱅크, 베인캐피탈, 한국투자증권 등이 거론됐고요. 고려아연 협력사인 스미토모, 트라피규라, 글랜코어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죠.

여기서 근본적 의문이 듭니다. 최씨 일가가 외부로부터 자금을 모아 대항공개매수를 하는 게 가능한지, 나아가 대항공개매수에 성공하면서 동시에 계속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지입니다.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내용들을 종합하면,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경영권을 내줘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은 66만원입니다. 만약 최씨 일가가 MBK에 맞서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려면 그 가격은 MBK의 공개매수가인 66만원보다 높아야 하고요. 또 25일 종가 기준 고려아연 주가(70만4000원)보다도 높아야 할 겁니다. MBK는 공개매수가격을 올릴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대항공개매수 자금 부담은 더 커지겠죠.

그런데 공개매수는 그 특성상 주가가 일시적으로 튀는 이벤트입니다. 공개매수가 끝나면 주가는 그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죠. 실제로 2023년 2~3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2023년 12월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당시 공개매수가 있었는데, 공개매수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통상 공개매수 이후에는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 이전 수준까지 떨어집니다. 왼쪽은 2023년 2~3월 이후 SM엔터 주가, 오른쪽은 2023년 12월 이후 한국앤컴퍼니 주가. /출처=네이버페이증권 갈무리

공개매수를 하는 MBK, 그리고 대항공개매수를 고민하는 최씨 일가는 입장이 정반대입니다. 경영권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MBK로선 공개매수 이후 주가가 내려가도 괜찮습니다. 영풍의 장씨 일가가 자신들의 경영권을 포기했고, 그 덕분에 MBK는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고려아연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입니다.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임시주총을 열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고, 영풍 측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 향후 고려아연 지분을 팔 때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을 묶어 같이 팔 수 있는 공동매각요구권(드래그얼롱)도 확보했죠. MBK로선 당장 주가 차익을 안 보더라도 중장기로 자신들의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 측과 묶어 경영권 지분으로 만들어 투자 차익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최씨 일가는 자신들의 경영권을 지켜야 하죠.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 입장에선 대항공개매수에 돈을 대기 쉽지 않습니다. 공개매수 후 주가가 떨어질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로선 당장 주식투자에 대해 손실이 생기고요. 향후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가 위로 오를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당연히 투자금 회수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을 확보할 장치가 뭐가 있을까요? 최씨 일가에 자신들의 지분을 공개매수 가격보다 비싸게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최씨 일가의 자본력을 따졌을 때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최씨 일가가 가진 고려아연 지분에 대해 드래그얼롱 같은 권리를 갖는 게 가장 확실할 겁니다.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경영권을 넘겨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건 이 때문입니다.

최씨 일가가 어떻게 자금을 모아 대항공개매수에 성공했다고 가정해보죠. 그렇더라도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장씨 일가가 여전히 고려아연 지분을 33% 남짓 가졌기 때문입니다.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수 있죠. 결국 지분율 과반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텐데, 최씨 일가로선 그 돈을 모으면서 동시에 경영권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 회장 본인이 대항공개매수를 위해 경영권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또는 경영권도 지키면서 자금을 끌어모으는 묘수를 낼 수 있을 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 MBK의 이그니오·원아시아 투자 실패 지적 타당한가

또 하나 살펴볼 건 MBK가 지적하는 고려아연 이사회 문제입니다. MBK는 '고려아연의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그니오홀딩스와 원아시아파트너스란 곳에 잘못된 투자를 했다' '고려아연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 지적하고 있는데요.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고려아연은 2022년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100%를 5820억원 들여 인수했습니다. 이에 대해 MBK는 고려아연이 이그니오홀딩스를 매출 대비 202배에 달하는 가격에 비싸게 샀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인수 전 이사회엔 고작 한 장짜리 자료만 줬다고 주장하고 있죠.

2022년 7월 공시 당시 637억원이던 이그니오홀딩스 매출은 2022년 11월 공시 때 29억원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출처=고려아연 공시 갈무리

2022년 7월 고려아연의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73% 취득 공시에는 회사 매출이 637억원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2022년 11월 잔여지분 23%를 취득하는 출자증권 취득 공시엔 매출이 28억7000만원으로 나오죠. MBK는 2022년 11월 공시에 기초해 고려아연이 매출 29억원 회사를 비싸게 주고 샀다고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홀딩스를 진짜 매출 대비 202배나 주고 산 걸까요? 고려아연 측에 해명에 따르면 문제의 매출 29억원 공시는 실수라고 합니다. 2022년 인수했던 회사가 이그니오홀딩스와 그 계열회사 7곳인데, 그해 11월 잔여지분 인수를 공시할 땐 계열회사들을 제외하고 이그니오홀딩스 한 곳만 매출로 잡았다는 겁니다.

고려아연 측은 ‘이그니오 인수 이사회 보고에 한 장짜리 A4용지를 들고 왔다’는 MBK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습니다. 실제 이사회 결의 며칠 전에 이사들에게 자료도 보내고, CFO가 일일이 설명도 했다는 겁니다. A4용지 한 장으로만 설명했다는 MBK측 주장과 상충하죠.

이그니오홀딩스를 고가 인수했다는 MBK 측 의혹의 빌미는 공시를 잘못한 고려아연 쪽이 제공한 듯 보입니다. 다만 고려아연 측 해명에 따르면, 잘못된 공시를 기반으로 이그니오를 고가에 샀다는 MBK 측 주장도 타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이사회에서 제대로 된 자료나 충분한 설명이 있었는지 또한 MBK와 고려아연 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죠. 쟁점이 있는 만큼 MBK 측 주장처럼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비싸게 샀다’고 단정짓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도 살펴보겠습니다. 고려아연은 2019~2023년 원아시아가 만든 펀드 8곳에 총 5500억원 상당을 투자했는데요. MBK는 이에 대해 '별다른 트랙레코드도 없는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가 만든 펀드 8개에 5500억원이나 투자한 건 사모펀드 업계 관점에서 비상식적'이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과 최윤범 회장이 중학교 동창이면서 친한 게 원아시아를 밀어준 계기가 아니겠느냐'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죠.



고려아연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원아시아를 통해 총 8개 펀드에 투자했는데요. 펀드들의 투자처를 보면 드라마·방송 제작, 빌딩관리, 상거래 플랫폼,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본업과 상관없습니다.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보유 현금을 현금성 자산으로 안정적으로 두거나, 투자하더라도 본업과 관련된 곳에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특히 2023년 2월 만들어진 하바나 1호 펀드는 비슷한 시기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수하는 데 쓰였는데요. 검찰은 이게 카카오와 공모해 당시 공개매수에 있던 SM엔터의 시세를 조종한 것이라 보고 원아시아 지창배 회장을 기소했습니다. 현재 관련 1심 재판이 벌어지고 있죠.

이슈체크팀 취재에 따르면, 지창배 회장과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의 사모펀드 투자 이전부터 깊은 친분이 있던 건 맞습니다. 또 고려아연이 원아시아 펀드에 투자하기 이전 최 회장이 직접 해당 펀드를 회사에 추천해 줬다는 말도 있죠. 고려아연이 원아시아 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오너의 의사가 작용했다고 보는 게 맞겠죠.

고려아연의 8개 펀드 출자비율도 석연찮습니다. 하나를 빼곤 50%를 넘고요. 90%가 넘는 게 5개나 되죠. 삼일PwC가 낸 ‘K-PE의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사모펀드 투자자 구성상 일반 법인의 비중은 22.5%에 불과합니다. 최대 99%에 이르는 고려아연의 원아시아 펀드 출자 규모는 MBK의 주장대로 과해 보입니다.

삼일PwC의 'K-PE의 현주소' 보고서에는 사모펀드 투자자 구성 상 일반법인이 22.5%라 나옵니다. /출처=삼일PwC 'K-PE의 현주소' 보고서 갈무리

고려아연 측은 투자 의사결정상 관련 법령과 내규에 의해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해명합니다. 그럼에도 고려아연이 오너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 만든 사모펀드에 5000억원이나 되는 회사 자금을, 그것도 시장 평균보다 상당히 높은 지분율로 넣은 건 사실입니다. MBK 측 지적에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 장씨-최씨, 누가 먼저 돌아섰나

끝으로 볼 건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돌아선 계기입니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죠.



장씨 일가는 2022년부터 고려아연이 벌인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거래가 문제라 강조합니다. 고려아연은 현대차와 한화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고요. LG화학, 트라피구라, 모건스탠리, 한국투자증권 등에는 자사주를 맞교환하거나 매각했습니다. 이를 통해 15.62% 상당의 의결권 주식이 생겼죠. 시장에서는 이렇게 고려아연과 주식을 거래한 기업들이 모두 고려아연의 우호 세력이라 보고 있습니다.

고려아연 장씨 측 지분율이 33.1%, 최씨 측은 15.6% 남짓입니다. 그런데 최씨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주식까지 다 합치면 최씨 측 지분율이 33%까지 올라갑니다. 장씨 측 지분율과 거의 비등해지는 것이죠.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의 3자 배정 신주발행, 자사주 교환을 최씨 일가의 자기 지배력 강화로 해석했습니다. 장씨 일가로선 이런 상황을 용납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자신들 입장에서 최씨 일가는 그저 최대주주인 자신들이 회사 경영을 맡긴 대리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최씨 일가가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따라잡은 것이죠.

영풍 측 장형진 고문이 최근 <연합뉴스>한 인터뷰에서도 같은 인식이 읽힙니다. 장 고문은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MBK와 손잡은 이유를 밝혔는데요. 그는 “고려아연이 한화, 현대차 등과 신주 발행, 지분 교환을 진행하는데 그런 거 하지 말라고 반대했다”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했을 때 반대했는데도 강행했다. 전부 다 반대했는데 몰아붙였다”며 서로 사이가 틀어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를 계기로 MBK와 상담한 끝에 경영협력계약 하게 됐다고 설명했죠.

최씨 측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씨가 4~5년 전 영풍이 제련소 폐기물을 고려아연의 온산 제련소에 넘기려고 했고, 최윤범 회장이 그걸 거부하면서 관계가 틀어진 게 양측이 갈라진 계기”라 강조했죠.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관계가 틀어진 본질적인 이유는 최윤범 회장 본인에게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 측 주장대로 양측 갈등이 ‘폐기물 때문에 벌어졌다’고 단정 짓기에는 비약이 있어 보입니다. 그보단 영풍의 2세대 경영인과 고려아연의 3세대 경영인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던 듯하고요. 최씨 측이 속도감 있게 추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나 자사주 거래에 대해 장씨 측이 ‘지배력 강화’라 해석한 게 경영권 분쟁의 시작인 듯합니다.

이일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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