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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표리부동'했던 MBK, 고려아연 인수엔 솔직함이 필요하다

MBK, 홈플러스·ING 인수 등 '말 바꾸기'로 상흔 남겨
13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상향 계획 부인
마지막 날 공개매수가 75만원으로 급 상향
중국 매각설 부인…업계 "언제든지 가능한 경우의 수" 우려
김아름 기자

지난 19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 씨와 장 씨간 집안 싸움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물론, 해외에서도 목소리를 더하고 나선 것인데요. 통상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라 하면 혈육 간의 갈등이 빈번한지라 사람들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은데, 이번만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것일까요.

답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개입에 있습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이 MBK에 손을 건네며 경영권 분쟁의 판을 키운 건데요. MBK는 '기업 사냥꾼'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이의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간 그들이 보인 '표리부동'한 행보로 해당 기업에 몸 담고 있던 근로자는 물론이고, 소액주주 등이 입은 상흔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이들의 표리부동을 나타낼 대표 사례, 홈플러스와 ING생명 인수를 들여다 볼까요.

MBK는 홈플러스 인수 작업 당시 '인위적인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경영권을 인수하자 바로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2만5000여명의 직원 중 5000여명 줄였으며, 간접 고용 역시 대거 감축한 것입니다. 인수 8년 만에 1만명 가량의 직원이 짐을 싸야 했습니다. 점포의 폐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만 지난 2월 부산 서면점을 시작으로 6월 서울 목동점 폐점, 그리고 대전 유성구 서대전점과 경기 안양점도 페점한 것이죠.

홈플러스 노조는 지금도 여전히 "사측의 결정으로 안산선부점과 동청주점을 포함해 모두 11개 점포가 폐점이나 매각을 앞두고 있으며 오는 2027년과 2028년에는 각각 8개 점포의 임대 계약기간이 종료된다"면서 "홈플러스가 덩치를 줄이기 위해 계속 폐점을 이어간다면 대량 실업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ING생명의 사정도 마찬가지 입니다. MBK는 ING생명을 인수하면서 회사를 약 10년 이상 보유하며 인력 구조조정 없이, 장기적 경영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인수 6개월 만에 임원 32명 중 18명이 회사를 떠나야 했으며 일반 직원의 30%에 달하는 270명 감축을 목표로 희망 퇴직을 받았습니다. 매각도 빠른 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재매각 금지 기간 2년이 끝나자 바로 중국계 금융사 등과 협상에 돌입했고, 40%를 팔아 넘겼습니다. 이후 잔여 지분 일체를 신한금융지주에 넘기며 소액주주들에게 반발을 샀습니다.

전적을 보더라도 입만 열면 '말 바꾸기'가 빈번했으니,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개입에 많은 이가 염려를 내비치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습니다.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건에 대해 이미 한 차례 말을 바꾼 바 있습니다. 공공연한 자리에선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조정 마지막 날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 75만원으로 대폭 상향한 것이죠. 고려아연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 차원의 전략이라 이해할 수 있겠지만,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모습을 다시 한번 보였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습니다.

과거 행적에 이번 인수전에서도 이미 한 차례 '말 바꾸기'를 보였다 보니, 현재 강하게 부인 중인 '중국 매각 가능성'에 많은 사람이 의심의 눈초리를 건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승자박'인 셈인 거죠. 더군다나 고려아연 인수전에 사용된 MBK의 6호 펀드에 일부 중국계 자본이 포함돼 있어 경우의 수로 따져볼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합니다.

자연스럽게 탈(脫)중국 공급망 확보가 과제인 상황에서 중국 매각 가능성은 충분히 염두에 둘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기술 유출과 국가 산업 경쟁력의 붕괴 등 역시 기우가 아닐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핵심 소재와 희소 금속인 아연과 연, 금, 은, 동, 인듐 등을 생산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산제련소는 단일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아연 생산량을 자랑합니다. 중국 중심의 광물과 에너지 시장에서 자유 진영의 공급 및 가격 안정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핵심 자산이나 다름없습니다.

여기다 미래 신사업으로 꼽히는 이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오랜 투자를 진행해 왔고, 그 결실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모펀드로 넘어 간다면, 오랜 시간 공들인 투자금과 사업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또 우리 자본과 기술력으로 성장한 고려아연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 기업에서 제재 기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산업계는 말합니다. "경영권에 대한 욕심이 결국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사모펀드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기업만 보기 보단, 국가 경쟁력을 염두에 두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이죠.

MBK는 최근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토종펀드'"라며 합법적인 회사라고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토종 펀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이전과 다른 더 솔직한, 그리고 국가 경쟁력을 토대에 둔 행보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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