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스트리밍]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세영‧사카구치 켄타로 멜로 눈빛이 개연성
천윤혜 기자
사진 제공=쿠팡플레이 |
사랑의 시작은 늘 달콤하지만 마지막은 너무 씁쓸하다. 이세영과 사카구치 켄타로가 스펙트럼 넓은 사랑의 감정을 설레게, 또 차갑거나 절절하게 표현하면서 먹먹한 멜로를 탄생시켰다.
지난 27일 1, 2회가 공개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감독 문현성/제공 쿠팡플레이/제작 (주)실버라이닝스튜디오‧CONTENTS SEVEN)은 2005년 출간한 공지영 작가와 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동명의 합동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한국과 일본에서 두루 사랑받은 소설은 약 20년 만에 드라마로 재탄생하게 됐다.
부모님 몰래 친구가 살고 있는 일본으로 무작정 유학을 떠난 홍(이세영)은 우연히 준고(사카구치 켄타로)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를 처음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찾은 식당에서 재회했고, 문학 전공이라는 공통 분모를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진 끝에 설레는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후 홍의 곁에는 준고가 아닌 민준(홍종현)이 있었다. 준고와 이별한 뒤 한국에 돌아와 자신만을 바라보던 민준과 결혼을 약속한 것. 하지만 작가의 꿈을 이루고 한국을 찾은 준고와 다시 마주하면서 그의 마음은 다시 요동친다.
가을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아련한 멜로물이다. 열렬히 사랑하던 여자를 떠나보냈지만 그녀를 잊지 못한 남자, 그리고 그와의 이별 후 마음을 닫아버린 여자의 재회는 가슴 아프고 안타깝게 그려졌다. 특히 5년 전 풋풋하고 사랑스러웠던 모습과 대비된 현재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가는 전개 방식, 홍과 준고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성 방식을 통해 각자의 시선에서 이들의 관계를 보게 했다. 여기에 감성적인 음악, 애절한 대사를 더해 시린 감정을 배가 되게 만들었다.
사진 제공=쿠팡플레이 |
이 작품이 특별한 건 인물들의 상황에 맞게 한국과 일본의 느낌을 다르게 설정했다는 거다. 홍과 준고가 연애하던 시절이 그려진 일본에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배경으로 설렘 가득한 이들의 풋풋한 감성을 살렸다. 반면 헤어진 이들이 재회하게 되는 한국에선 차갑고 시린 도시적인 느낌을 담았다. 인물의 감정선과 결을 같이 하는 영상미는 새로운 볼거리를 주는 동시에 몰입감을 높였다.
한국인 여자와 일본인 남자의 사랑 이야기인 만큼 두 나라의 문화 차이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던 두 사람이 이별하게 된 과정을 보여주는 게 대표적인 예다. 또한 상대의 호의를 바로 받은 홍과 그런 홍의 행동을 무례하다고 생각한 준고의 에피소드도 꽤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두 배우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특히 이세영은 5년 전과 현재의 홍 캐릭터를 극명하게 다르게 잡고 변화를 보여줬다. 열정 많고 사랑을 주는 것에 거침없던 5년 전, 그리고 미소를 거의 잃은 채 한없이 차가워진 현재를 모두 디테일하게 표현한 그는 쓸쓸한 눈빛으로 이 간극까지 자연스럽게 채워 넣었다. 일본어 대사 또한 상당했는데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한 점 또한 눈길을 끈다.
한국 작품에 처음 출연한 사카구치 켄타로는 순수한 비주얼에 깊은 눈망울로 멜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보조개 미소로 풋풋한 청춘을 연기하다가도 5년 후를 연기할 땐 절절함으로 성숙해진 준고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가 보여준 우수에 젖은 눈빛은 그가 왜 일본에서 '로맨스의 정석'으로 통하는지 짐작케 한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한국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 제작진이 만든 한국 작품이지만, 여기에 일본 배우진이 합류하며 일본 감성이 한스푼 추가됐다. 그래서 익숙한 듯 새롭고, 묘하게 이국적인 느낌도 있다. 도파민이 터지는 자극을 찾는 시청자에겐 이 작품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렘부터 사랑이 끝난 후의 슬픔까지 다양한 감정을 압축시킨 진한 맛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은 충분하다. 6부작으로 만들어진 만큼 호흡도 빠르다. 한편으론 이 아름다운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합을 6회밖에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섭섭하게 느껴진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쿠팡플레이에서 1회차씩 공개된다. 12세 관람가.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