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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같은 가격이면 MBK"…최윤범은 공개매수 올릴 수밖에

'부르고 또 부르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인가 경매인가?
나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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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격을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MBK가 이에 또다시 맞대응할 경우, 양측간 '쩐의 전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는데요. 공개매수전이 마치 경매처럼 흘러가는 분위기입니다.

동등한 가격에 매수 지분율에만 다소 차이가 있고, MBK의 청약 마감이 빠른 현 시점에선 MBK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매수가를 올릴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MBK측의 맞대응 여부, 고려아연의 추가대응 여부 등 매수가격 변동 상황과 청약마감 시기의 변동 등에 따라 유리한 쪽은 얼마든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 판이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죠.

■현재는 MBK 유리…최 회장 가격 2번 올리면 '시점 우위' 점할 수도

공개매수는 가격과 수량이 가장 중요합니다.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자기 주식을 '얼마나 비싸게', '얼마큼 사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자칫 잘못된 선택을 하면 보유한 주식을 매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7일 기준 양 측의 공개매수 조건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예정수량은 372만6591주(18%)입니다. 세부적으론 고려아연 15.5%, 우군으로 등장한 베인캐피탈 2.5%인데요. 고려아연은 공개매수한 자사주를 매각할 예정입니다. 매수 가격은 83만원, 매수 기간은 오는 23일입니다.

MBK·영풍의 매수 예정 수량은 302만 4881주(14.61%)로 최 회장 측보다 약 70만주 적습니다. 지난 4일 매수 가격을 올리면서 최 회장 측과 동일한 가격 83만원에 맞췄습니다. 공개 매수 기간은 오는 14일로 최 회장 측보다 종료 시점이 빠릅니다.
고려아연 주주 입장에선 공개매수 가격을 더 높여주는 곳에게 주식을 팔 겁니다. 하지만 양 측의 매수가격이 동일한 현 시점에선 '가격 메리트'가 있는 곳은 없습니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공개매수가 더 일찍 종료되는 MBK 측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MBK 측은 이번에 공개매수가격을 높이면서 최저 매입 수량(6.98%)도 없앴습니다. 단 1주라도 공개매수가 들어온다면 사겠다는 건데요. 주주 입장에선 최저 매입 수량 미달로 발생할 수 있는 공개매수 무산 리스크가 사라진 셈이죠. 이 같은 리스크가 사라졌으니, 주주 입장에선 MBK 공개매수에 일단 참여하는 게 유리합니다.

현재 조건대로라면 주주들이 MBK 공개매수에 몰릴 가능성이 크죠. 응모주식이 MBK가 설정한 최대 매입 수량(14.61%)을 초과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량이 초과할 경우 안분비례 방식으로 매수가 이뤄집니다. 쉽게 말해 경쟁률이 2대1일 경우 주식 2주를 사주는 게 아닌 1주만 사준다는 것이죠.

하지만 주주 입장에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잔여 물량이 발생하면 청약마감이 늦은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되기 때문이죠. 현 시점에서 추정되는 유통 물량은 약 23%입니다. MBK의 공개매수 물량이 꽉 찼다고 가정하면 약 8% 정도 잔여 유통 물량이 발생하는데요. 최 회장 측의 최대 매입 수량(18%)에 못 미치는 수치이므로 이론상 주주들은 자신들의 주식을 양 측에 모두 넘길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같은 시나리오가 진행되면 공개매수 승자는 MBK가 되는 것이고요.

최 회장도 이 같은 셈법을 모를 리 없겠죠.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는 방법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는 것뿐입니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상향을 사실상 확실시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아직까진 공개매수 상향에 대한 추가 여력이 남아있습니다. 고려아연이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차입한 금액은 약 3조1000억원인데요. 이론상 주당 96만원으로 최대 매입 수량(320만9009주)을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경우에 따라 공개매수 종료 시점도 MBK 측과 맞추거나 앞설 수 있습니다. 최 회장 측이 11일에 공개매수가격 조정에 나서고 MBK가 즉각 대응한다는 가정 하에 최소 2번의 공개매수가격을 조정한다면 공개 매수 시점이 MBK 측과 동일하거나 앞설 수 있습니다(자본시장법 제 136조 4항). 최 회장 측의 약점인 공개매수 종료 시점을 보완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이죠.



■MBK가 태클 건 가처분…법조계에선 "글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뉴스1

MBK와 영풍은 지난 2일 최 회장 등을 상대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회삿돈을 유용하는 건 위법하다는 주장인데요. 공개매수기간이 종료되면 주가가 원상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 시점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건 배임의 여지가 명백하다는 입장입니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SC제일은행, 하나은행로부터 최대 1조7000억원, 메리츠증권의 사모사채 인수 1조원, 기업어음(CP) 발행 4000억원 등 최대 3조원 넘는 돈을 차입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는 건 명백해 보입니다. 보는 시선에 따라 회삿돈이 최 회장 경영권 방어에 사용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적대적 M&A에 대응하기 위한 차입이고 이는 전체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진다"며 맞서는 상황입니다.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최 회장 측의 공개 매수는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이 가처분 결과에 따라 공개매수가 중단될 수 있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과한 우려일 수 있다는 시선입니다.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건데요. 특히 MBK 측의 제기하는 적정 주가 문제를 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A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식적으로 고려아연의 주가가 공개매수로 과열된 건 맞지만 법적으로 적정주가라는 용어가 없기 때문에 법원이 판단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와 MBK의 공개매수가가 동일한데 MBK의 공개매수가는 적정주가이고 고려아연은 적정주가가 아니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쟁점이 됐던 임의적립금 문제도 고려아연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입니다.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는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에 따라 정해집니다. MBK는 고려아연의 배당가능이익에서 미래 투자를 위해 빼둔 임의적립금까지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임의적립금을 공제하면 자사주 취득 한도가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상법에는 배당가능이익에 임의적립금을 제외해야한다는 내용은 없다"며 "만약 고려아연 정관에 별도로 이와 관련된 조항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안희철 변호사도 "회계적 시각에 보느냐 법적인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상법 기준으론 고려아연 측의 주장이 맞는 듯 보인다"며 "분쟁의 소지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상법상 임의적립금을 공제해야된다는 조항은 없다"고 말합니다.

■최 회장 이번에 승리만 하면…더 이상 적대적 M&A는 없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승리하더라도 향후 경영권을 담보할 수 없다고 분석합니다. 자사주 소각 이후, 또 다시 적대적 M&A가 들어오면 고려아연이 이번에 영끌해 방어했기 때문에 최 회장 측이 또 다시 경영권을 방어할 힘이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지분율 변화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현 시점의 고려아연 주주 내역입니다. 영풍 측 33.13%, 최 회장과 우호지분의 합산 지분율은 34.5%입니다. 이번에 캐스팅 보트를 쥔 일반 주주 지분율은 22.88%이고요.


가격 전쟁에서 최 회장 측의 승리하면서 MBK가 공개매수를 철수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한 지분 15.5%(320만9009주)를 소각합니다. 이에 따라 모든 주주들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될 겁니다. 분모인 전체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효과입니다.

아래 표는 고려아연이 매입한 주식 전량을 모두 소각했을 때 발생하는 지분율 변화입니다. 영풍 측은 36.13%로 기존 대비 약 3%포인트 지분율이 상승합니다. 최윤범 회장 측도 지분율이 상승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우군으로 참여하는 베인캐피탈의 지분율(2.96%)이 추가되면서 양 측의 지분율은 약 4%포인트로 벌어집니다.

다른 적대적 M&A 주체가 영풍과 손을 잡고 일반 주주 지분(5.77%)을 공개매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을 텐데요. 고려아연에겐 기존 자사주 49만9696주가 있습니다. 고려아연이 또 다른 우군에게 자사주를 넘기면 의결권은 되살아나면서 양측 지분율은 최 회장 측 46.07%, 영풍 측 44.98%로 최 회장이 소폭 앞섭니다.





나은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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