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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딥페이크에서 나는 냄새…가짜-진짜 구별법

윤석진 기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이 나라의 백 년을 좌우할 큰 계획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하지 못했습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여러명에게 같은 내용을 수업하는 방식은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마차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고 편지가 SNS로 바뀌는 동안 교실은 성역처럼 남아 네모 반듯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달라질 조짐이 보입니다. 코로나19와 챗GPT 덕분입니다. 학교가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은 교육 혁명 사례를 짚어보기 위해 '교실밖에서'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한 딥페이크. (사진제공=뉴시스)

40대 직장인이 부친에게 물려받은 고려청자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TV쇼 진품명품'을 찾았다. 그 도자기는 여러 대를 거쳐 내려온 집안의 가보였지만, 전문 감정 결과 가짜로 판명됐다. 반대로 아무 사연 없는 동전이 희귀 주화로 판명나면서, 1000만원에 달하는 감정가를 얻은 경우도 있다. 의뢰인들은 가짜처럼 보이는 진짜와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들 사이에서 울고 웃었다.

가짜와 진짜를 가리는 건 TV쇼 만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 블로그와 SNS에 진짜 같은 가짜들이 범람하고 있다. 대충 봐선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가짜들은 진짜 같다. 며칠전 엑스(X·옛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구명조끼를 입은 소녀가 강아지를 안은 채 울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 사진은 허리케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바이든 정부를 비판하는 용도로 쓰였는데, 알고 보니 딥페이크로 합성한 가짜였다.

딥페이크 사진은 작정하고 달려들면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하다. 미국 켈로그 경영대학원이 운영하는 딥페이크 교육 사이트가 있다.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면서 인공지능(AI)이 만든 건지 진짜로 찍은 건지 구분하는 테스트인데, 필자는 45개 중 35개를 맞췄다. 다른 테스트 참가자들 또한 평균적으로 45개 중 33개를 맞춰 73%의 정답률을 보였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사진들 중 가짜가 섞여 있을 거라고 의심했을 뿐이다. 의심의 눈으로 뜯어 보면, 부자연스러운 입꼬리와 주름살, 과장된 색채 같이 왠지 모르게 어색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진위 탐지를 목적으로 개발된 AI 프로그램의 탐지율이 80% 정도인 걸 감안하면 인간의 직감도 꽤 쓸만하다고 할 수 있다. 의심은 주어진 정보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인 비판적 사고의 출발점인 셈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웹 기사든 유튜브 쇼츠든 별 생각 없이 휙휙 넘기면서 본다. 콘텐츠를 빨리 쉽게 소비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이러면 가짜 콘텐츠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구본권 작가는 그의 저서 <공부의 미래>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진과 동영상이 뒷받침하는 정보면 의심 없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믿는다. 이용자들의 인지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은 편리한 기술적 환경에서 오히려 더 게을러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떤 사진은 너무 정교한 나머지 '의심 스킬'이 통하지 않는다. AI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진위 여부를 가리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모든 걸 직감에 맡길 수 없는 이유이다. 뉴욕타임즈(NYT)는 AI가 만든 사진과 실제 사진을 구분하는 한 두 가지 방법 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중 하나가 양쪽 대칭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AI는 눈과 귀, 귀걸이, 안경 다리처럼 개수가 두 개인 부분을 미세하지만 각각 다르게 생성하기도 한다.

MIT 미디어연구소의 딥페이크 영상 구별법도 참고할 만 하다. 총 8가지로, 대부분 얼굴에 집중되어 있다. 우선 피부의 노화 정도와 눈가의 주름, 머리카락 상태를 비교해 보라고 조언한다. 피부는 주름 없이 매끈한데 머리카락은 하얗다면 AI가 만든 영상일 가능성이 있다. AI가 자연 물리학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해 눈과 눈썹의 그림자, 안경의 눈부심 각도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자연스러운 얼굴 점, 빈번한 눈 깜빡임, 부자연스러운 입술 움직임, 얼굴과 따로 노는 콧수염과 구레나룻 등도 AI가 만든 영상의 특징이다.

'가짜 뉴스' 분별법도 여전히 유효하다. 먼저 해당 콘텐츠의 출처를 확인하는 일이다. 기관이나 인물을 보면 그 콘텐츠의 진위 여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수능 고득점을 위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처럼, 콘텐츠 생산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콘텐츠를 통해 이익을 보는 게 누구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크로스체크 또한 가짜와 진짜를 가리는 전통적인 전략이다. 정보를 하나가 아닌 둘, 그 이상으로 확보할 때 가지 판단을 유보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고미술품 감정의 달인들은 1초 만에 진위 여부를 가린다. 그림의 경우 펼쳐보기도 전에 냄새 만으로 모조품인지 알아 맞춘다. 가짜에선 오래된 질감을 내기 위해 화학 처리한 냄새가 나지만 진짜에선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AI가 만든 콘텐츠에도 특유의 냄새가 있다. 그냥 보면 모르지만 의심하면 어색한 냄새, 부자연스러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의심은 가짜가 판치는 세상을 사는 최소한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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