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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변요한, 주인공 '버프' 쏙 뺀 도전기

천윤혜 기자

사진 제공=TEAMHOPE

"로맨틱코미디물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출연 제안이 동시에 들어왔다고 해도 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했을 것 같아요. 저한텐 그게 사명감인 것 같았죠. 사랑 얘기도 당연히 너무 좋은데 저는 이 작품을 통해 분명히 느끼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큰 감정이 있을 거라고 봐요."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 보였다. 촬영한 지는 2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변요한(38)의 눈빛에는 아직도 캐릭터를 향한 열정과 진심이 녹아 있었다.

지난 4일 14부로 종영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연출 변영주/제작 히든시퀀스‧래몽래인/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

변요한은 무천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시신 없는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10년간 교도소에서 복역 후 출소한 고정우를 연기했다. 진실을 밝히고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난 변요한은 "방송이 시작되면서 대인관계를 끊었다. 주변에서 범인이 누군지 물어보시길래 체육관도 안 가고 산에 올라가서 할아버지들과 마스크 끼고 운동하면서 지냈다. 사실 감사한 거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다는 걸 그분들을 통해 들었다"고 웃으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만큼 작품을 향한 반응이 뜨거웠다는 의미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첫 방송 당시만 해도 2.8%(시청률조사 전문기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곧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최종회인 14회에선 시청률이 8.8%까지 올랐다. 드라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모은 거다.

"원래 (드라마를) 홍보하려면 유튜브 콘텐츠도 찍고 예능 프로그램도 찍는 게 정석이잖아요. 작품을 소개해야 사람들이 보는 건 당연해요. 소개도 안 하는데 몇시에 하는지, 누가 나오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데 저희는 과감하게 마음을 먹었어요. 희희낙락 장난치면서 (예능을) 하는 것보다 온전한 에너지로 부딪히고 싶었던 거예요. 첫 방송 시청률은 예상한 지점이었고 그것보다 시청률이 오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최선을 다했고 재밌는 작품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죠."

변요한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데에는 이야기가 가진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힘든 작업이 될 건 충분히 짐작했지만 그럼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미스터리 역추적이라 추리할 수 있는 퍼즐이 많았어요. 그걸 찾는 게 힘들었지만 당연히 느림의 미학이 있다고 봤어요. 느림의 미학을 찾고 싶었다고 할까요. 또 역할 자체도 프로타고니스트(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인데 안타고니스트(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들이 너무 세다 보니까 독특한 프로타고니스트였어요. 아무도 (주인공의) 말을 믿어주지 않잖아요. 살인자라고 각인된 사람의 말이니 (다른 배우들도) 연기적으로도 소통을 안 해주더라고요. 정말 외로운 싸움이라는 걸 느꼈어요."

사진 제공=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작품의 특성과 공기를 알고 싶어 동명의 원작 소설을 펼쳤지만 조금 보다 닫아 버렸다고. "한국화에 대한 자존심이 있었다"는 그는 상상력에 한계가 올까 걱정되는 마음에, 원작을 보는 대신 드라마 감독과 작가를 더 믿었다고 말했다.

"고정우는 제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약한 존재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켜주기 바빴죠. 약한 자의 말은 들어주지 않더라고요. 저희가 10년간 복역한 적이 없잖아요. 제가 간접 체험했지만 (그런 사람) 말에는 힘이 없어요. 고정우의 우정과 사회와 문화는 19살에 멈췄어요. 그럼에도 '나를 왜 살인자로 만들었어?'가 아니라 '보영(장하은)이 다은(한소은)이 (시신) 어딨냐?'예요. 고정우가 좀 더 영악하게 굴어야 했다며 답답하게 보신 분도 있을 수 있는데 사랑을 많이 받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가정에서 자란 고정우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엔딩이 더 여운이 남는 것 같고요. 원래 인생이라는 게 고구마잖아요. 금요일에 시원한 맥주를 기다리게 되는 것처럼요. 다만 (고정우에겐) 그 인생이 최악의 상황인 거죠."

가족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인물이었지만, 살인자로 몰리면서부터 고정우의 삶은 완전히 뒤바꼈다. 최나겸(고보결)을 제외한 친구들과의 관계가 단절됐을 뿐만 아니라 자식에게 사랑을 듬뿍 주던 엄마 정금희(김미경)도 만날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아들 면회를 오지 않은 것. 고정우 입장에선 엄마가 충분히 원망스러울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의식을 찾은 정금희가 "(진범) 찾았니?"라고 한 말을 통해 고정우는 물론 시청자까지 깊은 모성애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아들을 끝까지 믿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식을 못 믿는 부모가 어딨겠어요. 다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분이기 때문에 (자식을 잃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키면서 갚아나간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죠. 깨어나자마자 '찾았니?'라고 하는 것도 아들을 믿었다는 정확한 증언이라고 봤고요. 또 고정우가 없는 사이에 계속 편지를 썼잖아요. (박다은의 시신을 갖고 있던) 현수오(이가섭)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진짜 사랑을 아는 사람 아니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그래서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작품은 결국 복수보단 '사랑', 그리고 '정의'에 초점을 맞췄다. 억울한 고정우로서는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작품은 더 짙은 여운을 남길 수 있었다.

"(고정우가) 사랑을 너무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라 본인이 해를 입는 건 괜찮은데 누군가가 다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여긴다고 봤어요. 제가 고정우가 되려면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 생각했을 때 누명을 밝히고 싶은 것보다 심보영과 박다은의 시신을 찾는 거였죠. 사적 복수로 갔으면 할 게 더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고정우란 인물이 더 인내해야 한다고 봤고 감독님과 작가님이 판을 다 만들어 놓으신 거라고 봤어요."

사진 제공=TEAMHOPE

그럼에도 자신의 편이 돼주고 함께 진실을 찾아 나서 준 노상철(고준)과 하설(김보라)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오롯이 혼자만의 싸움을 해야 했기에 외로운 순간은 많았다. 변요한도 이 인물을 연기하며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현장에서 정말 많이 외로웠어요. 제가 외로워졌어야 했고 선배님들도 제 외로움을 알고 있지만 뜨겁고 나쁘게 연기해 주시면서 고정우를 지켜주셨죠. 고정우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외로움을 갖고 있는 것 같았어요. 외로움과 고독함의 싸움이었죠. 다른 캐릭터들은 조금씩 조율이 되거든요. 인간관계도 좋고 갈등 있는 사람과만 갈등이 있고 이해되는 지점이 있는데 고정우는 제가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캐릭터였어요."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본연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성장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던 거다.

"발가벗고 연기한 것 같아요. 저한테 장치가 없었거든요. 필살기가 없고 주인공 버프(능력치를 올려주는 효과) 받지 않는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맨날 맞고 친구도 없고 계속 벽보고 연기하는 느낌인데 이 작품을 통해서 정말 감정적으로만 가지 않았나 해요. 가진 게 감정밖에 없어요. 물론 상철과 하설이 나타난 뒤에는 달라졌지만 한계를 많이 느낀 작품이었어요. 부족함도 느끼고 특별함도 느끼고 갖춰야 할 것들도 느끼고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것도 느꼈어요. 여러 가지 양분이 될 것 같아요."

그는 미래의 고정우가 이젠 '보통'의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더불어 이번 작품은 여운이 길게 남을 것 같다며 특별한 감정을 되새겼다.

"이기심, 탐욕, 잘못된 신념, 잘못된 것들로 시작했잖아요. 그래도 마지막엔 작은 신이지만 엄마와 현수오가 같이 사는 모습에서 작은 사랑의 형태를 봤어요. 처음엔 조그마한 빛이 어둠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빛이 합쳐지니까 이겨지더라고요."

변요한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까지 무사히 완주하며 영화 '그녀가 죽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에 이어 올 한 해만 세 작품으로 관객, 시청자를 만났다. 특히 '그녀가 죽었다'에선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들어가 남의 삶을 훔쳐보는 공인중개사, '삼식이 삼촌'에선 1960년대 부강한 나라를 꿈꾸는 엘리트 청년을 연기하는 등 각각의 작품에서 극과 극의 얼굴을 보여주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올해는 그에게 더욱 특별한 해가 되지 않았을까.

"올해 세 작품으로 관객들과 시청자들을 만나면서 신났어요. (작품이) 몰려 나와서 그렇지 사실 요즘 (드라마 업계가) 엄청 어렵잖아요. 되게 감사한 일이에요. 얼마 전에는 영화 '파반느' 촬영을 끝냈어요. 연초에 발목 수술을 했어서 당분간은 재활을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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