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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피플] 김고은 '접신 경지' 연기력 비결은 '반성의 시간'

박정훈 기자

사진 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김고은이 또 김고은했다. 본인이 맡는 모든 배역을 실존 인물로 만드는 '생활 연기'로 많은 이들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토론토 영화제의 글로벌 평론가들과 관객들을 감동시킨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김고은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빛나는 이력을 추가했다.

힘겨운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춘들의 마음을 울린 연기로 2030 세대를 대변하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김고은을 만나 영화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지난 1일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제작 쇼박스, 고래와유기농)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우연한 계기로 동거를 하게 되면서 겪게 되면서 전개되는 각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김고은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나 말에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직진하는 주인공 재희를 연기했다.

노상현의 합류로 주인공 캐스팅이 완료된 후 작품의 촬영에 들어가기 전 김고은은 이언희 감독, 노상현과 함께 클럽의 화려한 밤문화를 체험했다.

"동거를 하는 남녀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있는 만큼, 상현 씨랑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촬영장에서 서로의 배역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여기에 감독님도 흔쾌히 함께해 주셔서 한동안 정기적으로 놀러 다니는 모임을 했어요. 긴장이 풀어진 상태에서 솔직한 이야기도 주고 받고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도 하면서 세 사람은 정말 끈끈해졌던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왔구요. 이후 촬영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한살 많은 상현 씨랑도 말을 편하게 주고 받는 친구가 됐고 그만큼 작품 속 캐릭터에도 쉽게 몰입할 수 있었죠."

김고은은 현실적 문제들로 연기되고 있는 '대도시의 사랑법'의 제작이 확정되기를 수 년 동안 기다렸다. '이건 꼭 해야 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이 확정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릴 줄은 몰랐죠. 투자나 예산 문제로 진척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던 거죠. 다른 작품의 스케줄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배우들이 작품을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요. 저는 제작이 아예 좌절된 게 아니라면 '끝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회사에 계속 이야기했죠. 감사하게도 제작이 확정됐고요. 이렇게 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나리오라고 생각했고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요즘은 영화로 잘 안나오잖아요. 그래서 더 귀하게 생각한 점도 있어요."

김고은의 연기에 대해 관객들은 '접신의 경지'라며 격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수줍게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설정상 동갑내기 캐릭터를 연기한 게 이번이 처음이어서 재희에 대한 애착이 더 생겼고요. 무엇보다 작품의 이야기가 20대에서 30대의 전환기에 있는 젊은이들의 삶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몰입이 잘 된 것 같아요. 내면의 갈등과 생각이 충돌하고, 사회의 방향과 생각이 달라서 당황하고, 방황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인생의 실전에 투입된 그런 기분은 그 나이의 누구나 한번씩 경험하잖아요? 저도, 제 친구들도 혹은 주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겪고, 고민했을 법한 그런 이야기들이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고요. 특히 재희는 성장 과정의 큰 아픔때문에 모든 표현과 행동이 다소 극단적이고 날이 서 있죠.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더 예민해서 쉽게 상처받는 그런 아이죠. 관점에 따라서는 '비호감 캐릭터'로 보이기도 하고요. 저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재희를 '안타까워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어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반응들이 나와서 한편으로는 약간 놀라기도 했어요. 감사한 일이죠."

사진 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김고은은 대학교 신입생의 풋풋한 모습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살린 스타일링으로도 화제가 됐다. 여기에는 나름 치밀한 계산이 있었다.

"재희의 패션에 대해 시나리오에는 '자유분방한' 혹은 '어딜 가도 튀는'이라고 묘사가 돼있었어요. 저는 그렇게 단순한 느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재희는 패션을 통해서도 세상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표출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패션의 미적 요소에 무관심한, 그야말로 '손에 잡히는대로 입거나 신는' 재희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강조하려고 했어요. 감독님과 의상 팀도 공감을 해 주셨고요."

'네가 너인게 어떻게 약점일 수 있어'라며 흥수를 위로하는 재희의 대사는 영화를 본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명대사로 꼽혔다. 김고은은 "재희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라고 이를 해석했다.

"재희는 수많은 상처를 받으면서 성장했지만 타인에게 제대로 위로를 받아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스스로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어떤 신념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흥수의 날이 선 모습에서 재희는 자기의 모습을 봤고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말했던, 동시에 누군가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위로를 전한 거고요. 위로를 하면서 동시에 위로를 받는 거라고 할까요."

김고은은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재희와 흥수가 머리채를 쥐고 격하게 다투는 신을 꼽았다.

"영혼을 공유하는 '베스트 프렌드'라는 둘의 특수한 관계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피터지게 싸우다가도 결국 서로를 위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죠. 그렇게 싸우는 와중에도 재희는 흥수의 얼굴에 난 상처를 걱정해요. 이쯤되면 둘은 거의 가족에 가깝죠. 왜 그렇잖아요. 나는 욕할 수 있어도 남한테 욕먹는 건 절대 참을 수 없는? (웃음)"

작품에 함께한 이들에게 김고은은 '전우애'를 느꼈다고 했다. 열악한 상황에서 서로 끈끈하게 뭉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촬영장의 분위기는 항상 '으쌰으쌰'였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예산이 충분한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촬영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했어요. 실제 촬영 기간은 두 달 반 정도였던 것 같아요. 시간은 부족하고, 한 번의 작업에서 촬영해야 할 분량은 많았죠.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감독님, 스태프들과 가장 많이 주고받은 말은 '할 수 있다'였어요. 힘든 상황에서 서로 계속 용기를 북돋워 준거죠. 그렇게 같이 고생을 하다보니 전우애가 생기더라고요."

사진 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김고은은 모든 작품이 끝나면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할 줄 알아야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신념이 담긴 일종의 루틴이다.

"성장하지 않는 배우는 이 업계에서 절대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운동선수들이 고된 훈련으로 자신의 역량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처럼 배우도 똑같아요. '완벽한 연기'는 없거든요. 반성해야할 점은 항상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한 작품의 촬영이 끝날 때마다 짧게는 반나절 혹은 길게는 일주일 정도 반성의 시간을 꼭 가져요. 아쉬웠던 부분을 찾아서 이후에 그를 반복하지 않도록 개선점을 찾죠.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당장 제 연기에 극적인 변화나 성장이 체감되지는 않아요. 그런데 몇년이 지나고 나서 작품들을 돌아보면 그때서야 알 수 있게 되죠. 제가 계속 성장해 왔다는 것을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거부감 극복을 김고은은 본인이 이룬 성장으로 꼽았다. 작품 홍보 차 출연한 여러 예능에서 그는 발군의 감각을 뽐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예전에는 진짜 예능이 너무 무서웠어요. 본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해피투게더'에 출연했을 때는 너무 긴장이 돼서 청심환을 두 개인가 먹고 갔어요. 어느 타이밍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쩌다가 애써서 뱉은 말도 재미가 없어서 편집될 것 같았어요. 그러다 한번은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내가 사랑하는 작품을 잘 알리기 위해서는 예능도 잘 해야겠다고요. 그래서 나름 반성하면서 분석하는 시간도 가졌더니 이제는 예능에서도 조금 더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어요. 확실히 요즘은 제가 봐도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하하하."

앞으로 보여줄 연기 행보에 대해 묻자 김고은은 "무조건 좋은 시나리오를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장르나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는 연기자로서의 욕심과 포부가 느껴지는 무게감 있는 한 마디였다.

"저는 절대 장르나 캐릭터에 따라 대본을 가려서 보지 않아요. 무조건 이야기를 보죠. 필요에 따라 회사의 판단이나 제안을 듣고 따르기도 하고요.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하죠. 좋은 시나리오를 계속 따라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고요. 그를 통해서 관객 여러분에게 제가 계속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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