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엔터&피플] 장동건, 자녀 유치원 첫 등원 떠올리다 '퉤퉤퉤'한 사연

천윤혜 기자

사진 제공=에프엠스토리

"영화도 물론이지만 저에 대한 궁금증도 많으실 것 같은데, 영화가 혼자만의 것이 아니잖아요. 영화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 혹시라도 제 이야기로 인해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이 큰 게 사실이에요."

2010년 배우 고소영과 결혼해 두 자녀를 키우면서 남편이자 아빠로서 바쁘게 살던 장동건(52)이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2020년 주진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유출되면서 사생활 논란에 휩싸여 잠시 공백기를 가진 그가 취재진을 마주한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다. 그 사이 연륜이 더해져서일까. 배우 장동건도, 사람 장동건도 한층 진해진 느낌이었다.

16일 개봉하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배급 (주)하이브미디어코프‧(주)마인드마크/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

장동건이 분한 재규는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고, 명예와 관련된 일에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도덕적이고 자상한 소아과 의사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의 충격적인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되는 인물이다.

영화 개봉 전 만난 장동건은 "영화로는 6년 만이다. 중간에 코로나19도 있었고 그사이에 드라마('아라문의 검')도 9개월 정도 촬영했는데 물리적인 시간을 떠나 심리적으로 오랜만에 나오는 느낌"이라며 떨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데에는 재규 캐릭터에 빠진 영향이 컸다. 판타지스럽지 않은,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었기에 공감도 쉬웠고 연기 스펙트럼도 한층 넓어질 거란 바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본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포인트가 바로 현실에 발붙은 캐릭터라는 점이었어요. 영화를 소개할 때 형 재완(설경구)은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돈만 밝히는 인물이지만, 재규는 아이들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상한 의사잖아요. 그걸 들었을 때 캐릭터로서 이미지가 딱 있더라고요. 그런데 대본은 그 안을 들여다보는 거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재미는 있지만 힘든 작업일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마침 허진호 감독님이 하신다고 하니까 제가 감독님과 작업을 해봤잖아요. 그분의 연출 스타일을 아니 재밌는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꾸미지 않은 얼굴을 가감 없이 보여준 그는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잘생김을 내려놨다. 오로지 연기로만 승부수를 띄운 그는 모니터 속 자신의 얼굴을 본 소감을 솔직하게 전했다.

"제가 주변에 있을 것 같은, 현실에 있는 인물을 연기한 게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전작 '아스달 연대기'(2019), '아라문의 검'(2023)에서도 분장하고 가발을 썼잖아요. (이번 작품) 첫 촬영할 때 첫 테이크를 찍고 모니터를 봤는데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게 나라고?' 싶으면서 제 생각보다 너무 나이가 든 거예요. (평소에) 거울로 제 얼굴을 보긴 하지만, 모니터 속 나이 든 장동건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다음부턴 모니터를 안 보면서 감정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사진 제공=(주)하이브미디어코프‧(주)마인드마크

관객들도 자신의 얼굴보단 작품 자체를 봐주기를 당부했다. 그만큼 자신감도 넘쳤고, 영화에 대한 애정도 컸다.

"촬영이 흘러갈수록 외모가 어떻게 됐든 신경이 안 쓰이더라고요. 관객들도 그렇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원작 소설도 읽고 리메이크 영화도 봤는데 그 작품들이 관조적인 입장에서 관찰하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면, 이 영화는 보는 사람들을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느낌이었어요. 김희애 선배님한테 '제가 설경구 형보다 형처럼 보이는 거 아니에요?' 하기도 했는데 연기하면서 신경은 안 쓰였어요. 관객들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저를 봤을 때 그런 걸(외모적인 부분을) 기대하고 오셨으면 실망하실 수 있지만 영화를 보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재규는 신념과 원리원칙을 따지는 '사람 좋은' 소아과 의사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아들과 관련된 일이 닥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와중에도 신념을 지킬 수 있을지는 어려운 문제.

"저는 재규를 도덕적이고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도 있고 형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봤어요. '나는 사람 살리려고 하는 사람이야'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잖아요. 잘 살려고 했고 옳은 선택을 하고 성취도 해내서 존경 받던 사람이었는데,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게 본성인지 찾아보려고 했어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기도 했죠. 그래서 이 영화가 재밌는 것 같아요. 엔터테인먼트 기능으로써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하는 영화일 수 있는데, 시간을 들여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 아닌가 싶어요."

사람 장동건에게 재규와 같은 일이 닥친다면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과정도 당연히 있었다. 물론 너무 끔찍한 일이기에 상상하는 것조차 쉽진 않았다.

"그런 고민을 너무 많이 했어요. 배우들끼리도 그런 얘기를 나눴죠. 그런데 진짜 이런 상황이면 어떨까에 대해 아무도 답을 내리지 못했어요. 아이러니하게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의 문제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걸 과연 비난할 수 있는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도덕이란 무엇인가도 아니고 답이나 해결책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영화를 찍으면서 걱정한 지점은 있었다. 작품에서 아이들이 너무 나쁘게 그려지는 건 아닐지 우려한 것.

"영화 속 아이들의 모습이 일반적인 건 아니에요. 가끔 뉴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죠. 어른 캐릭터의 고민도 현실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역할은 나쁜 상상의 끝에 있는 걸 구현한 나쁜 판타지의 캐릭터 같아요. 저는 지금도 아이가 처음 유치원 간 날 심정이 기억나요. '어떻게 되면(아이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이상한 생각까지도 했거든요. 그럼 '퉤퉤퉤'하고 말았지만 그런 상상의 끝에 있는 부모들의 마음속에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공감을 많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진 제공=에프엠스토리

극단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이다. 장동건 또한 보통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보통의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 그가 생각한 '보통의 가족'이란 어떤 가족일까.

"큰 탈 없이 무탈한 거예요. 엇나가지 않고,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고 감사하면서 무탈한 것 자체에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특히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태어날 땐 건강만 하라는 건데 크면서 바라는 게 생겨요. 외모도 잘생겨서 누구의 아들이라는 걸 충족시켜 줬으면 좋겠고 바라는 게 많아지더라니까요. 그게 사람의 모습인 것 같아요. 지금은 아무 사고 없이 무탈하면 좋겠어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는 장동건은 아이들의 비주얼에 욕심이 있다는 솔직한 고백도 했다. 장동건, 고소영의 자녀라는 주변의 기대가 있기에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대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것보단,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걸 찾기 위해 관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부모로서 가치관 또한 분명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뭘 더 가르쳐줘야 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친구 같은 아빠가 유행일 때 전 친구 같은 아빠는 안 될 것 같았죠. 노는 건 친구랑 놀면 되고 아빠는 아이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의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다 무너졌어요. 아이들에게 아빠의 권위가 없어요. 진짜 친구 같죠. 그런데 지금의 모습이 나쁘지 않아요. 지금 아이들과 저와의 관계가 마음에 들고 좋더라고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특별히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정말 잘못된 길로 갈 땐 수정하는 게 아빠 역할이긴 하지만 제가 그맘때 부모의 직접적인 디렉션이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친구들과 환경을 보면서 스스로 변화한 것 같더라고요. 당연히 부모의 사랑은 필수로 전제가 돼 있어야죠. 부모가 불안하면 안 돼요. 타고난 성향 안에서 아이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빠로서 살아가는 동시에 배우로서 꾸준히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장동건. 특히 자신이 선택하는 작품에 아이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의식하고 연기에 대한 고민도 더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필모그래피를 쌓아갈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왕이면 (외모) 유지가 잘 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예전엔 그게 제 큰 무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반대 생각도 들었는데 지금은 무기도 족쇄도 아니라고 봐요. 잘 활용하면 되고 감추고 싶을 땐 감추기도 쉬워진 것 같아요. 더 좋아진 것 같죠."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