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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시네마] 클리셰도 이쯤되면 강박이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박정훈 기자

사진 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재미있는 영화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나?'라는 기시감이 영화를 보는 내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익숙한, 아는 맛의 무서움이랄까.

17일 개봉하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 김민수/제공 배급 ㈜/제작 리양필름㈜)는 딸을 살리기 위한 거액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형사 명득(정우)과 수천만원대의 도박빚에 시달리는 동혁(김대명) 등 인생의 코너에 몰린 두 명의 비리 형사가 범죄 조직의 '더러운 돈'을 가로채는 계획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범죄 누아르 장르의 영화다.

불법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범죄자들에게서 뒷돈을 수금해 온 비리 형사들과 그들이 더 큰 한탕을 위해 내달리다 마주하는 파국의 전개는 1990년대 형사 시리즈물에서부터 MSG처럼 쓰인 영화의 단골 소재다. 놀랍게도 작품의 큰 줄기는 여기에서 단 1도 벗어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정석을 따랐다고 할 수도 있겠다. 누아르물의 무게감을 강조하려는 시도가 엿보이긴 하지만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가는 전개 내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그마저도 예상이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달까. 클리셰를 벗어나고자 하는 약간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 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명득과 동혁 두 주인공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이루는 서사도 앞뒤가 딱딱 들어맞는 구성을 보여주기보단 어디선가 봤던 설정들을 가져와서 이야기가 될 정도로 적당히 짜맞춘 느낌이 강하다. 관객을 작품으로 몰입시켜야 하는 두 주인공 캐릭터는 전형성에 갇혀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이미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다뤄진 캐릭터를 연상하게 한다.

극 중반부에 나름 스토리의 변곡점을 만들기 위해 제 3의 인물인 광역수사대 팀장 승찬(박병은)이 투입되지만 이미 굳어져 버린(?)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전형적 전개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겠다'는 강박마저 느껴지게 한다. 클리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점을 어떻게든 강조하는 요즘 영화들과 반대하는 역행(逆行)의 참신함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에는 매우 명확한 한 가지의 장점이 있다. 베테랑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다. 특히 많은 작품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해 온 배우들이 보여주는 노련함은 뻔한 전개의 영화에서 일말의 보는 맛을 살린다.

드라마 'D.P' 에서 광기어린 탈영병 연기를 보여준 조현철의 소심한 경찰 연기, '범죄도시', '카지노', '더 글로리' 등에서 적은 분량에도 강한 임팩트를 보여준 보여준 배우 허동원의 양아치 연기는 매우 설득력이 있으며, '모범택시', '운수 오진 날'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태항호는 뒷세계 불법업소 사장의 비열한 포스를 내뿜는다.

사진 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비록 뻔한 설정의 배역이지만 주연인 정우와 김대명도 캐릭터의 서사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준다. 계속해서 꼬이는 상황 앞에서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멘탈이 한껏 묻어나는 두 주인공의 표정은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누아르 장르의 맛을 충분히 잘 살릴 수 있는 배우들이라는 좋은 재료가 있음에도 이를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만들지 못한 시나리오가 아쉽다. 영화의 피날레에서라도 클리셰를 뒤트는 약간의 반전이 가미됐다면 그래도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갈 때까지 가버린' 영화의 인공호흡기는 되지 못했을 것이고. 15세 이상 관람가.


박정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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